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주의자들은 대체로 높은 세금을 옹호합니다. 특히 부유한 사람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들에게 세금은 단순한 재정 수단이 아닙니다. 세금은 불평등을 줄이고,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는 도덕적 장치처럼 말해집니다.
그래서 겉으로 보면 진보주의자들이 세금 문제에서 더 엄격할 것처럼 보입니다. 높은 세금을 주장하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세금 회피나 세금 사기를 더 강하게 비난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보수주의자들은 세금에 불평이 많고, 작은 정부를 주장하므로 세금 문제에서 더 느슨할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실제 조사 결과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세금 인상 옹호와 납세 도덕성의 모순
Pew Research Center의 도덕성 조사에 따르면, 세금 신고에서 모든 소득을 보고하지 않는 행위를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본 비율은 보수주의자가 더 높었습니다. 보수주의자의 86%는 세금 속이기를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보았습니다. 반면 진보주의자 중에서는 68%만이 그렇게 답했습니다.
이 차이는 작지 않습니다. 세금을 더 많이 걷어야 한다고 말하는 쪽이, 정작 세금 속이기를 도덕적으로 잘못된 일이라고 보는 비율에서는 더 낮게 나타난 것입니다. 반대로 세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 보수주의자들이 실제 세금 납부의 도덕성에서는 더 엄격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것은 진보주의자들이 모두 세금을 속인다는 뜻이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세금에 대한 도덕적 태도에서는 흥미로운 모순이 나타납니다. 진보주의자들은 세금 인상을 도덕의 언어로 말하지만, 개인이 세금을 정직하게 내야 한다는 문제에서는 보수주의자보다 느슨한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세금에 대한 태도 차이
이런 차이는 진보주의자들의 도덕관과도 연결됩니다. 진보주의자들은 도덕을 절대적 규범이라기보다 상황과 맥락 속에서 판단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세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가가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요구하는 것은 정의로운 일이라고 보면서도, 개인이 세금 신고에서 어느 정도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은 심각한 도덕 문제로 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면 보수주의자는 세금 자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세금 인상에 반대하고, 정부 지출을 비판하며, 국가가 개인의 재산을 과도하게 가져가는 것을 경계합니다. 그러나 일단 법으로 정해진 세금이라면 그것을 정직하게 내야 한다는 규범 의식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세금을 싫어하는 것과 세금을 속이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진보주의의 도덕 언어는 모순을 드러냅니다. 세금은 사회정의라고 말하지만, 세금 납부의 정직성은 상대화합니다. 부자 증세는 도덕적 의무라고 말하지만, 개인의 세금 회피나 누락에는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입니다. 결국 세금은 남에게 요구할 때는 도덕이지만, 자기 문제로 돌아오면 기술적 문제나 해석의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버럴 정치 엘리트들의 세금 논란 사례
실제 사례도 있습니다.
찰리 랭글은 민주당 하원의원이었고,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이었습니다. 세법을 다루는 핵심 위치에 있던 인물입니다. 그러나 그는 도미니카공화국 별장 임대 소득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은 문제 등으로 윤리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하원 윤리위의 징계를 받았습니다. 세법을 만드는 위치에 있던 사람이 자기 세금 문제에서는 느슨했던 것입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재무장관 후보였던 팀 가이트너도 세금 문제로 논란이 되었습니다. 그는 국제통화기금 근무 시절 일부 세금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고, 이후 약 3만 4천 달러의 세금 문제를 정리했습니다. 재무장관은 국가의 세금과 재정을 관리하는 자리입니다. 그런 자리에 지명된 사람이 자기 세금 문제로 논란을 일으켰다는 점은 상징적이었습니다.
톰 대슐도 비슷합니다. 그는 오바마 행정부의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였지만, 운전기사와 차량 제공 혜택을 소득으로 제대로 신고하지 않아 12만 달러가 넘는 세금 문제를 일으켰고 결국 지명을 철회했습니다. 정부 역할 확대와 복지 확대를 말하던 인물이 정작 자기 세금 문제에서는 허술했던 것입니다.
존 케리의 요트 등록 논란도 자주 거론됩니다. 케리는 부유층 증세에 우호적인 민주당 정치인이었지만, 고가의 요트를 매사추세츠가 아니라 세금 부담이 낮은 로드아일랜드에 등록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케리 측은 세금 회피 목적이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부자 증세를 말하는 정치인이 자기 재산에는 낮은 세금 구조를 활용했다고 보았습니다.
워런 버핏과 엘 샤프턴의 모순
워런 버핏의 사례도 흥미롭습니다. 버핏은 부자들이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고 말해온 대표적인 인물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미국 세법의 구조상 막대한 자산 증가분에 비해 매우 낮은 실효세율을 적용받어 왔습니다. 이것이 불법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문제는 합법이라는 데 있습니다. 부자 증세를 말하는 사람이 정작 현행 세법의 가장 큰 수혜자 중 하나였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정치적 상징성을 갖게 되었습니다.
앨 샤프턴도 세금 문제로 여러 차례 논란이 되었습니다. 그는 사회정의와 인종 평등을 말해온 진보 성향의 민권운동가입니다. 그러나 그와 그의 단체는 세금 체납과 세금 유치권 문제로 반복적으로 보도되었습니다.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인물이 자기 세금과 단체 회계 문제에서는 반복적으로 논란을 일으킨 것입니다.
이런 사례들은 하나의 공통된 질문을 던집니다. 높은 세금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세금을 더 정직하게 내는가. 부자 증세를 도덕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자기 소득과 재산 앞에서도 같은 도덕 기준을 적용하는가.
결론: 세금이라는 이름의 도덕 시험대
물론 보수주의자들에게도 세금 문제는 있습니다. 어느 정치 집단이든 세금 회피, 회계 문제, 위선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보주의의 자기 이미지입니다. 진보주의자들은 자신들을 더 공적이고, 더 이타적이며, 더 사회정의에 민감한 사람들로 묘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금 인상도 그런 도덕적 우월감의 언어로 제시됩니다.
그러나 세금의 도덕은 남에게 더 내라고 요구하는 데서 완성되지 않습니다. 진짜 도덕은 자기 세금 앞에서 드러납니다. 남의 부를 세금으로 더 가져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러나 자기 소득을 정직하게 신고하고, 자기 재산에 대해 불리한 세법도 받아들이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 점에서 보수주의자와 진보주의자의 차이는 단순한 세율의 차이가 아닙니다. 보수주의자는 세금 자체에는 비판적일 수 있지만, 법과 규범에 대한 의무감은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반면 진보주의자는 세금을 도덕적 언어로 옹호하지만, 실제 세금 납부의 정직성에서는 더 상대주의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세금은 결국 도덕의 시험대입니다. 정치 구호에서는 누구나 정의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금 신고서 앞에서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 드러납니다. 높은 세금을 주장하는 것이 곧 높은 도덕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때로는 세금을 싫어하는 사람이 세금을 더 정직하게 낼 수도 있습니다.
진보주의의 문제는 세금을 너무 도덕적으로 말한다는 데 있습니다. 세금이 정의라면, 세금 납부 역시 정의여야 합니다. 부자 증세가 도덕이라면, 자기 세금 신고도 도덕여야 합니다. 그러나 조사와 사례들은 진보주의자들이 이 두 문제를 일관되게 연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세금은 남에게 요구할 때만 도덕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자기에게 불리할 때도 도덕이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높은 세금을 말하는 진보주의의 언어는 정의가 아니라 자기모순에 가까워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