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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정치 운동은 어떻게 가족 사업이 되는가


기성 정치권의 돈과 특권을 비판하며 혁명을 외친 버니 샌더스가 정작 본인의 선거 캠페인과 가족, 측근이 소유한 외주 컨설팅 회사 및 비영리 재단을 통해 거액의 정치 자금을 집행하고 책을 상품화한 현실적 이중성을 비평합니다.

정치 운동은 어떻게 가족 사업이 되는가: 버니 샌더스와 정치 자금의 현실주의

반자본주의 정치도 돈이 필요하다

"버니 샌더스"는 미국 정치권에서 돈의 영향력을 가장 매섭고 일관되게 비판해 온 정치인입니다. 그는 대선 후보 토론회나 상원 청문회장에서 월스트리트의 거대 투기 자본, 세금을 포탈하는 억만장자, 초국적 기업, 그리고 거대 정치행동위원회(Super PAC)와 로비스트의 검은 자금이 미국 서민들의 대의 민주주의를 근본적으로 왜곡하고 있다고 공격했습니다. 그의 정치적 매력과 대중적 광풍 또한 바로 이 지점, 즉 자신을 부유한 기부자와 기성 정치 세력의 야합에 맞서는 '유일하게 깨끗하고 가난한 정치가'로 포지셔닝한 것에서 기인했습니다.

그러나 현실의 정치란 결코 고결한 선언만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수천만 표를 움직이는 현대의 전국 선거 캠페인은 각 지역의 선거 사무실 임대료, 현장 상근 스탭들의 급여, 천문학적인 TV·라디오·온라인 광고비, 여론조사 비용, 홍보 컨설팅, 미디어 대행사 수수료, 지지자 데이터베이스 관리 등 천문학적인 자금을 집행해야 하는 거대한 상업 산업(Industry)입니다. 정치가가 강단에서 아무리 반자본주의 혁명을 부르짖을지라도, 그 혁명을 전파하는 선거운동의 기계적 작동 방식은 철저히 돈과 계약, 수수료와 이윤에 기반한 고도의 시장 논리로 굴러갑니다.

샌더스의 정치 여정이 보여주는 참신함 이면의 그늘은 바로 이 지점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는 타인의 "정치 자금"을 부패의 원인으로 지목했으나, 본인의 선거 자금 주변에서도 부인과 측근, 불투명한 외주 컨설팅 법인, 패밀리 비영리 재단, 그리고 유령 대행사를 거치며 가족의 호주머니로 환류되는 교묘한 정경유착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역시 자본 정치를 극복한 초월자가 아니라, 그 정치 자금 생태계의 규칙을 누구보다 능숙하게 활용한 현실주의 플레이어였습니다.

첫 번째 패턴: 공직 권력과 가족 고용의 은밀한 결합

샌더스의 화려한 공직 이력은 1981년 벌링턴 시장 선거에서 단 10표 차이로 신승을 거두며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장에 당선되어 공적 행정 권력을 확보하자마자, 공적인 권위와 사적인 연인 관계를 결합시키는 전형적인 족벌 정치의 전조가 나타났습니다.

샌더스는 시장 취임 직후 당시 본인의 연인이자 훗날 부인이 되는 제인 드리스콜(Jane Driscoll, 당시 성)을 벌링턴 시의 핵심 유급 기관인 '청소년 사무소(Youth Office)'의 소장으로 긴밀히 임명했습니다. 당초 무급 자원봉사 명분으로 시작된 이 직책은 얼마 지나지 않아 시 예산이 투입되는 유급 공직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당시 이 자리는 별도의 공채 공고나 공정한 경쟁 심사 절차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비공식적 내정이었고, 다른 일반 시민 지원자들에게는 정보조차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두 사람이 정식으로 결혼하고 시 예산으로 제인의 연봉이 인상되자 시의회를 중심으로 노포티즘(Nepotism, 친인척 특혜 채용) 논란이 거세게 일었습니다.

이러한 논란은 비단 지방 자치단체 수준의 도덕성 문제를 넘어, 이념 정치 권력이 작동하는 중요한 내적 구조를 암시합니다. 정치가들은 공공의 복지와 기득권 타파라는 거창한 대의명분으로 군중의 지지를 얻어 권력을 쟁취합니다. 그러나 일단 그 고지를 점하고 나면, 시 행정망과 소속 산하 단체를 통해 예산과 일자리가 양산됩니다. 이때 권력자는 가장 먼저 자신의 사적인 이너서클이자 가장 신뢰하는 가신인 가족을 그 공적 예산의 수혜 주체로 밀어 넣습니다.

민주주의의 감시 시스템이 미작동할 때, 공적 권력은 이렇듯 사적인 친족 비즈니스로 전락하게 됩니다.

두 번째 패턴: 선거 캠페인 자금과 가족 법인의 내부 거래

샌더스가 연방 정계(워싱턴 D.C.)로 진출하여 상·하원의원 선거를 반복해 치르게 되자, 이 가족 중심의 수입 구조는 더 정교하게 진화해 선거 대행 계약 체계로 편입되었습니다.

실제 샌더스 의원 측은 2000년 하원의원 선거를 앞두고 본인의 집을 주소지로 등록하여 '샌더스 & 드리스콜 LLC(Sanders & Driscoll LLC)'라는 사설 영리 컨설팅 법인을 신설했습니다. 이 법인은 이후 '리더십 전략(Leadership Strategies)', '진보적 미디어 전략' 등의 명의로 번갈아 활동하며 샌더스의 국회의원 선거 캠프로부터 각종 홍보 기획료와 마케팅 컨설팅 비용 명목으로 선거 자금을 지급받았습니다.

현대 선거 정치에서 정치 자금의 유출은 매우 교묘하게 이루어집니다. 후보자 개인이 정치 후원금을 사적으로 유용하면 즉시 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지만, 그 자금을 선거 기획이나 광고 대행, 인쇄물 제작이라는 '외주 계약' 형태로 합법적인 영리 법인에 지급하면 법망을 우회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대행 계약을 맺은 회사의 실소유주가 후보자의 직계 가족이나 배우자라면, 지지자들이 보낸 후원금은 고스란히 후보자의 가계 소득으로 환류되는 효과를 낳습니다.

샌더스 캠프는 이에 대해 "가족들이 선거캠프의 실무를 직접 맡아 헌신적으로 일했기에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컨설팅비로 청구한 것뿐"이라고 해명해 왔습니다. 친인척 고용이나 가족 법인 계약 자체가 미국 선거법상 무조건적인 불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기성 의원들의 푼돈 거래나 기업 연계를 세금 착취이자 부패로 맹비난해 온 샌더스의 칼날 같은 잣대를 본인에게 적용한다면, 본인의 가정집 안으로 굴러들어 온 후원금의 흐름을 더욱 엄밀하고 투명하게 밝혔어야 마땅합니다. 현실은 정반대로 캠페인 보고서나 공시 서류상으로 그 구체적인 자금 지출 흐름이 모호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세 번째 패턴: 미디어 구매라는 회색지대와 '올드 타운 미디어'

선거 자금 집행에서 가장 거대한 액수가 세탁 및 은닉되는 블랙박스가 바로 "미디어 구매" 영역입니다. 전국 단위 대선을 치르기 위해 공중파 방송과 인터넷 포털에 수천만 달러의 광고를 내보낼 때, 캠프는 대행사를 거쳐 광고 지면을 구매하게 됩니다. 통상적인 미국 정계 광고 대행 업계에서는 약 15% 내외의 수수료가 중개인 몫으로 지급됩니다. 즉, 1,000만 달러 규모의 광고를 대행하면 앉은 자리에서 150만 달러의 합법적인 대행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엄청난 노다지입니다.

이 미디어 구매 수수료는 계약 주체 간의 사적 이윤으로 남기 때문에,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의 일반 공시 자료에는 단지 '대행 법인 앞 광고비 지출 총액'으로만 묶여 표시될 뿐, 그 대행사 내부에서 어떤 로비스트나 친인척이 수수료 지분을 갈라 먹었는지는 철저한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샌더스의 2016년 민주당 대선 경선 캠페인 역시 이 투명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제인 샌더스가 미디어 광고 구매나 마케팅 대행 업무에 관한 전문적 이력이 없었음에도 샌더스 캠프의 광고 구매 승인 및 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고, 샌더스 가문의 최측근들이 깊이 개입해 설립한 '올드 타운 미디어 LLC(Old Towne Media LLC)'라는 소규모 광고 대행사로 거액의 돈이 유입되었습니다. 이 회사는 웹사이트도 없고 뚜렷한 실제 사무실 주소도 등록되지 않은 전형적인 유령 외주 회사 성격을 띠고 있었습니다. 실제 샌더스 대선 캠프의 지출 공시 내역을 보면 올드 타운 미디어를 통해 집행된 광고 구매 자금만 최소 8,300만 달러에 달했습니다.

이것이 소액 기부 혁명의 쓰라린 이면입니다. 수많은 대학생과 청년 노동자들이 "자본정치 타파"를 꿈꾸며 하루 점심값을 아껴 27달러씩 보냈던 그 성스러운 소액 기부금의 태반이, 결국에는 실체가 불분명한 유령 광고 법인과 측근들의 중개 수수료 주머니 속으로 흘러 들어간 것입니다. 구호는 자본주의 비판이었으나, 실제 자금 집행 방식은 철저한 자본주의적 대행업의 룰을 따른 셈입니다.

네 번째 패턴: 패밀리 비영리 재단을 통한 브랜드의 사유화

샌더스의 정치 비즈니스는 선거철이 끝난 비수기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2016년 경선 패배 이후 설립된 '샌더스 연구소(Sanders Institute)'라는 비영리 501(c)(3) 학술 단체가 이를 상징합니다.

비영리 재단은 미국 정치인들이 합법적으로 자신의 정치적 명성을 유지하고, 연설료나 강연료를 수납하며, 세금 혜택을 받는 후원금을 모금하는 훌륭한 저수지입니다. 이 단체의 초대 상임이사로 임명된 인물은 샌더스의 의붓아들 데이비드 드리스콜(David Driscoll)이었으며, 그는 연간 약 10만 달러 규모의 유급 보수를 지급받았습니다. 이 역시 표면적으로는 공공 정책 연구를 위한 진보 씽크탱크의 역할을 내세웠으나, 실상은 선거가 없는 시기에도 기부금을 지속적으로 유치해 샌더스 가문 자녀들에게 월급을 보장해 주는 우회 경로가 되었습니다.

정치인의 자녀가 자격이 있다면 비영리 재단에서 일하고 합당한 급여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샌더스가 상원의원 청문회에서 보수 재단이나 대기업 장학 재단의 친인척 이사직 채용을 두고 "기득권 카르텔의 파렴치한 일자리 대물림"이라고 맹폭하던 논리와 명백하게 상충됩니다.

자신들이 설립한 재단에서 자녀들에게 지급하는 연봉 10만 달러는 '진보 교육의 숭고한 보수'이고, 상대 진영의 연봉은 '불로소득이자 세금 포탈'이라는 이중적 태도가 바로 이념 정치가 가진 도덕적 이중잣대입니다.

다섯 번째 패턴: 책 장사와 혁명의 완벽한 상품화

샌더스를 순식간에 다주택 백만장자의 반열에 올려놓은 일등 공신은 베스트셀러 작가로의 변신이었습니다. 그는 2016년 경선 이후 쓴 에세이들이 불티나게 팔려 막대한 인세를 거두어들였고, 이를 비판하는 여론을 향해 "누구든 책을 써서 베스트셀러가 되면 백만장자가 될 수 있으며, 이것이 미국식 자본주의의 장점 아니냐"며 난데없는 자본주의 옹호론자로 돌변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베스트셀러 등극 비결에는 자율적인 서점 시장의 원리만 작동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샌더스의 대선 캠프 조직은 선거 모금 자금을 출판사에 지불하고 그의 책을 벌크(대량)로 사들인 뒤, 일정 금액 이상을 기부한 후원자들에게 리워드로 끼워 파는 형태의 선거 자금 회전을 단행했습니다.

즉, 지지자들의 후원금을 이용해 자신의 저서를 강제로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고, 그 대량 구매를 통해 발생하는 인세 소득은 작가인 버니 샌더스 개인의 사적 은행 계좌로 고스란히 축적되는 합법적 부의 이전 구조가 작동한 것입니다.

이로써 "혁명"이라는 숭고한 가치는 시장에서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매력적인 지식 상품으로 완벽하게 번역되었습니다. 자본주의 타파를 외치는 분노의 에너지가 지지자들의 모금액으로 변하고, 그 모금액이 책 구매를 거쳐 후보자 개인의 부동산 구매 자금(인세)으로 세탁되는 이 자금 순환 구조야말로 현대 정치 브랜드 마케팅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론: 소액 기부의 도덕적 마취

대중은 종종 돈이 들어오는 통로의 청렴함이 돈이 나가는 통로의 투명성까지 보증할 것이라는 심각한 착각에 빠집니다. "1%의 부자가 아닌 99%의 서민들이 보낸 깨끗한 돈이니 집행도 깨끗할 것"이라는 믿음이 대중적 감시망을 무디게 만듭니다.

하지만 소액 기부자들의 27달러 역시 8,000만 달러라는 거대 예산으로 뭉쳐지는 순간, 영리 대행업자들의 사리사욕과 수수료 분할, 그리고 후보자 친인척들의 월급 명세서 속으로 흩어지게 됩니다. 유입의 순수함이 유출의 공정함을 담보해 주지는 않습니다.

버니 샌더스의 세 번째 현실주의는 바로 '돈과 정치의 분리 불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은 채 자신만은 무결한 투사인 것처럼 굴었던 도덕적 위선에 있습니다.

혁명에도 사무실 임대료와 스탭들의 급여는 필요하며, 반자본주의 포스터를 인쇄하는 데도 인쇄소 자본가의 기계가 필요합니다. 대중의 분노를 조직해 권력을 얻고 그 과정에서 친인척들이 대물림해 가며 실리를 챙기는 모습은, 샌더스가 그토록 혐오하던 워싱턴 기득권층의 탐욕스러운 생존 방식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일치합니다.

구호는 화려한 체제 전복의 혁명이었지만, 내부 작동 방식은 철저히 가족 중심의 고수익 정치 산업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은밀한 비즈니스의 조종간에는 언제나 그의 가족들이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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