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는 누구를 라이벌로 보는가: 정치성향에도 경쟁심과 서열감각의 차이가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다른 사람의 성공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지위를 의식할까요? 흔히 질투와 경쟁심은 누구에게나 비슷하게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동물행동학의 연구를 보면 같은 종 안에서도 다른 개체를 경쟁자로 인식하는 정도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사례가 개입니다. 개는 오랫동안 인간에 의해 서로 다른 행동 특성을 기준으로 선택교배되었습니다. 그 결과 외모뿐 아니라 두려움, 공격성, 훈련성, 사회성 같은 행동에서도 견종별 평균 차이가 나타납니다.
그렇다면 다른 개를 라이벌로 의식하는 성향에도 견종 차이가 있을까요?
C-BARQ가 측정한 ‘Dog Rivalry’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제임스 서펠과 연구진은 반려견의 행동을 체계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C-BARQ라는 설문도구를 개발했습니다. 초기 C-BARQ는 2003년 Hsu와 Serpell의 논문에서 타당성과 신뢰도가 검증되었고, 이후 문항과 하위척도가 확대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추가된 지표 가운데 하나가 Dog Rivalry입니다.
Dog Rivalry는 낯선 개에 대한 일반적인 공격성과 다릅니다. 같은 집에서 생활하는 친숙한 개가 음식, 장난감, 뼈, 휴식 장소와 같은 자원에 접근할 때 나타나는 위협적이거나 공격적인 반응을 측정합니다.
따라서 이것은 개가 인간처럼 복잡한 의미의 질투를 느끼는지를 묻는 검사가 아닙니다. 다른 개를 경쟁자로 의식하고, 상대가 자원에 접근할 때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행동으로 평가한 지표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점수가 모든 개에게 동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같은 견종 안에서도 개체차가 있지만, 견종별 평균을 비교하면 Dog Rivalry가 상대적으로 높은 견종과 낮은 견종이 나타납니다.
서펠과 더피는 2014년 알렉산드라 호로위츠가 편집한 《Domestic Dog Cognition and Behavior》의 「Dog Breeds and Their Behavior」에서 C-BARQ 자료를 이용해 여러 행동 특성의 견종 차이를 정리했습니다. 이후 유전체 연구에서는 30개 견종, 6,818마리의 C-BARQ 자료를 이용해 Dog Rivalry를 하나의 독립된 행동 표현형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에서는 Dog Rivalry와 주인 대상 공격성이 일부 공통 유전적 변이와 연관되는 결과도 나타났습니다.
이 결과를 “특정 유전자가 라이벌 의식을 결정한다”고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개의 행동에는 성장 환경, 사회화, 훈련, 보호자의 대응과 같은 요인도 크게 작용합니다. 다만 다른 개를 경쟁자로 인식하는 정도에 기질적 차이가 있으며, 강한 선택교배를 거친 개에서는 그 차이가 견종 수준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라이벌 의식은 질투와 같은 감정일까
한국어의 ‘질투’는 매우 복잡한 의미를 가집니다. 단순히 남이 가진 것을 부러워하는 것만으로는 보통 질투라고 하지 않습니다. 상대의 성공이나 관계를 불편해하고, 때로는 그것을 방해하거나 상대를 끌어내리고 싶은 감정까지 포함할 때 질투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질투는 단순한 반사반응이라기보다 여러 인지와 감정이 결합된 2차 감정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개의 Dog Rivalry를 곧바로 ‘질투’라고 번역하면 개가 인간과 같은 복합 감정을 느낀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원래 측정한 지표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거나, ‘라이벌 반응’ 또는 ‘경쟁자에 대한 민감성’ 정도로 이해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이 지표가 알려주는 것은 개가 질투한다는 사실이 아닙니다.
어떤 개는 다른 개가 자원에 접근해도 크게 반응하지 않지만, 어떤 개는 같은 상황을 즉시 경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단순히 학습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견종별 평균에서도 나타납니다.
인간에게도 라이벌 의식의 개인차가 있을까
인간은 개처럼 목적에 따라 폐쇄적으로 선택교배된 품종으로 나뉘지 않습니다. 따라서 개의 견종 차이를 인간 집단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인간에게 유전적·기질적 개인차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이유도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두려움, 호기심, 공격성, 사회적 비교, 지위에 대한 관심을 똑같이 느끼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람은 다른 사람의 성공을 자신과 무관한 일로 받아들입는다. 자신보다 부유하거나 유명한 사람이 있어도 별다른 감정이 생기지 않습니다. 반면 어떤 사람은 타인의 성공과 자신의 처지를 자동으로 비교합니다. 누가 더 인정받는지, 누가 더 많은 자원을 갖는지, 누가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지를 민감하게 관찰합니다.
이러한 차이에 성장 환경과 사회경제적 경험이 작용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동시에 성격과 행동의 다른 특성들처럼 부분적인 기질적 차이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개의 연구는 인간의 정치성향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다음과 같은 질문을 가능하게 합니다.
다른 사람을 라이벌로 인식하는 정도에도 인간의 안정적인 개인차가 있으며, 그 차이가 정치성향과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Cato 보고서가 측정한 지표
2019년 Cato Institute와 YouGov는 미국 성인 1,700명을 대상으로 부, 빈곤, 노동과 사회이동에 관한 전국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는 심리학에서 사용하던 문항을 기초로 구성한 두 개의 지표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Dispositional Envy Index, 즉 DEI입니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은 문항에 대한 응답을 종합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너무 쉽게 성공하는 것을 보면 좌절감을 느낀다.”
“이웃의 성공은 솔직히 나를 불쾌하게 한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열등하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Resentment of High Achievers Index, 즉 RHAI입니다. 이 지표에는 다음과 같은 문항이 포함되었습니다.
“매우 성공한 사람이 가끔 실패하는 것을 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항상 남보다 잘되는 사람도 실패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아무 잘못이 없어도 매우 성공한 사람은 한두 단계 끌어내릴 필요가 있다.”
보고서가 이 지표를 envy와 resentment라고 불렀다고 해서 반드시 한국어의 복합적인 ‘질투’와 동일하다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측정 문항만 놓고 보면 타인의 성공을 자신과 비교하고, 상대의 우월한 위치에 불편함을 느끼며, 경우에 따라 상대의 지위 하락을 바라는 성향을 측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우선은 보고서가 붙인 지표명을 그대로 사용하고, 그 심리적 의미는 신중하게 해석하는 편이 타당합니다.
리버럴과 보수주의자 사이에 나타난 차이
Cato 조사에서 강한 리버럴은 강한 보수주의자보다 DEI와 RHAI의 여러 문항에 더 높은 동의율을 보였습니다.
“일부 사람들이 너무 쉽게 성공하는 것을 보면 좌절감을 느낀다”는 문항에 동의한 비율은 강한 리버럴이 48%, 강한 보수주의자가 25%였습니다.
“매우 성공한 사람이 가끔 실패하는 것을 보는 것은 좋은 일이다”라는 문항에서는 강한 리버럴 44%, 강한 보수주의자 20%가 동의했습니다.
“아무 잘못이 없어도 매우 성공한 사람은 한두 단계 끌어내릴 필요가 있다”는 문항에서는 각각 30%와 14%였습니다.
이 결과를 곧바로 “리버럴은 질투가 많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지나친 해석입니다. 특히 젊은 응답자들이 두 지표에서 더 높은 점수를 보였기 때문에 세대와 연령 효과가 정치성향 차이에 일부 섞였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나 측정된 결과 자체는 분명합니다.
미국의 강한 리버럴은 강한 보수주의자보다 타인의 성공에 좌절감을 느끼거나 성공한 사람이 실패하고 지위가 낮아지는 것에 동의하는 응답을 더 많이 선택했습니다.
이를 넓은 의미의 라이벌 의식과 연결할 수 있는지는 아직 검토가 필요합니다. 다만 타인의 성공을 자신과 관련된 상향 비교로 받아들이는 정도에서 정치성향별 차이가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자료라고는 할 수 있습니다.
동물행동학에서 서열은 가치관이 아니다
여기서 또 하나 구분해야 할 개념이 서열입니다.
동물행동학에서 지배서열은 “불평등한 사회가 바람직하다”는 가치판단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반복되는 상호작용을 통해 누가 누구에게 우위를 갖는지가 형성되고, 개체들이 자신의 순위와 상대의 순위를 파악하여 행동하는 사회적 구조를 말합니다.
서열이 형성되면 개체들은 매번 물리적으로 싸우지 않고도 누가 먼저 자원에 접근하고 누가 양보할지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서열은 반복되는 우위와 복종 관계에서 나타나는 집단 수준의 구조입니다.
이 의미의 서열의식은 사회적 불평등에 찬성하는 태도와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기존 제도의 직책과 권한을 쉽게 인정하지만, 누가 자신보다 위에 있는지를 끊임없이 확인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평등을 강조하는 사람도 자신이 속한 집단 안에서는 누가 지도자인지, 누구의 승인이 필요한지, 누가 후보가 될 차례인지에 매우 민감하게 행동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서열을 인정하는 것과 서열을 의식하는 것은 같은 현상이 아닙니다.
기계정치는 정치적 서열의 한 형태다
미국 정치에서 기계정치는 당의 보스와 지역 책임자, 활동가, 유권자가 수직적으로 연결된 조직이었습니다. 상위 지도부는 공직, 일자리, 복지, 후원과 정치적 기회를 배분하고, 하위 조직은 충성과 표를 제공했습니다.
기계정치의 핵심은 단순한 부정부패가 아닙니다. 누가 자원을 나눠줄 권한을 가졌으며, 누구의 추천과 승인을 받아야 후보가 되고 공직을 얻을 수 있는지가 조직 내부에서 명확하다는 점입니다. 동물행동학의 용어를 직접 적용할 수는 없지만, 구조만 보면 안정된 지도자–추종자 관계와 자원배분의 서열을 가진 조직입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도시 정치기계였던 뉴욕의 태머니홀과 시카고의 정치기계는 민주당과 결합해 성장했습니다. 특히 시카고에서는 1930년대 이후 강력한 민주당 기계가 형성되었고, 리처드 데일리 시대에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뉴딜기의 도시 정치기계들도 연방 자금과 지역 후원망을 민주당 표로 전환하는 역할을 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과거의 전형적인 정치기계는 공무원제도와 복지국가의 발전, 선거운동 방식의 변화로 상당 부분 약화되었습니다. 그러나 후보 발굴, 조직의 지지 선언, 노동조합과 시민단체의 동원, 정치자금과 경력의 배분처럼 기계정치와 유사한 기능은 다른 형태로 남을 수 있습니다.
민주당에 이러한 문화가 공화당보다 더 많이 남아 있는지는 별도의 실증적 비교가 필요합니다. 다만 민주당이 역사적으로 대도시 정치기계와 밀접하게 결합해 발전했다는 사실은 오늘날의 조직문화에도 일정한 흔적을 남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리스 후보 결정은 무엇을 보여주었나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은 민주당 경선을 통해 대부분의 대의원을 확보했지만, 7월 21일 후보직에서 물러나면서 카멀라 해리스를 지지했습니다.
이후 민주당의 주요 정치인과 대의원들이 빠르게 해리스에게 결집했습니다. 형식적으로는 당 지도부가 해리스를 일방적으로 임명한 것이 아니라 대의원들이 온라인 호명투표를 했습니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대통령 후보 경선은 열리지 않았습니다.
2024년 8월 1일부터 5일까지 진행된 가상 호명투표에서 해리스는 참여 대의원 표의 99%인 4,567표를 얻어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되었습니다. 바이든의 사퇴와 지지 선언, 주요 당 지도자들의 결집, 대의원들의 투표까지 모든 과정이 약 2주 안에 진행되었습니다.
이 사례를 민주당 유권자 개개인의 서열의식에 대한 증거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당내 주요 인사들이 방향을 제시하고 대의원과 조직이 빠르게 결집하는 민주당의 강한 조직 조정 능력은 보여주었습니다.
평등과 참여를 강조하는 정치이념을 가진 집단도 실제 정당 운영에서는 분명한 내부 권위와 승인 체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자기 집단 밖의 대통령이나 제도적 권위에는 강하게 저항하면서도, 자기 당 내부의 지도자와 조직적 결정에는 신속하게 따를 수도 있습니다.
이는 서열이념과 서열행동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라이벌 의식이 강하면 서열에도 민감할까
개의 Dog Rivalry와 인간의 정치행동을 직접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하나의 가설은 세울 수 있습니다.
다른 개체를 경쟁자로 강하게 의식하는 동물은 상대가 어떤 자원을 갖고 있으며 자신과 어떤 관계에 있는지를 민감하게 파악해야 합니다. 경쟁에는 상대적 위치에 관한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에게도 비슷한 차이가 있다면 라이벌 의식이 강한 사람은 다음과 같은 문제에 더 민감할 수 있습니다.
누가 자신보다 더 성공했는가.
누가 조직에서 더 높은 위치에 있는가.
누구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가.
누가 집단을 대표할 자격을 가졌는가.
누가 지도자의 신뢰를 받고 있는가.
이런 사람은 공식적으로 평등을 지지하면서도, 자신이 속한 집단의 내부 서열에는 매우 민감할 수 있습니다. 외부 집단의 권위는 인정하지 않지만 내집단의 지도자와 승인 체계에는 철저하게 따를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다른 사람을 자신의 직접적인 라이벌로 크게 의식하지 않는 사람은 기존의 제도적 권위를 비교적 쉽게 인정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높은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패배나 열등함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보수주의자의 권위 인정은 강한 서열욕구의 결과가 아니라, 오히려 경쟁적 비교가 약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아직은 하나의 가설이다
현재 자료만으로 “리버럴은 유전적으로 라이벌 의식과 서열의식이 강하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개는 오랜 선택교배를 통해 견종별 행동 차이가 크게 확대된 동물입니다. 인간은 개처럼 행동 특성을 기준으로 명확한 품종분화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또한 Cato 조사는 자기보고식 횡단면 조사이므로 정치성향이 특정 심리를 만들었는지, 특정 심리를 가진 사람이 그 정치성향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기계정치의 역사와 정당의 후보 결정 방식 역시 개인의 기질을 직접 측정한 자료가 아닙니다. 조직의 역사와 제도, 선거법, 지지기반이 만들어낸 결과일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지금 말할 수 있는 결론은 제한적입니다.
개에게는 같은 집의 다른 개를 경쟁자로 인식하는 정도에 개체차와 견종별 평균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의 Cato 조사에서는 강한 리버럴이 강한 보수주의자보다 타인의 성공에 대한 좌절과 성공자의 몰락에 동의하는 응답을 더 많이 보였습니다.
미국 민주당은 역사적으로 도시 기계정치와 밀접하게 결합했으며, 오늘날에도 위기 상황에서 지도부와 대의원이 빠르게 결집하는 강한 조직 조정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세 가지 사실 사이에 공통된 심리적 기반이 있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연구할 가치가 있는 질문은 남습니다.
인간에게도 다른 사람을 라이벌로 인식하는 기질적 차이가 존재하며, 그 차이가 정치성향과 내집단 서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닐께?
이 질문에 답하려면 정치성향별로 일반적인 사회적 비교 성향만 측정해서는 부족합니다. 타인의 성공을 자신의 경쟁으로 받아들이는 정도, 내집단 지도자의 지위를 파악하고 따르는 정도, 외집단의 권위를 인정하는 정도를 각각 분리해 측정해야 합니다.
그런 연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이것은 결론이 아니라 가설입니다. 다만 개의 행동 연구가 보여주듯, 모든 개체 같은 사회적 감정을 똑같은 강도로 가진다고 전제하는 것 역시 과학적인 태도는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