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교를 비웃는 사람들도 무언가를 믿는다
보수주의자들은 자유주의자들보다 유대-기독교 전통에 더 가까운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 성경, 기도, 천국과 지옥 같은 주제에 더 익숙합니다. 그래서 리버럴 지식인들은 종종 보수주의자를 반지성적이라고 비판합니다. 종교를 믿기 때문에 현실을 보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전통 종교를 믿지 않는다고 해서 사람이 아무것도 믿지 않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다른 믿음이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스터튼이 지적했듯이, 전통적 신앙을 잃은 사람은 아무것도 믿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이든 믿는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여론조사도 이 점을 보여줍니다. 여러 조사에서 자유주의자들은 보수주의자들보다 유령, 영혼과의 교신, ESP, 텔레파시, 점성술, 환생, 채널링 같은 초자연적 현상을 믿을 가능성이 높게 나타납니다. 보수주의자가 천국과 지옥을 믿는다면, 자유주의자 중 일부는 유령, 전생, 심령술, 별자리, 영적 에너지를 믿는 식입니다.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도 비슷한 흐름을 보여줍니다. 미국 성인 다수는 최소 하나 이상의 뉴에이지 믿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조사 항목은 환생, 점성술, 심령술사, 자연물 안의 영적 에너지 같은 것이었습니다. 특히 자신을 “영적이지만 종교적이지는 않다”고 보는 사람들 가운데 이런 믿음이 높게 나타났습니다. 민주당 성향자들도 공화당 성향자보다 이런 믿음을 가질 가능성이 더 높았습니다.
이것은 흥미로운 역설입니다. 전통 교회에 다니는 보수주의자들은 오히려 점성술, 타로, 영매 같은 믿음을 경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경의 가르침과 충돌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제도권 종교를 낡고 비이성적이라고 보는 사람들 중 일부는 점성술, 수정의 에너지, 환생, 우주의 기운 같은 주제에 쉽게 끌립니다.
문제는 이중 기준입니다. 보수주의자가 기독교 신앙을 말하면 “반지성”이라는 비판을 받습니다. 그러나 리버럴 인사가 뉴에이지, 영성, 심리 치유, 직관, 에너지, 초월 의식 같은 말을 하면 그것은 “열린 사고”나 “대안적 세계관”처럼 포장됩니다.
로널드 레이건이나 조지 W. 부시가 종교적 언어를 사용하면 언론은 그것을 지적 결함처럼 다루었습니다. 공화당이 계시와 신앙에 기대어 진리를 판단한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존 애쉬크로프트의 오순절 신앙도 정치적 의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보수 정치인은 쉽게 신정국가를 꿈꾸는 사람처럼 묘사되었습니다.
반면 민주당과 리버럴 진영의 주요 인물들이 특이한 영적 관심을 보일 때는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셀레스틴 예언》 같은 뉴에이지적 세계관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딥팍 초프라 같은 영성 작가에게도 호감을 보였습니다. 초프라는 노화, 의식, 몸, 영혼, 차원 같은 주제를 신비주의적으로 설명한 인물입니다. 그런데 이런 관심은 보수 정치인의 기독교 신앙만큼 강하게 조롱받지 않았습니다.
빌 클린턴도 뉴에이지 성향의 인물들과 교류했습니다. 1994년 중간선거 패배 이후 그는 마리안 윌리엄슨, 진 휴스턴, 메리 캐서린 베이슨 같은 인물들과 만났습니다. 이들은 심리학, 영성, 신화, 자기 치유, 인간 잠재력 운동과 연결된 인물들이었습니다.
진 휴스턴은 특히 상징적인 인물입니다. 그는 인간 잠재력 운동과 뉴에이지 심리학 계열의 작가이자 강연가였습니다. 심리학, 신화, 영성, 의식 확장 훈련을 결합한 프로그램으로 알려졌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은 진 휴스턴의 도움을 받아 엘리노어 루스벨트나 간디 같은 역사적 인물과 상상 속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지지자들은 이를 유도 심상 또는 심리적 상상 훈련으로 설명했습니다. 회의주의자들은 이것을 뉴에이지식 심령주의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았습니다.
이 장면은 낸시 레이건 사례와 비교하면 더 분명해집니다. 낸시 레이건은 로널드 레이건 암살 미수 사건 이후 점성술사 조앤 퀴글리의 조언을 받았습니다. 대통령 일정과 외부 활동 시점을 정할 때 점성술적 조언이 참고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언론은 레이건 백악관을 미신에 의존하는 정권처럼 조롱했습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이 백악관에서 진 휴스턴의 지도를 받으며 엘리노어 루스벨트나 간디와 상상 대화를 했다는 이야기는 다르게 다루어졌습니다. 그것은 미신이라기보다 심리적 치유, 문학적 상상, 여성 지도자의 내면 작업처럼 설명되었습니다. 보수 진영의 점성술은 미신이 되고, 리버럴 진영의 영성 작업은 심리학이 되는 것입니다.
마리안 윌리엄슨의 사례도 중요합니다. 그는 단순한 영성 작가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기적수업》의 영향을 받은 자기계발·영성 작가였습니다. 사랑, 치유, 영적 각성, 집단적 트라우마 같은 언어를 정치 언어로 사용했습니다. 오프라 윈프리와 할리우드 리버럴 문화권에서 유명해졌고, 이후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 출마했습니다. 2024년에도 다시 민주당 경선에 도전했습니다.
이것은 뉴에이지적 언어가 민주당 정치의 주변부에만 머물지 않았다는 뜻입니다. 윌리엄슨은 영성 작가에서 대선 경선 후보로 이동했습니다. 보수 정치인이 같은 정도의 종교적 언어를 사용했다면, 언론은 훨씬 더 공격적으로 다루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앨 고어도 켄 윌버의 책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윌버는 불교, 인도철학, 심리학, 영성, 의식 진화를 결합한 사상가입니다. 그의 글은 몸, 영혼, 마음, 물질이 하나의 거대한 존재 질서 안에서 통합된다는 관점을 담고 있습니다. 이것은 전통 종교는 아니지만, 분명히 하나의 영적 세계관입니다.
최근에는 이런 현상이 정치 이념 자체로도 옮겨갔습니다. 컬럼비아대 언어학자 존 맥워터는 《Woke Racism》에서 현대 워키즘을 하나의 새로운 세속 종교로 설명했습니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일부 리버럴의 반인종주의는 단순한 정치 이념이 아닙니다. 원죄, 이단 심문, 파문, 회개, 구원 서사를 가진 종교처럼 작동합니다.
이 구조에서 “백인 특권”은 원죄처럼 다루어집니다. 정치적 올바름을 감시하는 사람들은 이단 심문관처럼 행동합니다. 교리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토론 상대가 아니라 파문당할 사람으로 취급됩니다. 캔슬 컬처는 현대적 파문의 형식이 됩니다. 신을 믿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피해자 정체성과 도덕적 순결성을 신성한 교리처럼 떠받드는 것입니다.
결국 핵심은 이것입니다. 보수주의자만 무언가를 믿는 것이 아닙니다. 리버럴도 무언가를 믿습니다. 다만 믿음의 대상이 다를 뿐입니다. 보수주의자는 교회, 성경, 전통, 신앙을 믿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버럴은 심리 치유, 영성, 직관, 에너지, 뉴에이지, 정치적 올바름의 교리에 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사회적 평가는 다르게 내려집니다. 보수주의자의 종교는 낡은 미신처럼 취급됩니다. 반면 리버럴의 신비주의는 세련된 영성이나 열린 사고처럼 취급됩니다. 보수주의자의 교회는 반지성으로 불립니다. 리버럴의 뉴에이지는 자기 탐구로 불립니다. 보수주의자의 신앙 고백은 위험한 정치 신념으로 의심받습니다. 리버럴의 영성 언어는 치유와 공감의 언어로 포장됩니다.
종교를 믿는다고 해서 자동으로 반지성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반대로 종교를 거부한다고 해서 자동으로 합리적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은 언제나 무언가를 믿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믿음이 무엇이며, 그것을 얼마나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느냐입니다.
리버럴이 보수주의자의 종교성을 비웃고 싶다면, 먼저 자신들이 믿는 것들도 돌아봐야 합니다. 유령, 전생, 점성술, 초월 의식, 에너지 치유, 뉴에이지 사상, 워키즘의 도덕 교리는 정말로 기독교 신앙보다 더 합리적인가. 아니면 세속 엘리트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다른 형태의 신앙일 뿐인가.
보수주의자의 종교만 미신이고, 리버럴의 영성은 지성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합리주의가 아니라 문화적 편견에 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