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많은 진보주의자들이 보수주의자는 불행할 것이라고 말해왔던 것과는 달리, 보수주의자가 자유주의자보다 더 행복하다는 조사는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왔습니다. 단순한 인상비평이 아닙니다. 미국의 여러 여론조사와 사회조사에서 보수주의자들은 자유주의자들보다 자신의 삶에 더 만족한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서도 공화당원과 보수주의자는 민주당원과 자유주의자보다 “매우 행복하다”고 답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다른 연구들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줍니다. 보수주의자는 삶의 만족도, 정신 건강, 삶의 의미감에서 자유주의자보다 더 높은 점수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현상을 두고 자유주의자들은 종종 보수주의자가 현실의 부조리를 덜 보기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합니다. 보수주의자가 기존 질서를 정당화하기 때문에 불평등과 고통을 덜 느끼고, 그래서 마음이 편하다는 식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보수주의자의 행복을 너무 얕게 해석한 것입니다.
보수주의자는 현실을 모른 척해서 행복한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삶의 기대 구조가 다릅니다. 보수주의자는 세상이 완벽하지 않다고 봅니다. 인간도 완벽하지 않고, 사회도 완벽하지 않으며, 고통과 불평등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고 봅니다. 그래서 삶의 목표를 완전한 정의나 완벽한 자기실현에 두지 않습니다.
보수주의자는 대체로 가족, 일, 신앙, 공동체, 책임, 질서 같은 전통적 기반에서 의미를 찾습니다. 이것은 화려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람을 안정시키는 힘이 있습니다. 매일 일하고, 가족을 돌보고, 약속을 지키고, 공동체 안에서 자기 역할을 감당하는 삶입니다. 보수주의자는 이런 평범한 구조를 억압으로만 보지 않습니다. 오히려 인간이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 주는 삶의 기둥으로 봅니다.
가족은 그중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결혼한 사람은 평균적으로 미혼자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보수주의자는 결혼과 가족을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낡은 제도로만 보지 않습니다. 책임과 안정, 소속감과 의미를 주는 제도로 봅니다. 가족 안에서 사람은 자기만을 위해 살지 않게 됩니다. 이것은 부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강한 의미의 원천입니다.
종교도 중요합니다. 종교는 단순한 교리 체계가 아닙니다. 종교는 공동체를 만들고, 고통을 해석하는 언어를 주고, 삶의 한계를 받아들이게 합니다. 보수주의자는 자유주의자보다 종교 활동에 더 참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교회나 종교 공동체는 고립을 줄이고, 사람에게 도덕적 방향과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합니다.
삶의 의미감에서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연구에 따르면 보수주의자는 자유주의자보다 자신의 삶에 의미와 목적이 있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단지 종교성 때문만은 아닙니다. 보수주의적 세계관 자체가 의미감과 연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보수주의자는 삶을 거대한 자기표현의 프로젝트로만 보지 않습니다. 맡은 역할을 감당하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습니다.
직업 만족에서도 비슷한 차이가 보고됩니다. 일반 사회 조사와 관련 자료에서는 자유주의자들이 보수주의자들보다 직업에 불만족한다고 말할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어떤 조사에서는 보수주의자의 53%가 자신의 직업을 사랑한다고 답한 반면, 자유주의자는 41%만이 그렇게 답했습니다. 퓨 리서치의 조사에서도 공화당원이 민주당원보다 직업 만족도가 약간 높게 나타난 적이 있습니다.
이 차이는 직업을 바라보는 태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보수주의자는 직업을 삶의 전부로 보지 않습니다.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을 책임지고, 사회 안에서 역할을 감당하는 수단입니다. 그래서 일이 완벽하지 않아도 삶 전체가 무너지지 않습니다. 일이 힘들어도 그것이 가족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는 과정이라면 의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반면 자유주의자는 직업에 더 많은 의미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이 나를 표현해야 하고, 회사가 나의 가치관과 맞아야 하며, 삶이 더 창조적이고 자유로워야 한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현재의 직업을 쉽게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이 아니다”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자기 일을 찾기도 합니다. 여행을 떠나기도 합니다. 새로운 도시로 옮기기도 합니다. 더 창조적이고 의미 있는 일을 찾아 나서기도 합니다. 물론 그중 일부는 성공합니다. 창업가가 되고, 예술가가 되고, 작가가 되고, 더 자유로운 삶을 얻기도 합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은 소수입니다. 성공한 사례는 눈에 잘 띄지만, 실패한 사람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직업은 완벽한 자기실현의 무대가 아닙니다. 직업은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을 책임지고, 사회 안에서 자기 몫을 감당하는 현실적 기반입니다. 보수주의자는 이 사실을 비교적 쉽게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평범한 직업 안에서도 의미를 찾고, 반복되는 일상 안에서도 만족을 찾습니다.
자유주의자는 성공한 소수의 사례를 보고 누구나 자기 삶을 새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는 실패한 다수의 현실도 봅니다. 모든 사람이 창업가, 예술가, 여행가, 독립 지식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행복은 회사를 떠나는 데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재의 자리에서 책임을 다하고, 그 안에서 작은 만족을 찾는 데 있습니다.
취미 생활에서도 비슷한 차이가 보고됩니다. 어떤 조사에서는 공화당원의 63%가 자신의 취미를 즐긴다고 답한 반면, 민주당원은 51%만이 그렇게 답했습니다. 보수주의자는 거창한 자기실현보다 평범한 즐거움에 더 쉽게 만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낚시, 정원 가꾸기, 운동, 교회 활동, 가족 모임, 지역 행사 같은 소박한 활동에서 만족을 찾습니다.
소득 만족에서도 차이가 나타납니다. 자유주의자는 같은 수준의 소득을 벌어도 보수주의자보다 자신의 소득에 덜 만족한다고 보고됩니다. 중간 소득층 안에서도 자유주의자가 자신의 소득에 전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할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또한 같은 소득을 벌고 중산층에 속해 있어도 자유주의자는 자신의 가족 소득을 평균 이하로 느낄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객관적 소득보다 주관적 비교가 더 크게 작동한다는 뜻입니다. 자유주의자는 자신이 가진 것보다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을 먼저 볼 수 있습니다. 보수주의자는 자신이 감당하고 있는 책임과 이미 가진 기반을 먼저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조건에서도 한쪽은 결핍을 보고, 다른 쪽은 안정성을 봅니다.
좋은 직장과 좋은 조직 문화도 반드시 자유주의적 세계관에서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책임, 신뢰, 성실성, 장기적 관계, 공동체 의식을 중시하는 보수적 기업 문화가 직원에게 더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자유주의적 기업이 평등과 포용을 말한다고 해서 실제로 더 좋은 직장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말보다 중요한 것은 임금, 안정성, 신뢰, 예측 가능성, 공정한 책임입니다.
자유주의적 조직은 좋은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다양성, 포용성, 자기실현, 창의성, 수평적 문화 같은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언어가 실제 직장 만족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내부 정치, 도덕적 감시, 정체성 갈등, 끝없는 문제 제기가 조직을 피곤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면 보수적 조직은 덜 세련되어 보일 수 있지만, 약속과 책임과 신뢰를 지키는 데 더 강할 수 있습니다.
보수주의자의 행복은 둔감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만족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보수주의자는 삶을 완벽한 자기실현의 무대로 보기보다, 책임을 감당하고 가까운 관계를 지키는 장으로 봅니다. 그래서 직업, 소득, 취미 같은 평범한 영역에서도 만족을 느끼기 쉽습니다.
자유주의자는 더 나은 삶을 찾아 움직입니다. 그 움직임이 때로는 혁신과 성공을 만듭니다. 그러나 성공한 사람은 언제나 소수입니다. 다수에게 필요한 것은 끝없는 이동이 아니라 안정된 기반입니다. 보수주의자는 이 점을 더 잘 압니다. 행복은 언제나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많은 경우 행복은 이미 맡고 있는 일, 이미 맺고 있는 관계, 이미 속해 있는 공동체 안에서 생깁니다.
이 차이는 정치 성향의 중요한 심리적 기반입니다. 자유주의자는 “왜 이것밖에 안 되는가”라고 묻습니다. 보수주의자는 “그래도 이것이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자는 끊임없는 이동과 불만을 만듭니다. 후자는 안정과 만족을 만듭니다.
물론 자유주의자 중에도 행복한 사람은 많습니다. 보수주의자 중에도 불행한 사람은 많습니다. 정치 성향 하나로 개인의 행복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평균적인 경향은 분명합니다. 보수주의자는 삶의 기존 구조 안에서 만족을 찾는 능력이 더 강합니다. 자유주의자는 기존 구조를 부족한 것으로 느끼고, 더 나은 곳을 찾아 나서려는 경향이 더 강합니다.
문제는 그 “더 나은 곳”이 실제로 존재하느냐입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존재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에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더 나은 회사, 더 나은 도시, 더 나은 관계, 더 나은 자아를 찾아 계속 움직이다 보면, 결국 현재의 삶을 살아낼 능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행복은 완벽한 세상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행복은 대개 불완전한 세상 안에서 생깁니다. 안정된 관계, 예측 가능한 일상, 의미 있는 역할, 책임을 감당했다는 감각에서 옵니다. 보수주의는 이 점에서 행복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합니다.
보수주의자는 인간과 사회의 불완전성을 받아들입니다. 세상은 완전히 공정하지 않을 것이고, 직업은 늘 즐겁지 않을 것이며, 가족은 때로 부담이 될 것이고, 공동체는 불편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서 살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 안에서 책임을 다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자유주의자는 현실을 바꾸어야 할 대상으로 봅니다. 불평등을 줄이고, 낡은 규범을 해체하고, 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이 태도가 삶 전체를 지배하면 사람은 쉽게 불행해집니다. 세상은 언제나 아직 충분히 정의롭지 않고, 아직 충분히 평등하지 않고, 아직 충분히 자유롭지 않기 때문입니다.
결국 보수주의자의 행복은 무지나 둔감함이 아닙니다. 그것은 삶을 바라보는 태도에서 나옵니다. 인간은 불완전하고, 사회도 불완전하고, 직업도 불완전하고, 가족도 불완전합니다. 그러나 그 불완전한 것들이 바로 삶의 기반입니다.
행복은 완벽한 자기실현을 찾아 떠나는 사람보다, 불완전한 현실 속에서 가족과 일, 공동체와 책임을 붙잡는 사람에게 더 자주 찾아옵니다. 보수주의자가 더 행복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참고문헌
- Paul Taylor·Cary Funk·Peyton Craighill, “Are We Happy Yet?”, Pew Research Center, 2006.
- Jaime L. Napier·John T. Jost, “Why Are Conservatives Happier Than Liberals?”, Psychological Science 19(6), 2008.
- Barry R. Schlenker·John R. Chambers·Bonnie M. Le, “Conservatives Are Happier Than Liberals, but Why? Political Ideology, Personal Agency, and System Justification”, Journal of Research in Personality 46(2), 2012.
- Arthur C. Brooks, Gross National Happiness: Why Happiness Matters for America—and How It Can Shake Up Our Government, Basic Books, 2008.
- Pew Research Center, “Republicans Still Happier Than Democrats”, Pew Research Center Social & Demographic Trends,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