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니 프리츠커는 돈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하얏트 호텔로 대표되는 프리츠커 가문의 일원이었고, 이미 미국에서 손꼽히는 억만장자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이 왜 미국 상무부 장관 자리를 받아들였을까요. 장관 연봉 때문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명예 때문만도 아니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 사례는 초거대 자산가에게 공직이 어떤 방식으로 경제적·사회적·정치적 가치를 만들어주는지를 보여줍니다.
오바마와의 인연과 상무부 장관 임명
페니 프리츠커는 오바마와 오래된 시카고 인맥이었습니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시카고에서 오바마를 만났고, 오바마의 연방상원 선거 자금을 모았으며, 2008년 대선에서는 오바마 캠프의 전국 재정위원장을 맡았습니다. 즉 그는 단순한 지지자가 아니라 오바마 정치 경력의 초기부터 함께한 핵심 후원자였습니다.
오바마가 대통령이 된 뒤, 프리츠커는 결국 상무부 장관으로 지명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상무부 장관이라는 자리가 단순한 행정직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상무부는 미국의 무역, 투자, 산업정책, 경제통계, 특허와 상표, 기술정책과 밀접한 부처입니다. 당시 상무부 자료는 프리츠커를 미국의 "chief commercial advocate", 즉 미국의 대표적인 상업 외교 담당자로 설명했습니다. 그는 취임 첫해 19개국을 방문했고, 네 차례의 무역사절단을 이끌었습니다.
일반인이 이런 자리에 오른다면 얻는 것은 주로 명예, 공직 경력, 정책 경험, 퇴임 후의 강연이나 자문 기회일 것입니다. 물론 그것도 큰 이득입니다. 그러나 프리츠커 같은 사람에게는 의미가 다릅니다. 그는 이미 거대한 자산, 기업 네트워크, 투자 플랫폼, 가문의 이름을 갖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상무부 장관직은 월급을 받는 자리가 아니라, 기존 자산과 네트워크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자리였습니다.
첫 번째 가치: 이해충돌 해소와 세법상 자산 재편
가장 직접적인 경제적 쟁점은 자산 정리 문제입니다. 고위 공직자는 이해충돌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기업 지분이나 관련 자산을 처분해야 할 수 있습니다. 프리츠커는 상무부 장관 지명 과정에서 수많은 기업 지분과 직책을 정리해야 했습니다. 공개 자료에 따르면 그는 221개 회사 지분을 매각하고, 하얏트 이사회와 시카고 교육위원회를 포함한 158개 조직에서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일반인에게 이런 제도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팔아야 할 수백 개의 기업 지분도 없고, 정리해야 할 거대한 투자 포트폴리오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초거대 자산가에게는 다릅니다. 공직 윤리 때문에 자산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은 부담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보유 지분을 정리하고, 이해충돌 위험이 있는 자산을 처분하고, 새로운 자산구조로 재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미국 세법의 Section 1043 제도가 중요해집니다. 이 제도는 고위 공직자가 이해충돌 해소를 위해 자산을 매각할 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양도소득세 납부를 유예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것은 흔히 말하는 세금 면제가 아니라 과세 이연입니다. 그러나 초거대 자산가에게 과세 이연은 결코 작은 혜택이 아닙니다. 세금을 즉시 내지 않고 그 금액만큼 다시 운용할 수 있다면, 그것 자체가 막대한 금융상 이익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프리츠커가 실제로 어떤 자산에 대해 얼마만큼의 세금 이연 혜택을 받았는지는 별도의 자료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그가 장관직으로 수억 달러의 세금을 피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그러나 구조 자체는 분명합니다. 일반인에게는 의미가 거의 없는 공직자 자산매각 제도가, 거대한 자산을 보유한 사람에게는 매우 실질적인 경제적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가치: 독점적 정보와 상업 외교 네트워크
상무부 장관직의 두 번째 가치는 정보와 네트워크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정보란 불법적인 내부정보를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장관으로서 세계 각국 정부, 글로벌 기업, 무역기구, 투자자, 산업정책 담당자들과 공식적으로 만나는 경험 자체가 무형자산입니다. 프리츠커는 장관이 되기 전에도 사업가였지만, 장관직을 거친 뒤에는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라 미국 경제정책의 최상층을 경험한 인물이 되었습니다.
이 차이는 퇴임 후에도 남습니다. 프리츠커는 퇴임 후 PSP Partners와 관련 투자회사들을 이끌었고, PSP Partners 공식 소개도 그가 2013년 6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오바마 행정부의 상무부 장관을 지냈다고 설명합니다. 장관직이 그의 투자 활동에 직접적인 보상을 제공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장관 경력이 그의 기존 사업 경력에 정책 경험, 국제적 위상,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해준 것은 분명합니다.
세 번째 가치: 문화 후원 가문에서 정치 명문가로의 상승
세 번째 가치는 가문의 위상입니다. 프리츠커 가문은 이미 문화적 명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프리츠커 건축상은 1979년 제이 프리츠커와 신디 프리츠커가 설립한 상으로, 세계 건축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상 가운데 하나로 여겨집니다. 이 상은 프리츠커 가문을 단순한 호텔 재벌이 아니라 문화와 예술을 후원하는 가문으로 보이게 했습니다.
그러나 문화적 명성과 정치적 권력은 다릅니다. 프리츠커 건축상이 가문의 이름을 세계 문화계에 각인시켰다면, 페니 프리츠커의 상무부 장관 임명은 그 가문을 미국 국가권력의 중심부와 연결시켰습니다. 돈 많은 가문이 문화적 후원을 통해 존경을 얻고, 정치 후원을 통해 권력의 내부로 들어가는 과정이 여기서 드러납니다.
이후 프리츠커 가문은 정치적으로도 더욱 눈에 띄는 가문이 되었습니다. 페니 프리츠커의 동생 J.B. 프리츠커는 2019년부터 일리노이 주지사로 재임하고 있습니다. 페니의 장관직이 곧바로 J.B.의 정치 경력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프리츠커 가문 전체가 단순한 부자 가문을 넘어 민주당 정치권의 주요 가문으로 자리 잡은 것은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결론: 가진 돈을 권력과 영향력으로 바꾸는 문법
결국 페니 프리츠커가 상무부 장관이 되고 싶었던 이유를 단순히 “명예욕”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자리는 그에게 여러 층위의 가치를 제공했습니다. 첫째, 이해충돌 해소라는 명분 아래 대규모 자산을 정리하고 재편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둘째, 세법상 과세 이연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셋째, 세계 각국 정부와 글로벌 기업을 만나는 공식적 네트워크를 얻었습니다. 넷째, 퇴임 후 투자 활동에 활용될 수 있는 정책 경험과 국제적 신뢰를 확보했습니다. 다섯째, 프리츠커 가문은 문화 후원 가문에서 국가 정책 엘리트와 연결된 정치 가문으로 한 단계 올라섰습니다.
일반인에게 상무부 장관직은 공직 경력입니다. 그러나 프리츠커 같은 초거대 자산가에게 그것은 훨씬 더 복합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같은 자리에 앉아도, 빈손으로 들어가는 사람과 거대한 자산을 들고 들어가는 사람이 얻는 것은 다릅니다. 페니 프리츠커의 상무부 장관직은 바로 그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그가 장관직을 통해 불법적인 이익을 얻었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반대입니다. 이 모든 과정은 대부분 합법적 제도와 공적 절차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바로 그 점 때문에 더 흥미롭습니다. 미국식 엘리트 권력은 노골적인 뇌물보다 훨씬 세련된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돈은 정치인을 키우고, 정치는 후원자에게 명예와 네트워크와 제도적 기회를 제공합니다. 그리고 그 결과 부와 권력은 다시 서로를 강화합니다.
페니 프리츠커가 상무부 장관이 되고 싶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이미 가진 돈을 더 높은 차원의 권력과 영향력으로 바꿀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