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 이야기가 나오면 종종 등장하는 고정관념이 있습니다. 바로 보수주의자는 무지하고, 진보주의자는 더 많이 알고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입니다. 인터넷 밈이나 대중문화 속에서도 이러한 이미지는 반복적으로 소비됩니다. 보수는 과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진보는 사실과 데이터를 중시한다는 식의 묘사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통념은 실제 데이터와 얼마나 일치할까요? 흥미롭게도 정치 지식을 직접 측정한 연구들은 생각보다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정치 지식은 측정할 수 있다
정치 지식은 개인의 일반 지능과는 다른 개념입니다. 정치 지식 연구에서는 보통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질문들을 평가지표로 사용합니다.
- 현재 대통령은 누구인가?
- 의회는 어느 정당이 다수당인가?
- 주요 국제기구의 역할은 무엇인가?
- 특정 정책은 어느 정당이 주로 지지하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적어도 사람들이 정치적 사실을 얼마나 정확히 알고 있는지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게 해줍니다. 만약 보수주의자가 정말 무지하다면, 이러한 조사에서 진보주의자에 비해 일관되게 유의미하게 낮은 점수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2012년 Pew 조사
2012년 Pew Research Center는 미국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정치 상식 퀴즈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공화당 지지자는 평균 12.6문항, 민주당 지지자는 평균 11.4문항을 맞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시 언론은 이를 두고 "공화당 지지자가 정치 지식이 더 높다"는 식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이러한 결과만 보면 "보수가 더 많이 안다"는 해석도 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한 번의 조사만으로 일반화된 결론을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최근 연구는 다른 그림을 보여준다
보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에 진행된 연구 결과들입니다. 2022년 Pew Research Center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국제정치와 관련된 12문항의 지식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질문에는 우크라이나 대통령, 미국 국무장관, 유로화 사용 국가, 주요 국제협정 등에 관한 내용이 포함되었습니다.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집단 | 평균 점수 (12점 만점) |
|---|---|
| 공화당 및 공화당 성향 무당층 | 6.5 |
| 민주당 및 민주당 성향 무당층 | 6.4 |
두 집단 간의 차이는 고작 0.1점이었습니다. 사실상 동일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이 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자가 더 무지하다는 증거도 없으며, 민주당 지지자가 더 많이 안다는 증거도 없습니다.
정치 지식 퀴즈는 어떤 문항을 선택하느냐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실제 2012년 Pew 조사에서도 공화당 응답자는 여러 정당·인물 문항에서 앞섰지만, 민주당 응답자가 더 높은 정답률을 보인 정책 문항도 있었습니다. 따라서 한 번의 퀴즈 결과를 정치 성향 전체의 지적 능력으로 곧장 일반화해서는 안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정당보다 관심의 정도였다
오히려 연구에서 더 흥미로운 결과는 다른 곳에서 나타났습니다. 정당 차이보다 정치적 관심과 이념적 몰입 정도가 더 큰 영향을 보였던 것입니다.
강한 보수 성향의 공화당원과 강한 진보 성향의 민주당원은 모두 높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양 정당의 온건파는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보였습니다. 즉 사람들의 정치 지식을 설명하는 중요한 변수는 보수냐 진보냐가 아니라 정치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느냐였던 것입니다.
왜 보수는 무지하다는 이미지가 생겼을까?
그렇다면 왜 "보수는 멍청하다"는 이미지가 널리 퍼져 있을까요? 여기에는 문화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국의 대학, 언론, 출판계는 전반적으로 진보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보수주의자는 종종 단순히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계몽되어야 할 대상으로 묘사되곤 했습니다. 마이클 무어의 《Stupid White Men》 같은 책 제목은 이러한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진보주의자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대중문화 속에서 보수주의자가 지적으로 열등한 존재처럼 묘사되어 온 것은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같은 정보를 보고도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정치적 갈등을 설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상대방이 무지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정치 지식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와 민주당 지지자는 대체로 비슷한 수준의 지식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문제는 지식의 양이 아닐 수 있습니다. 오히려 같은 정보를 보고도 서로 다른 부분에 주목하고, 서로 다른 위험을 인식하며,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정치적 차이를 설명하기 위해 반드시 상대방의 무지를 가정할 필요는 없는 것입니다.
결론
여기서 살펴본 정치 지식 조사들은 보수주의자가 특별히 더 무지하다는 통념을 뒷받침하지 않습니다. 2012년 조사에서는 공화당 지지자가 더 높은 평균 점수를 보였고, 2022년 국제 지식 조사에서는 양측이 거의 동일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다만 두 조사는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서로 다른 문항을 사용했으므로, 이것만으로 이념과 일반 지능의 관계까지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보수주의자가 더 똑똑하다는 뜻은 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적어도 "보수는 멍청하다"는 대중적 설명은 이 조사들로 뒷받침되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정작 설명해야 할 것은 보수의 무지가 아니라, 왜 동일한 현실을 바라보면서도 서로 전혀 다른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지 그 심층적인 가치관의 작동 메커니즘인지도 모릅니다.
참고문헌
- Pew Research Center. (2012). “What the Public Knows about the Political Parties.” 공화당·민주당 지지자의 17개 정치 지식 문항 성과 비교.
- Pew Research Center. (2012). What the Public Knows about the Political Parties. 평균 정답 수와 문항별 정당 차이를 담은 전체 보고서.
- Pew Research Center. (2022). “What Do Americans Know About International Affairs?” 미국 성인 3,581명의 12문항 국제 지식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