철학

대륙의 합리주의자와 뉴턴: 경험주의와 회의주의의 시작


뉴턴의 가설 비판과 데이비드 흄의 회의주의가 남긴 지적 유산. 논리를 넘어 현실의 관찰과 반증 가능성을 중시한 경험주의의 본질.

뉴턴과 흄의 경험주의를 형상화한 일러스트
인간 이성의 완전성에 의문을 품고, 현실에 대한 관찰과 검증, 그리고 끊임없는 성찰을 중시했던 경험주의적 태도는 현대 과학철학의 주춧돌이 되었습니다.

17세기 과학혁명의 시기, 유럽 대륙에는 데카르트, 스피노자, 라이프니츠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대륙의 합리주의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인간의 이성"이 세계를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라고 믿었습니다. 반면 같은 시기 자연철학자들은 관찰과 측정을 통해 자연의 법칙을 발견하려고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갈릴레오와 케플러는 자연이 수학적 질서를 가진다고 믿었지만, 그 질서를 발견하는 과정은 철저히 관찰과 측정에 기반했습니다. 특히 케플러는 방대한 관측 자료를 분석하여 행성의 궤도가 원이 아니라 타원이라는 사실을 밝혀냈고, 이후 케플러의 세 가지 법칙을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왜 행성이 그런 궤도를 따라 움직이는지 설명하지는 못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뉴턴"이었습니다. 뉴턴은 "만유인력 법칙"과 미적분을 이용하여 케플러의 법칙이 단순한 경험적 규칙이 아니라 중력이라는 힘으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뉴턴의 태도입니다. 그는 중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중력이 왜 존재하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뉴턴의 유명한 말인 "나는 가설을 꾸며내지 않는다(Hypotheses non fingo)"는 바로 이러한 태도를 보여줍니다.

뉴턴은 『프린키피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나는 중력의 성질에 대한 원인을 아직 찾지 못했으며, 나는 가설을 세우지 않는다.

그는 관찰되지 않은 형이상학적 설명을 덧붙이는 것보다, 관측된 현상을 설명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또한 『프린키피아』 제3권의 "철학하는 규칙들(Rules of Reasoning in Philosophy)"에서는 자연현상에 대한 설명은 가능한 한 관찰된 사실로부터 귀납적으로 도출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 태도는 뒤이어 전개될 흄의 회의주의와도 잘 이어집니다. 이론은 필요하지만, 이론보다 먼저 현실이 와야 한다는 점에서 두 사람은 같은 경험주의적 직관을 공유합니다.

"뉴턴"은 영국 "경험주의자" 전통을 대표하는 인물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그가 수학이라는 강력한 이론적 도구를 사용했다고 해서 "합리주의자"로 분류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듯이, 연금술을 연구했다는 사실만으로 그를 연금술사로 보는 것도 무리입니다. 그는 수학이라는 강력한 이론적 도구를 사용했지만, 그 이론은 언제나 현실의 관찰과 검증 위에 세워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점에서 뉴턴은 인간 이성이 무엇이든 설명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일부 합리주의자들과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데이비드 흄과 회의주의

뉴턴 이후 등장한 "데이비드 흄"은 "영국 경험주의"를 대표하는 철학자였습니다.

그는 "인간의 지식"이 결국 "경험"에서 비롯된다고 보았습니다. 우리가 인과관계를 믿는 것도, 자연법칙을 신뢰하는 것도 사실은 반복된 경험의 결과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인간 이해에 관한 탐구』에 수록된 「기적에 관하여」는 이러한 입장을 잘 보여줍니다.

흄의 논지를 제 식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기적이란 사소한 일상의 모든 경험을 부정해야만 성립되는 사건이다.

우리는 매일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세계를 이해합니다. 태양은 동쪽에서 뜨고, 물체는 떨어지며,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나지 않습니다. 이러한 경험이 수없이 반복되면서 자연법칙에 대한 신뢰가 형성됩니다.

따라서 누군가 죽은 사람이 다시 살아났다고 주장한다면, 우리는 두 가지 가능성을 비교해야 합니다.

  1. 자연법칙이 깨졌을 가능성.
  2. 그 사람의 증언이 틀렸을 가능성.

흄은 거의 모든 경우 후자가 더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습니다.

그는 기적을 원리적으로 부정하려고 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기적을 믿기 위해서는 일상적 경험 전체를 뒤집을 만큼 강력한 증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오늘날 과학에서 회의주의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과학은 새로운 주장을 거부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새로운 주장에 충분한 증거를 요구하는 태도입니다.

"경험주의자"와 "합리주의자"의 차이

"데카르트"는 철저한 "합리주의자"였습니다. 그가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것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인간 이성"이 확실한 토대를 발견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반면 "경험주의자"들은 "인간 이성"의 한계를 더 강조했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틀릴 수 있으며,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경험주의자"는 대체로 확신이 늦게 형성됩니다. 그들은 하나의 원리로 세상을 설명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경험을 축적하고, 예외를 확인하고,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 때문에 "경험주의자"는 토론에서 종종 불리해 보입니다. "합리주의자"는 명확한 원리를 제시하며 빠르게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반면 경험주의자는 무엇이 불편한지는 느끼지만 그것을 즉시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과학의 역사는 오히려 이러한 신중함의 가치를 반복해서 보여주었습니다.

"논리학"만으로는 현실을 설명할 수 없다

토론에서 논리적 일관성은 중요합니다. 그러나 논리만으로 현실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또 다른 오류일 수 있습니다.

논리학은 이미 주어진 명제들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는 데 탁월합니다. 하지만 현실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제공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결혼하지 않은 사람은 독신이다"라는 문장은 논리적으로 완벽하지만 새로운 정보를 주지는 않습니다.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논리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관찰이 필요하고, 경험이 필요하며, 예측이 현실과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과학은 바로 이러한 검증의 과정 위에서 발전해 왔습니다.

"독단주의"와 "경험주의"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에서 인간은 누구도 완전한 진실을 독점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상대방이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둘 다 부분적으로 맞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우리가 종종 자신의 신념을 현실보다 먼저 믿는다는 점입니다.

최근 어떤 책의 추천사에서 저는 흥미로운 문장을 읽었습니다. 필자는 자본주의를 정의롭지 않은 체제라고 평가하면서도 동시에 자본주의적 삶의 형식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이 글이 옳고 그르다는 것이 중요하지는 않습니다. 제가 궁금했던 것은 다른 질문입니다.

과연 어떤 현실이 나타나면 이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바꿀 것인가?

만약 어떤 증거도 그 생각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것은 경험에 의해 수정되는 주장일까요, 아니면 이미 결론이 정해진 신념일까요?

경험주의자의 관심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무엇을 믿느냐보다, 어떤 조건에서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독단주의"란 자신의 신념이 강한 상태가 아닙니다. 자신의 신념이 어떻게 틀릴 수 있는지 설명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경험주의"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경험주의는 인간의 이성이 완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인정에서부터 지적 겸손과 회의주의가 시작됩니다.

참고문헌

  1. Newton, Isaac. The Principia: Mathematical Principles of Natural Philosophy. Translated by I. Bernard Cohen and Anne Whitman.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9.
  2. Hume, David. An Enquir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Edited by Peter Millican.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3. Mill, John Stuart. On Liberty. Edited by David Bromwich and George Kateb. New Haven: Yale University Press, 2003.
  4. Popper, Karl R. Conjectures and Refutations: The Growth of Scientific Knowledge. London: Routledge, 2002.
  5. Kuhn, Thomas S.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4th ed.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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