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뉴스에는 미사일이 날아가고, 전투기가 이륙하고, 해협이 봉쇄되며, 유가가 출렁이는 장면이 먼저 등장합니다. 그러나 실제 전쟁은 훨씬 오래전부터 시작됩니다. 현실을 외면한 외교,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뒤로 미룬 합의, 상대에게 돈과 시간을 제공한 정책이 오랫동안 쌓이다가 어느 순간 폭발하는 것입니다.
이란 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미국과 이란의 충돌을 단순히 트럼프의 문제로만 보면 본질을 놓치게 됩니다. 트럼프가 이란 문제를 처음 만든 것이 아니라, 이미 부풀어 오른 문제를 떠안았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그 문제의 중심에는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핵합의, 즉 JCPOA가 있었습니다.
오바마는 이란 문제를 외교로 해결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그는 이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니라 뒤로 미룬 것에 가까웠습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란 정권에 돈을 주고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난 뒤 미국은 다시 같은 문제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평화는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오바마가 믿었던 것은 힘이 아니라 규범이었습니다. 버락 오바마의 외교는 기본적으로 규범주의적이었습니다. 그는 국제정치를 힘과 억지의 문제로만 보지 않았습니다. 대화, 합의, 국제기구, 다자주의, 상호 존중의 규범을 통해 적대국도 관리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런 세계관에서 이란 핵합의는 오바마 외교의 상징이었습니다. 이란을 완전히 굴복시키는 대신, 국제 규범 안으로 끌어들이고, 일정한 제한을 받아들이게 하며, 그 대가로 제재를 완화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오바마 백악관은 이 합의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 경로를 차단한다고 홍보했습니다. (obamawhitehouse.archives.gov)
이 합의가 아무 의미 없었다고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JCPOA는 이란의 우라늄 농축, 원심분리기, 핵물질 보유량, 사찰 문제에 일정한 제한을 가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이란 문제 전체의 해결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핵 프로그램은 이란 문제의 일부였지만, 이란 문제의 본질은 이란 정권의 전략과 체제 그 자체였습니다.
오바마가 믿었던 것은 힘이 아니라 규범이었습니다
이란 핵협상은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란 핵 프로그램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의 우려 대상이었고, 미국과 유럽, 유엔은 제재를 통해 이란을 압박해 왔습니다. 경제 제재는 이란 경제에 큰 부담을 주었고, 결국 이란은 협상 테이블로 나왔습니다.
2013년 오바마 행정부와 이란 사이에서 잠정 합의가 이루어졌고,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그리고 이란이 참여하는 P5+1 협상이 진행되었습니다. 그 결과 2015년 JCPOA가 체결되었습니다. 이 합의의 기본 구조는 단순했습니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 일부를 제한하고 국제 사찰을 받아들이며, 그 대가로 미국과 국제사회는 제재를 완화하는 방식이었습니다.
2016년 1월에는 이른바 이행일이 도래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초기 의무를 이행했다고 확인하면서, 미국과 국제사회는 광범위한 제재 완화에 들어갔습니다. Brookings는 당시 오바마가 이행일, 미국인 수감자 석방, 그리고 미·이란 청구권 분쟁 해결이 거의 동시에 이루어진 것을 강한 외교의 성과로 설명했다고 정리한 바 있습니다. (brookings.edu)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오바마는 이것을 외교의 성과로 보았지만, 비판자들이 보기에는 위험한 거래였습니다. 핵 프로그램 일부를 제한하는 대신, 이란 정권은 경제적 숨통과 전략적 시간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이란 핵협상은 어떻게 진행되었는가
JCPOA가 이란에 제공한 가장 큰 이익은 제재 완화였습니다. 이란은 해외에 묶여 있던 자산에 다시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국제 금융과 석유시장에 다시 연결될 길을 얻었습니다. 당시 비판자들은 이란이 1,000억 달러 안팎의 동결자산에 접근할 수 있다고 우려했고, 미국 정부 쪽에서는 실제 즉시 사용 가능한 금액은 그보다 작다는 설명이 나왔습니다. Washington Post는 당시 미국 재무부와 국무부 관계자들이 실제 사용 가능 금액을 약 500억 달러 수준으로 보았다고 정리했습니다. (washingtonpost.com)
숫자를 어떻게 잡든 핵심은 변하지 않습니다. 오바마의 합의는 이란 정권에 대규모 자금 접근을 열어주었습니다. 그것이 미국 납세자의 돈이냐, 원래 이란의 동결자금이냐는 법적 구분은 물론 중요합니다. 그러나 정치적 효과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란 정권은 제재로 묶여 있던 경제적 공간을 회복했고, 정권 운용과 대외전략을 위한 숨통을 확보했습니다.
이란은 보통 국가가 아니었습니다. 혁명수비대, 탄도미사일, 헤즈볼라와 같은 대리세력, 시리아와 이라크와 예멘에서의 영향력 확대가 이란 체제의 핵심 전략이었습니다. 돈이 풀리면 그 돈이 이란 국민의 생활 개선에만 쓰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게 순진한 생각입니다. 돈은 정권의 전략적 선택지까지 넓힐 수 있습니다.
제재 완화는 이란에 돈을 열어주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오바마 행정부는 이란에 17억 달러를 지급했습니다. 행정부의 설명은 오래된 무기거래 분쟁의 해결이었습니다. 1979년 이란 혁명 이전, 이란이 미국 무기 구매를 위해 지급했던 돈과 그 이자 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입니다. Brookings도 이 17억 달러를 미국-이란 청구권 분쟁의 합의금으로 설명합니다. (brookings.edu)
그러나 문제는 지급 방식과 시점이었습니다. 4억 달러는 현금으로 전달되었고, 이 지급은 미국인 수감자 석방과 거의 같은 시점에 이루어졌습니다. 그래서 비판자들은 이것을 사실상 인질 석방과 맞물린 현금 지급으로 보았습니다. 당시 이 문제는 미국 정치권에서 큰 논란이 되었고, 공화당 의원들은 이를 위험한 선례라고 비판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것이 몸값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법적 분쟁을 해결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국제정치에서 중요한 것은 법률 문구만이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가 무엇을 배웠느냐입니다. 이란이 미국을 압박하면 돈과 양보를 얻을 수 있다고 보았다면, 미국이 이것을 외교라고 부르더라도 적대 정권은 그것을 약점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17억 달러 현금 지급의 정치적 의미
그러나 JCPOA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돈보다 시간에 있었습니다. 이 합의는 이란의 핵능력을 영구적으로 제거하지 않았습니다. 일정 기간 제한했을 뿐입니다. 이른바 일몰조항, 즉 시간이 지나면 핵심 제한이 사라지는 구조가 합의 안에 들어 있었습니다.
CFR은 JCPOA의 많은 제한에 만료 시점이 있었다고 정리합니다. 예를 들어 2016년 1월을 기준으로 10년이 지나면 원심분리기 관련 제한이 풀리고, 15년이 지나면 이란이 보유할 수 있는 저농축 우라늄 양에 대한 제한도 해제되는 구조였습니다. (cfr.org)
이것은 단순한 기술 조항이 아닙니다. 이것은 합의의 철학을 보여줍니다. 오바마 합의는 이란의 핵능력을 없앤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란의 핵능력을 일정 기간 냉동시킨 것입니다. 그리고 그 냉동 기간이 끝나면 이란은 더 넓은 핵 활동 공간을 갖게 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합의는 진정한 억제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억제란 상대가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을 치르게 된다는 확신을 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JCPOA는 이란에 다른 신호를 주었습니다. 제한을 받아들이면 돈이 풀리고, 시간이 지나면 제한도 약해진다는 신호였습니다. 이란은 굴복한 것이 아니라 기다리면 되는 구조를 받은 것입니다.
일몰조항: 합의 안에 들어 있던 시한폭탄
JCPOA는 이란 핵 프로그램의 일부를 제한했지만, 실질적인 억제 장치로는 약했습니다. 이란이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핵시설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핵개발을 계속할 경우 체제와 군사능력이 치명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입니다. 그러나 오바마의 합의는 그런 확신을 충분히 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란은 핵개발 의혹을 통해 협상력을 얻었고, 그 대가로 제재 완화와 자금 접근을 확보했습니다. 이것은 억제라기보다 보상에 가까웠습니다.
또한 합의는 탄도미사일 문제와 대리세력 문제를 충분히 묶지 못했습니다. 이란은 핵탄두만으로 위협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미사일, 드론, 혁명수비대, 헤즈볼라, 후티, 시리아와 이라크의 친이란 세력까지 포함한 복합적 위협을 사용하는 나라입니다. 그런데 JCPOA는 핵 프로그램의 일부 기술 요소를 관리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미사일과 지역 패권 전략은 별도의 문제처럼 남겨졌습니다.
그 결과 이란은 핵 문제에서는 시간을 벌고, 비핵 영역에서는 계속 압박을 가할 수 있었습니다. 종이 위의 합의는 있었지만, 상대의 전략적 행동을 바꾸는 억제는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이 오바마식 규범주의의 한계였습니다.
실질적 억제효과가 약했던 이유
이란 입장에서 JCPOA는 나쁜 거래가 아니었습니다. 이란은 핵 프로그램의 일부를 제한하는 대신 제재 완화를 받았고, 동결자금 접근을 얻었으며, 미국과 국제사회로부터 체제의 협상 상대 지위를 인정받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시간을 얻었다는 점입니다.
그 시간 동안 이란 정권이 변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오바마의 기대였지, 이란의 약속이 아니었습니다. 이란은 민주주의 국가로 변하지 않았고, 혁명수비대는 사라지지 않았으며, 탄도미사일 개발과 대리세력 네트워크도 해체되지 않았습니다. 합의는 있었지만 체제는 그대로였습니다.
더구나 일몰조항은 시간이 지나면 이란이 더 많은 핵 활동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었습니다. 이것은 이란에 “영구 포기”를 요구한 합의가 아니라, “일정 기간 참으면 된다”는 신호를 준 합의였습니다. 돈은 먼저 풀렸고, 제한은 나중에 약해지게 되어 있었습니다.
돈을 받고, 시간을 벌고, 제한은 사라진다
트럼프는 JCPOA를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이 합의가 핵 프로그램 일부만 다루었을 뿐, 미사일과 대리세력 문제를 그대로 남겼고, 장기적으로는 이란이 다시 핵무기 개발 능력을 회복할 수 있는 구조라고 주장했습니다. 실제로 JCPOA 비판의 핵심은 일몰조항, 미사일 문제, 대리세력 문제였습니다. (armscontrolcenter.org)
트럼프가 모든 문제를 잘 처리했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 역시 이란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이란 문제는 끝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더 복잡해진 문제였습니다. 돈은 이미 풀렸고, 제재 압박은 완화되었으며, 이란은 시간을 벌었습니다. 그리고 합의의 핵심 제한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평화가 아니라 청구서였습니다. 오바마는 외교적 성과를 남겼지만, 트럼프는 안보적 부담을 물려받았습니다.
트럼프가 받은 것은 외교가 아니라 청구서였습니다
오바마의 이란 정책을 비판할 때 중요한 것은 그가 전쟁을 원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는 전쟁을 피하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전쟁을 피하고 싶다는 의지가 전쟁을 막는 능력은 아닙니다.
평화는 상대가 선의를 공유할 때만 유지되는 것이 아닙니다. 평화는 상대가 공격하지 않는 것이 더 이익이라고 판단할 때 유지됩니다. 국제정치에서 규범은 힘을 보완할 수 있지만, 힘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오바마는 이란을 국제규범 안으로 끌어들이면 문제가 관리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란은 규범국가가 아니었습니다. 이란은 돈과 시간을 얻었고, 미국은 그것을 평화라고 불렀습니다. 그러나 돈과 시간은 평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적대 정권에게 주어진 전략적 공간입니다.
규범주의자가 덮어둔 전쟁 부담
JCPOA의 핵심 문제는 단순히 이란에 돈이 흘러갔다는 것이 아닙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 돈과 함께 시간이 주어졌고, 그 시간이 지나면 핵심 제한이 약해지는 구조였다는 점입니다.
오바마는 이란 문제를 해결한 것이 아닙니다. 그는 그것을 유예했습니다. 돈으로 유예했고, 합의문으로 유예했으며, 일몰조항으로 유예했습니다. 그 유예 기간 동안 이란이 변하기를 기대했지만, 이란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변한 것은 미국의 대통령이었고, 중동의 군사환경이었으며, 이란이 보유한 전략적 선택지였습니다.
결론: 오바마가 남긴 것은 해결이 아니라 유예였습니다
그래서 오늘의 이란 위기는 단순히 트럼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오바마식 규범주의가 남긴 청구서입니다. 돈과 시간을 받은 이란은 억제되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다시 같은 문제 앞에 섰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