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경험주의는 어떤 삶의 태도인가


경험주의는 철학이 아니라 삶의 태도다. 현실과 자신의 생각이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뉴턴, 흄, 쿤의 경험주의적 태도.

경험주의는 어떤 삶의 태도인가

사람들은 경험주의를 하나의 철학으로 배웁니다.

학교에서는 로크와 버클리, 흄의 이름이 등장하고, 경험주의는 합리주의와 대립하는 철학 사조 가운데 하나로 소개됩니다. 물론 틀린 설명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설명만으로는 경험주의의 본질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경험주의는 단순한 철학 이론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현실과 자신의 생각이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에 대한 삶의 태도에 가깝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모델을 만듭니다. 과학자는 이론을 만들고, 정치가는 이념을 만들고, 경제학자는 가설을 만들고, 종교인은 교리를 만듭니다. 모델 자체는 문제가 아닙니다. 오히려 모델이 없다면 세상을 이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문제는 모델이 현실을 설명하기 위한 도구에서 현실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변하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

처음에는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이론을 만들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이론을 지키기 위해 현실을 해석하게 됩니다. 자신이 믿는 정치적 신념과 충돌하는 사건이 나타나면 사건을 의심하고, 자신이 믿는 과학적 모델과 충돌하는 데이터가 나타나면 데이터를 의심합니다. 심지어 자신이 가진 도덕적 확신과 충돌하는 현실이 나타나면 현실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경험주의는 바로 이 순간을 경계합니다.

경험주의자는 이론을 싫어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이론과 좋은 모델의 가치를 누구보다 잘 압니다. 하지만 이론은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현실을 대신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현실과 모델이 충돌하면 모델을 수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은 쉽지만 실제로는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인간은 설명을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불확실성을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견디기 어려워하고, 모른다는 답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종종 불완전한 설명이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종교가 그런 역할을 하기도 하고, 이념이 그런 역할을 하기도 하며, 때로는 과학조차 그런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경험주의는 설명보다 현실을 우선합니다.

아이작 뉴턴은 중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중력이 왜 작동하는지는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을 설명하는 척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남긴 "Hypotheses non fingo"라는 말은 이론을 거부한다는 뜻이 아니라, 알지 못하는 것을 안다고 말하지 않겠다는 뜻이었습니다.

데이비드 흄 역시 비슷한 태도를 보여 주었습니다. 사람들은 인과관계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흄은 우리가 실제로 관찰하는 것은 사건의 반복일 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는 불이 뜨거운 이유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가 아는 것은 불에 손을 대면 반복적으로 뜨거움을 경험한다는 사실뿐입니다. 흄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 주려고 했습니다.

토마스 쿤 역시 비슷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는 과학철학자들이 말하는 이상적인 과학자가 아니라 실제 과학자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했습니다. 그 결과 과학자들은 매일 자신의 이론을 반박하려고 노력하는 존재가 아니라, 대부분의 시간 동안 기존 이론을 전제로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태도가 과학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를 이해하는 방식에도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현실주의 정치학은 흔히 힘과 국익을 강조하는 이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주의의 출발점은 힘에 대한 찬양이 아닙니다. 현실주의자들은 먼저 국가들이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합니다. 그리고 그 관찰의 결과로 힘과 국익, 세력균형과 같은 개념에 도달합니다.

반면 이상주의는 국가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에 더 큰 관심을 가집니다. 물론 이상주의는 인권과 국제협력, 민주주의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이상이 현실보다 앞서기 시작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현실이 기대와 다르게 움직일 때 현실을 이해하려 하기보다 현실을 비판하기 시작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과학에서도, 정치에서도, 심지어 회의주의 운동에서도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사람들은 흔히 독단주의를 종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독단주의는 특정 종교나 이념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학도 독단주의가 될 수 있고, 정치도 독단주의가 될 수 있으며, 심지어 회의주의조차 독단주의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독단주의의 본질은 무엇을 믿느냐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독단주의의 본질은 자신이 가진 모델을 현실보다 우선하는 데 있습니다.

반대로 경험주의의 본질은 무엇을 믿느냐보다 현실과 자신의 생각이 충돌할 때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있습니다.

현실을 수정할 것인가, 아니면 자신의 생각을 수정할 것인가.

경험주의자는 후자를 선택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물론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사랑하고, 자신이 만든 이론을 지키고 싶어합니다. 경험주의 역시 완벽하게 달성할 수 있는 상태라기보다는 끊임없이 훈련해야 하는 태도에 가깝습니다.

어쩌면 경험주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지식이 아니라 겸손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이 자신의 생각보다 더 복잡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현실이 자신의 모델과 충돌할 때 현실을 먼저 바라보려는 것. 경험주의는 바로 그 태도에서 시작됩니다.

참고문헌

  1. Cohen, I. Bernard, and George E. Smith, eds. The Cambridge Companion to Newton.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02.
  2. Hume, David. An Enquir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Oxford: Oxford University Press, 2007.
  3. Kuhn, Thomas S. The Structure of Scientific Revolutions. 4th ed.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2012.
  4. Popper, Karl R. Conjectures and Refutations: The Growth of Scientific Knowledge. London: Routledge, 2002.
  5. Popper, Karl R. The Logic of Scientific Discovery. London: Routledge, 2002.
  6.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Empiricism." https://plato.stanford.edu/entries/empiricism/
  7.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David Hume." https://plato.stanford.edu/entries/hume/
  8.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Thomas Kuhn." https://plato.stanford.edu/entries/thomas-kuhn/
  9.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Scientific Realism." https://plato.stanford.edu/entries/scientific-realism/
  10. Newton, Isaac. The Principia: Mathematical Principles of Natural Philosophy. Translated by I. Bernard Cohen and Anne Whitman. Berkeley: University of California Press, 1999.
관련 태그:
← 정원 첫 화면으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