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글을 끝가지 읽으시면 국내에도 여기에 딱 맞는 대표적인 정치가가 있지만, 우리나라는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 법적으로 강하게 제한되어 있어 실명을 거론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외국 사례를 들겠습니다.
보수주의자를 스크루지처럼 묘사하는 사람들은 대개 진보주의자를 자비로운 사람으로 그립니다.
진보주의자는 약자를 걱정하고, 가난한 사람을 돌보며, 사회적 정의를 위해 싸우는 사람이라는 이미지입니다. 반대로 보수주의자는 자기 돈만 움켜쥐고 세금과 복지를 싫어하는 냉정한 사람처럼 묘사됩니다.
하지만 이 이미지는 자주 현실보다 말에서 만들어집니다. 특히 진보 엘리트 정치문화에서는 “나는 약자를 위한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 이미지는 때로 실제 선행보다 더 큰 정치적 자산이 됩니다.
앤드루 쿠오모는 이런 이미지를 매우 잘 활용한 정치인이었습니다.
쿠오모는 뉴욕의 강력한 민주당 정치 가문 출신입니다. 그의 아버지 마리오 쿠오모는 뉴욕 주지사를 지낸 민주당의 대표적 인물이었습니다. 앤드루 쿠오모 자신도 젊은 시절부터 민주당 권력의 중심부에서 성장했습니다. 그는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주택도시개발부, 즉 HUD 장관을 지냈고, 이후 뉴욕 법무장관, 뉴욕 주지사가 되었습니다. 그의 공적 이미지는 늘 주거, 노숙, 약자, 도시 문제와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그 이미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케리 케네디와의 첫 데이트 일화입니다. 케리 케네디는 로버트 F. 케네디의 딸입니다. 미국 진보 엘리트 문화에서 케네디 가문은 거의 성인전 같은 상징성을 갖습니다. 그런 케리 케네디가 앤드루 쿠오모에게 반한 첫 장면이 노숙자 보호소였다는 이야기는, 그 자체로 하나의 정치적 신화처럼 작동합니다.
뉴욕타임스는 두 사람의 관계를 묘사하면서, 케리 케네디가 첫 데이트에서 쿠오모가 자신을 노숙자 보호소로 데려갔을 때 그에게 반했고, 노동운동가 세자르 차베스를 위해 단식하는 데 동의했다고 썼습니다. 이 장면은 매우 인상적입니다. 첫 데이트가 고급 식당도, 공연장도, 사교파티도 아니었습니다. 노숙자 보호소였습니다. 사랑의 시작조차 사회정의와 약자 보호의 언어 속에 놓였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진보 엘리트 문화가 좋아하는 도덕적 로맨스입니다. “우리는 사랑도 정의롭게 한다.” “우리의 사생활도 사회적 헌신의 연장이다.” “우리는 권력층이지만 약자를 위해 산다.” 이런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됩니다. 선함을 말하는 능력과 선하게 사는 능력은 다릅니다. 약자를 위한다는 이미지를 만드는 능력과 실제 권력을 절제 있게 사용하는 능력도 다릅니다.
쿠오모의 정치 인생은 이 괴리를 매우 선명하게 보여줍니다.
공공윤리를 말했지만, 윤리조사 기구를 닫았습니다
쿠오모는 2013년 뉴욕 주지사로서 공공부패를 조사하기 위해 Moreland Commission을 만들었습니다. 명분은 좋았습니다. 뉴욕 정치의 부패, 선거자금, 의원들의 외부 수입, 로비와 이해관계를 조사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뉴욕 정치가 오랫동안 부패와 거래의 이미지에 시달렸기 때문에, 이 위원회는 개혁적 조치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위원회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쿠오모는 2014년 예산 협상 과정에서 윤리개혁 패키지가 통과되자 위원회를 폐쇄했습니다. 문제는 위원회가 정치권 내부를 조사하던 중이었다는 점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위원회는 의원들의 외부 수입과 정치자금 문제를 들여가보고 있었고, 쿠오모 측이 위원회의 조사 범위에 개입했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위원회가 폐쇄되자 당시 뉴욕 남부지검장 프릿 바라라는 남은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를 계속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사건은 쿠오모 정치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그는 부패와 싸우겠다는 개혁가의 언어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그 개혁기구가 실제 권력자들에게 불편해지는 순간, 정치적 거래 속에서 접었습니다.
이것은 “선함의 친구”라는 표현과 잘 맞습니다. 공공윤리의 친구가 되는 것은 쉽습니다. 기자회견을 열고, 위원회를 만들고, 부패와 싸우겠다고 말하면 됩니다. 그러나 공공윤리를 실제로 실천하려면, 그 칼이 자기 편과 자기 권력 기반을 향할 때도 물러서지 않아야 합니다. 쿠오모는 그 지점에서 실패했습니다.
코로나 영웅 이미지와 요양원 논란
쿠오모의 도덕적 이미지는 코로나 시기에 절정에 달했습니다. 팬데믹 초기 그는 매일 브리핑을 했고, 차분하고 단호한 지도자처럼 보였습니다. 당시 많은 언론과 민주당 지지층은 그를 트럼프와 대비되는 “성숙한 행정가”로 추켜세웠습니다. 그는 전국적 스타가 되었고, 심지어 코로나 리더십을 주제로 책까지 냈습니다.
문제는 그 뒤에 따라온 논란입니다.
가장 큰 쟁점은 뉴욕 요양원 사망자 문제였습니다. 뉴욕은 팬데믹 초기에 요양원에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이후 쿠오모 행정부가 요양원 사망자 자료를 어떻게 집계하고 공개했는지를 둘러싸고 큰 논란이 생겼습니다. 공화당이 주도한 하원 코로나특위는 쿠오모 행정부의 요양원 지침과 사망자 정보 공개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정책 실패만이 아닙니다. 팬데믹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초기에는 정보도 부족했고, 판단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쿠오모의 문제는 실패 자체보다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영웅 이미지를 유지하려 한 것처럼 보였다는 점입니다.
그는 위기 속 지도자 이미지를 만들었고, 그 이미지를 책으로도 상품화했습니다. 코로나 회고록 《American Crisis》 계약금은 약 510만 달러로 알려졌습니다. 이후 뉴욕 윤리기구는 주정부 직원들이 책 작업에 관여했다는 문제를 제기했고, 쿠오모에게 수익을 반환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쿠오모 측은 이를 정치적이고 위헌적인 조치라고 반박했지만, 2025년 뉴욕 최고법원은 새 윤리위원회가 쿠오모의 500만 달러대 책 계약 조사를 계속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장면은 매우 강합니다. 시민들이 죽어가던 위기 속에서 그는 책임 있는 지도자 이미지를 얻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미지는 거액의 출판 계약으로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제기된 질문은 이것이었습니다. 그 책은 순수한 개인 저술이었는가, 아니면 공적 권력과 공무원 자원이 사적 명성과 돈을 위해 동원된 것인가.
이것은 단순한 윤리 규정 위반 논란이 아닙니다. 도덕적 이미지가 어떻게 사적 자산으로 전환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여성 존중을 말한 민주당 정치인의 성희롱 논란
쿠오모의 몰락을 결정지은 것은 성희롱 조사였습니다. 뉴욕주 검찰총장실의 독립조사는 2021년 쿠오모가 여러 여성에게 성희롱에 해당하는 행동을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원치 않는 신체접촉, 키스, 포옹, 부적절한 성적 발언 등을 언급했습니다. 더 나아가 주지사실이 “toxic”한 직장문화를 만들었고, 괴롭힘이 발생하고 적대적 근무환경이 형성되도록 했다고 결론지었습니다.
이것은 진보 정치인에게 특히 치명적입니다. 민주당은 오랫동안 여성 인권, 성희롱 방지, 직장 내 권력 남용 비판, #MeToo의 언어를 사용해 왔습니다. 쿠오모도 그런 정치문화 속의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권력 공간에서는 공포와 위협의 문화가 조성되었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2024년에는 미 법무부도 뉴욕주와 합의하면서, 쿠오모 당시 주지사실이 여성 직원들에게 성적으로 적대적인 근무환경을 만들었고, 이를 방치했으며, 문제를 제기한 직원들에게 보복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사례가 불편한 이유는 분명합니다. 약자와 피해자를 보호한다고 말하는 정치인이, 자기 권력 아래 있는 여성 직원들에게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사생활 문제가 아닙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자기 권력의 가까운 곳에서 어떻게 행동했는가의 문제입니다.
선함은 멀리 있는 약자에게 보내는 공개 메시지로만 측정되지 않습니다. 선함은 자기보다 약한 사람, 자기 밑에서 일하는 사람, 자기에게 불리한 말을 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에서 드러납니다. 쿠오모는 그 시험에서 무너졌습니다.
“선함의 친구”와 쿠오모
새뮤얼 존슨은 리처드 새비지를 두고 “그는 덕을 사랑하는 것과 덕을 실천하는 것을 혼동했다("not so much a good man, as the friend of goodness")”고 했습니다. 그리고 새비지를 “선한 사람이라기보다 선함의 친구”라고 불렀습니다.
이 표현은 쿠오모 사례에도 잘 맞습니다.
쿠오모는 선함의 언어를 잘 알았습니다. 노숙자, 주거, 약자, 공공윤리, 코로나 리더십, 여성 보호, 정의의 언어를 사용할 줄 알았습니다. 그의 정치적 이미지는 그런 언어 위에 세워졌습니다. 케리 케네디와의 첫 데이트를 노숙자 보호소에서 했다는 이야기는 그 이미지의 상징적 출발점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실제 권력의 순간에는 다른 모습이 반복해서 나타났습니다. 공공부패를 조사하겠다던 위원회는 정치적 협상 속에서 닫혔습니다. 코로나 위기의 책임 있는 지도자 이미지는 요양원 논란과 510만 달러 책 계약 윤리 문제로 얼룩졌습니다. 여성과 약자를 보호한다는 정치적 언어는 주지사실 내부의 성희롱·보복·공포 문화 논란 앞에서 무너졌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쿠오모가 나쁜 사람이다”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도덕적 언어와 실제 도덕성은 다르다는 점입니다.
진보 정치문화는 자주 도덕적 언어를 독점하려 합니다. 자신들은 약자를 위하고, 보수주의자는 냉정하고 인색하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선함을 말하는 것과 선함의 비용을 감당하는 것은 다릅니다. 약자를 말하는 것과 자기 권력을 절제하는 것도 다릅니다. 정의를 외치는 것과 자기 편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다릅니다.
쿠오모는 이 차이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입니다. 그는 선함의 언어를 잘 구사했습니다. 그러나 선한 권력자가 되지는 못했습니다.
이 사례가 남기는 인상
쿠오모 이야기가 강한 이유는 그의 출발 이미지가 너무 도덕적이었기 때문입니다. 노숙자 보호소 첫 데이트, 케네디 가문과의 결합, 주거 문제 전문가, 공공윤리 개혁가, 코로나 지도자, 여성과 약자를 말하는 민주당 정치인. 이 모든 요소가 하나의 도덕적 초상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초상 뒤에서 드러난 것은 권력의 매우 낡은 얼굴이었습니다. 거래, 자기보호, 이미지 관리, 성희롱, 보복, 공포 문화, 사적 이익의 의혹입니다.
그래서 쿠오모 사례는 “진보주의자도 위선적일 수 있다”는 단순한 말보다 더 깊은 의미를 갖습니다. 그것은 현대 정치에서 도덕적 언어가 어떻게 권력의 장식물이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보수주의자는 스크루지가 아닙니다. 그리고 진보주의자라고 해서 자동으로 자비로운 것도 아닙니다. 사람의 선함은 그가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그가 실제로 어떤 비용을 감당하느냐에서 드러납니다. 정치인의 선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가 약자를 얼마나 자주 말하는지가 아니라, 자기 권력을 얼마나 절제하는지에서 드러납니다.
참고문헌
- Johnson, Samuel. “The Life of Savage.” In The Lives of the Most Eminent English Poets. Edited online by Jack Lynch.
- Columbia Law School. “The Moreland Commission: What Happened?” December 5, 2014.
- New York State Office of the Attorney General. “Independent Investigators Find Governor Cuomo Sexually Harassed Multiple Women.” August 3, 2021.
- New York State Office of the Attorney General. “Report of Investigation into Allegations of Sexual Harassment by Governor Andrew M. Cuomo.” August 3, 2021.
- U.S. Department of Justice. “Justice Department Secures Settlement Agreement with State of New York Executive Chamber to Resolve Sexual Harassment and Retaliation Claims.” January 26, 2024.
- United States Department of Justice, Civil Rights Division. “Agreement Between the United States and the New York State Executive Chamber.” January 26, 2024.
- PBS NewsHour. “New York’s Ethics Board Tells Former Gov. Cuomo to Return Money Paid for Pandemic Book.” December 14, 2021.
- Associated Press. “New York’s Ethics Watchdog Ruled Constitutional by State’s Top Court.” February 18,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