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우파적이지만, 보수주의자는 아닙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가 우파적이었음에도 보수주의자가 아니었던 이유를 파헤칩니다. 파시즘이 전통 보존이 아닌 국가권력을 통한 신질서 창조를 추구한 혁명적 우파였음을 정치철학적으로 다룹니다.

전통의 기둥과 현대적 대중 동원의 신전을 사이를 지나는 정치철학적 상징 일러스트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일반적으로 극우 정치인으로 분류됩니다. 민족주의를 강조했고, 평등주의와 공산주의를 적대했으며, 위계와 권위, 군사적 규율을 중시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우파였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보수주의자였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전통적인 보수주의와 상당히 다른 정치적 성격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기존의 질서를 지키려 한 사람들이 아니라, 기존 사회를 파괴하고 국가권력으로 새로운 사회와 새로운 인간을 만들려 한 혁명적 정치인이었습니다.

우파와 보수주의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우파는 평등보다 차이와 위계를 인정하고, 개인이나 계급보다 국가·민족·공동체를 강조하는 정치적 방향을 가리킵니다. 이 기준에서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분명 우파적입니다.

그러나 보수주의는 단순히 위계와 질서를 선호하는 사상이 아닙니다.

보수주의는 오랜 시간 형성된 제도와 관습을 존중합니다. 인간의 이성이 사회 전체를 처음부터 다시 설계할 수 있다는 생각을 경계하며, 급격한 변화보다 점진적인 수정을 선호합니다. 국가권력 역시 법과 절차, 가족과 지역사회, 종교와 직업단체 같은 중간제도에 의해 제한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보수주의자와 거리가 멉니다.

파시즘은 기존 질서를 보존하지 않았습니다

무솔리니와 히틀러는 의회정치와 기존 정당체계를 무력화했습니다. 언론과 교육, 노동조직과 문화예술을 국가의 목적에 맞게 재편했습니다. 개인의 생활과 가족, 청소년 교육까지 정치적으로 조직하려 했습니다.

이들은 사회가 자연스럽게 유지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국가가 사회 전체를 하나의 목표 아래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보수주의자는 불완전한 제도라도 그것이 오랜 경험 속에서 형성되었다면 함부로 파괴하지 않으려 합니다. 반면 파시즘은 기존 질서를 타락하고 무능한 것으로 규정한 뒤, 위기와 대중동원을 이용해 새로운 체제를 세우려 했습니다.

보존이 아니라 개조였습니다.

전통은 존중의 대상이 아니라 동원의 수단이었습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과거의 영광, 민족의 전통, 가족과 농촌을 자주 강조했습니다. 그래서 표면적으로는 매우 보수적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말한 전통은 실제로 존재하던 복잡한 전통 전체가 아니었습니다. 정치적 목적에 필요한 요소만 골라 새로운 신화로 재구성한 것이었습니다.

히틀러는 독일의 과거를 그대로 보존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인종주의에 기초한 새로운 국민공동체를 만들려 했습니다. 기존의 종교적·지역적·계급적 정체성도 인종국가 아래 종속시키려 했습니다.

무솔리니 역시 고대 로마의 영광을 계승한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현대적 대중정당과 선전, 관료제와 국가동원을 이용해 새로운 이탈리아인을 만들려 했습니다.

전통은 그 자체로 존중된 것이 아니라 정치적 동원의 재료로 사용되었습니다.

무솔리니는 사회주의 운동에서 출발했습니다

무솔리니가 처음부터 전통적 우파 정치인이 아니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그는 원래 사회주의 운동가였으며, 혁명적 정치와 대중동원의 언어에 익숙했습니다.

이후 민족주의로 이동하고 공산주의를 적대했지만, 사회를 전면적으로 조직하고 새로운 인간을 만들어야 한다는 혁명적 사고방식은 그대로 남았습니다.

이 사실만으로 파시즘이 좌파라는 뜻은 아닙니다. 파시즘은 계급평등과 국제주의를 거부하고 민족과 국가, 위계를 앞세웠기 때문에 우파적입니다.

다만 그 정치적 방법과 국가관은 전통적 보수주의보다 혁명적 사회주의와 닮은 부분이 많았습니다.

히틀러 역시 반동적 보수주의자가 아니었습니다

히틀러는 과거로 돌아가려 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새로운 인종질서와 새로운 유럽을 만들려 했습니다.

왕정복고나 귀족제의 회복을 목표로 하지도 않았습니다. 기존의 보수 엘리트와 군부, 기업가를 이용했지만, 그들을 독립된 권력으로 존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든 세력은 나치당과 지도자의 목적에 종속되어야 했습니다.

이는 보수주의적 태도와 다릅니다.

보수주의는 권력이 여러 제도와 전통 속에 분산되어 있는 상태를 받아들입니다. 파시즘은 그런 분산을 약점으로 보고, 모든 권력을 하나의 지도자와 국가목표 아래 집중하려 합니다.

파시즘은 혁명적 우파입니다

파시즘은 과거의 언어를 사용했지만 매우 현대적인 운동이었습니다.

대규모 선전, 청년조직, 대중집회, 관료제, 산업정책, 교육과 문화의 정치화는 모두 근대 대중사회의 산물이었습니다. 파시즘은 전통사회로 돌아가려 한 것이 아니라, 현대적 기술과 국가권력을 이용해 사회 전체를 다시 만들려 했습니다.

따라서 파시즘을 단순히 보수주의가 극단화된 것으로 보면 중요한 차이를 놓치게 됩니다.

파시즘은 보수주의의 과잉이라기보다, 민족주의와 국가주의가 혁명적 대중정치와 결합한 체제였습니다.

보수주의와 파시즘의 차이

보수주의는 인간과 사회의 불완전함을 인정합니다. 완벽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치적 열정을 경계합니다. 변화가 필요하더라도 기존 제도와 경험을 존중하면서 조금씩 고치려 합니다.

파시즘은 사회가 타락했다고 보고, 정치권력이 이를 근본적으로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국민을 교육하고 동원하며, 적을 제거하고, 새로운 인간형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파시즘의 본질에 대한 오해는 파시즘은 그의 마음속에만 존재한다파시즘은 성적 억압에서 기원했는가에서 분석했듯, 파시즘을 단순히 '극단적 보수주의'로 오인하는 대중적 통념에서 비롯됩니다.

보수주의는 정치의 한계를 인정하지만, 파시즘은 정치가 사회 전체를 지배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차이는 결정적입니다.

우파라고 모두 보수주의자는 아닙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민족주의, 반공주의, 위계와 군사주의라는 점에서 우파였습니다. 그러나 전통과 절차, 제한된 권력과 점진적 변화를 중시하는 보수주의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기존 사회를 지키려 한 것이 아니라, 국가권력을 이용해 새로운 국가와 새로운 인간을 창조하려 했습니다.

따라서 가장 정확한 표현은 다음과 같습니다.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우파적이었지만 보수주의자는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전통을 지킨 정치인이 아니라, 전통의 언어를 이용해 사회 전체를 다시 만들려 한 혁명적 우파였습니다.

파시즘을 보수주의와 동일시하면, 보수주의의 핵심인 절차와 제도, 경험과 점진성은 사라지고 민족주의와 권위주의만 남습니다. 그리고 사회를 국가의 목적에 맞게 전면적으로 개조하려 했던 파시즘의 본질도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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