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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인 샌더스: 정의로운 교육은 왜 벌링턴 칼리지와 함께 파산했나


진보적 대안교육의 기치를 내걸었던 벌링턴 칼리지가 총장 제인 샌더스 재임기 당시 무리한 부동산 매입, 자녀 소유 목공소 특혜 계약, 그리고 기부금 약정 액수 조작 의혹을 거쳐 파산에 이른 비극을 조명하며 회계를 무시한 이상주의와 이념적 위선을 고발합니다.

정의로운 교육은 왜 파산했나: 벌링턴 칼리지와 버니 샌더스 가족의 현실주의

이상주의적 교육기관의 등장

"벌링턴 칼리지"는 설립 초기부터 결코 평범한 고등교육기관이 아니었습니다. 이 학교는 1970년대 미국 전역을 휩쓴 반문화(Counter-culture) 혁명과 진보적 대안교육 운동의 연장선에서 탄생한 초소형 강소 사립대학이었습니다. 규격화된 교실 공간을 거부하고, 맹목적인 성적 상대평가 서열화 대신 교수와 학생의 일대일 피드백을 중시하며,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자신의 커리큘럼을 디자인해 나가는 탈권위주의적 배움의 성지를 지향했습니다.

이러한 실험적 기치와 혁신적인 이미지들은 현대 진보 진영의 낭만주의적 교육 상상력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대형 주립 대학의 기계적인 취업 훈련 기능과 삭막한 입시 경쟁 구도에 반기를 들고, 학생 개개인의 자유로운 비판적 지성과 사회적 책임감, 그리고 연대와 평화를 가르치는 공동체 배움터를 세우겠다는 기획은 누구나 솔깃할 정도로 고결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현실의 교육 서비스 기관은 숭고한 이념의 언어만으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아무리 급진적인 대안 대학이라 할지라도 학생을 지속적으로 충원해야 하고, 등록금을 수납해야 하며, 교수와 행정 스탭들에게 매달 월급을 주어야 하고, 물리적 교사 건물을 유지·보수해야 하며, 재단 대출금 원리금 상환 계획과 복식 부기 회계를 철저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특히 자산 기반이 취약한 지방 군소 대학일수록 재정 충격에 극도로 취약합니다. 교육관의 선량함이 자산 운용의 무능과 경영의 부재를 변호해 주는 방패가 될 수는 없습니다.

벌링턴 칼리지가 겪은 참담한 몰락의 서막은 바로 이 이상주의적 기치와 경영 현실의 괴리에서 배태되었습니다.

제인 샌더스의 총장 취임과 정경유착의 그늘

2004년 벌링턴 칼리지 이사회는 학교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총장으로 제인 샌더스(Jane Sanders, 당시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의 부인)를 임명했습니다. 당시 벌링턴 칼리지는 재학생 수가 200명 미만에 불과한 영세한 규모였으며, 가짜 학위 수여 파문 등으로 재정적·운영적 위기가 엄습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이사진이 제인 샌더스를 낙점한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는 다름 아닌 상원의원 남편의 정치적 인맥과 브랜드가 거액의 발전 기금 모금에 지렛대가 될 것이라는 실리적 계산이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교육이라는 공공 영역이 정파적인 권력의 그림자에 기댈 때 발생하는 흔한 도덕적 해이를 암시합니다. 위기에 봉착한 대학이 학술적 역량의 제고나 정교한 경영 혁신보다 권력자의 인맥과 평판이라는 외부에 기대기 시작할 때,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이사회의 경영 판단 능력은 마비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이는 훗날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도화선이 되었습니다.

대안교육이라는 미명과 비정상적 현실 경영

벌링턴 칼리지가 주창한 진보적 선언들은 화려했습니다. 학생들이 더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적 내일을 기획하도록 독려한다는 선언문은 수려했으나, 실제 학교의 내부 경영 상태는 이러한 구호와 기괴하게 모순되었습니다.

이 작은 대안 학교의 연간 등록금과 학비는 2만 3천 달러를 호가할 만큼 매우 비싼 편이었습니다. 저소득층을 위한 교육 대안을 표방하면서도 정작 고액의 학비를 징수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실한 학사 관리로 인해 6년 이내 졸업률은 고작 22% 수준에 머물렀으며, 중도 탈락률이 30%를 상회했습니다.

정의롭고 따뜻한 교육을 전면에 내세웠음에도, 학생들이 비싼 학비를 감당하다 중도 하차하고 학교는 적자 늪에 허덕이며 졸업생들의 학위 가치는 바닥을 쳤다면, 과연 이 교육의 정당성은 어디서 찾아야 하겠습니까. 현실적인 대책과 실무 능력이 결여된 이상주의는 결국 그 구조에 참여한 선량한 학생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금융 부채와 시간 낭비라는 직접적 재앙으로 되돌아옵니다.

가족 비즈니스로 흘러간 학교 자금

벌링턴 칼리지의 몰락 과정에서 가장 거센 사회적 비판을 받았던 쟁점은 다름 아닌 대학 재정 자금이 총장 친인척의 사설 영리 사업체로 유입되는 전형적인 "이해충돌"이자 사리사욕의 수단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실제 벌링턴 칼리지는 2009년 외부 영리 교육 법인인 버몬트 목공 학교(Vermont Woodworking School)와 독점 교육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목공 학교는 다름 아닌 제인 샌더스 총장의 친딸인 카리나 드리스콜(Carina Driscoll)이 설립하고 소유한 사설 영리 업체였습니다. 당시 대학 이사회 내부에는 목공 프로그램을 개설해야 할 타당성 분석이나, 더 저렴하고 우수한 교육 시설을 찾기 위한 공모 및 입찰 심사 과정이 완전히 생략되어 있었습니다.

이 계약 이후 벌링턴 칼리지는 총장의 딸이 운영하는 사설 목공소에 재료비와 작업대 임대료 명목으로 첫해에만 56,000달러를 송금했고, 2010년에는 133,000달러, 2012년에는 182,000달러로 지출액을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나갔습니다. 대학 회계 자료에 의하면 벌링턴 칼리지가 총장의 딸이 운영하는 목공 학교에 넘겨준 프로그램 위탁료와 시설 임대료 등은 도합 50만 달러가 넘었습니다.

재정이 고갈되어 파산 직전에 내몰린 비영리 교육기관이, 총장의 직권과 독점적 의사결정을 통해 총장 친딸의 영리 사업체로 수십만 달러의 학교 자금을 우회 지원하는 형태의 거래는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세탁될 수 없는 전형적인 부패의 문법입니다.

자신들이 주도하는 거래는 '공동체적 협동 프로그램'이고 상대방의 거래는 '추잡한 족벌 비리'라고 주장하는 이중성은 진보 이념이 숨겨왔던 해묵은 도덕적 최면입니다.

쿠바 해외 연수 프로그램과 진보적 낭만주의의 모순

제인 샌더스 체제의 벌링턴 칼리지는 미국의 강성 좌파 진영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쿠바 정부와의 외교 및 교류 프로그램을 대대적으로 선전했습니다. 제인 샌더스 총장은 임기 중인 2007년 쿠바를 직접 방문해 하바나 대학과 학생 교환 학술 프로그램을 출범시켰으며, 쿠바 공산 정권의 의장 리카르도 알라르콘 등 권력 핵심 인사들과 면담을 나누며 자신의 정치적 선명성을 과시했습니다.

이는 매우 아이러니한 희극입니다. 표현의 자유, 토론의 다양성, 탈권위를 생명으로 여긴다는 대안 대학이, 지구상에서 언론의 자유와 야당 결성의 권리가 가장 가혹하게 탄압받는 일당 독재 공산 국가의 국립 교육 시스템을 '인간 중심적 대안 모델'이라고 찬양하며 홍보했기 때문입니다.

진보주의적 선택적 낭만주의는 언제나 멀리 있는 공산 독재 체제의 강압성에는 기묘할 정도로 침묵하고 관대하며, 자신들이 누리는 자유민주주의 국가 내부의 자본 거래에는 엄격하고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댑니다. 이 모순적 감수성이야말로 이념 교육이 유포해 온 지적 위선의 실체입니다.

무리한 캠퍼스 부지 매입과 파산의 종착역

벌링턴 칼리지를 회생 불가능한 파산 파국으로 밀어 넣은 최후의 결정타는 제인 샌더스 총장이 주도한 1,000만 달러 규모의 무리한 도심 캠퍼스 부지 매입이었습니다. 그녀는 학교의 외형을 확장해 대외적인 명성을 쌓고자 천주교 교구 소유의 레이크 샴플레인 강변 부동산을 대출을 끼고 매입하는 모험을 강행했습니다.

당시 벌링턴 칼리지는 1년 예산이 400만 달러 안팎에 불과한 영세한 규모였습니다. 연간 예산의 2.5배가 넘는 초고위험 부동산 투자를 단행한 셈입니다. 이 무모한 거래 배후에는 버니 샌더스가 평소 '투기꾼이자 자본가의 하수인'으로 규탄해 왔던 토착 부동산 재벌 토니 포멀로(Tony Pomerleau)가 있었습니다. 포멀로는 제인 총장을 대행해 교구와의 협상을 직접 조율하고, 거래 성사를 돕기 위해 50만 달러의 브릿지론 대출까지 알선해 주었습니다. 샌더스 가문이 대중 앞에서는 척결해야 할 적폐로 묘사하던 자본가가, 사적으로는 그들의 치적을 돕는 은밀한 조력자 역할을 한 것입니다.

거래를 성사시키기 위해 제인 샌더스는 은행 측에 '200만 달러의 확실한 개인 기부금 약정서'가 확보되어 있다고 소명하며 대출을 집행했습니다. 그러나 추후 감사 결과, 해당 기부 약정서 중 상당수는 사망하지도 않은 기부자의 유증 예정액을 확정 금액으로 조작하거나 기부 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사람들의 이름을 임의로 도용한 가짜 문서였음이 밝혀져 FBI와 연방 검찰의 대대적인 금융사기 수사 대상으로 떠올랐습니다.

결국 이 무모한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벌링턴 칼리지는 극심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6년 최종 폐교 및 청산 처분을 받았습니다.

결론: 책임 없는 이념과 무너진 배움터

제인 샌더스 총장은 이사회의 사퇴 권고에 따라 학교를 떠나며 20만 달러의 거액의 황금 낙하산(퇴직 합의금)을 받아 챙겼습니다. 책임자인 총장 가문은 두둑한 퇴직금과 상원의원의 명성을 유지하며 안전하게 탈출했지만, 남겨진 교수들은 하루아침에 직장을 잃었고 학생들은 학적부가 증발해 인근 대학으로 흩어지는 재앙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했습니다.

이 비극적인 파산사는 진보적 이념 집단이 주도하는 사업의 공통된 결말을 보여줍니다. 그들의 구호는 언제나 찬란하고 아름답습니다. 하지만 실패의 책임을 지는 것은 명분을 외치던 이념 선동가들이 아니라, 그 말을 믿고 삶을 의탁했던 평범한 조직 구성원들과 서민들입니다.

아무리 숭고한 가치를 주창할지라도 복식 부기 장부의 "회계"와 차가운 경영 현실을 이겨낼 수는 없습니다. 회계를 무시한 이상주의는 결국 타인의 자산을 낭비하고 구성원들을 나락으로 모는 무책임한 도덕적 허영에 불과합니다.

구호는 정의였으나 결과는 파산이었습니다. 이것이 벌링턴 칼리지와 버니 샌더스 가족이 남긴 현실주의의 마지막 교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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