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체육은 다보스식 엘리트 담론이 좋아할 만한 거의 모든 요소를 갖춘 상품이었습니다. 기후와 건강, 동물복지, 식량안보를 말하면서 동시에 투자 수익과 특허, 신기술을 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계경제포럼의 슬라이드에서 이상적이었던 이 산업은 실제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벽에 부딪혔습니다. 이 글은 그 괴리를 사례로 정리합니다.
대체육은 도덕과 자본이 같은 방향을 가리키는 상품이었다
대체육의 매력은 서로 다른 언어를 하나로 묶었다는 데 있습니다. "지구를 구하자"는 도덕의 언어와 "새로운 성장산업을 만들자"는 투자의 언어가 한 상품 안에서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고기 소비를 바꿔야 한다는 규범, 축산을 줄여야 한다는 규범,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규범, 동물복지를 개선해야 한다는 규범을 대체육이라는 하나의 산업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대체육은 다보스가 이상적으로 여길 만한 산업이 되었습니다.
다보스식 사고는 현실보다 규범을 앞세운다
다보스식 사고의 핵심은 현실주의보다 규범주의에 가깝습니다. 세상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먼저 보기보다,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지를 먼저 선언합니다. 탄소는 줄어야 하고, 고기 소비는 바뀌어야 하며, 농업은 지속 가능해야 하고, 소비자는 더 윤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는 식입니다. 이 명분들은 모두 그럴듯합니다.
현실주의자는 여기서 몇 가지를 더 묻습니다. 소비자는 정말 그것을 원하는가, 가격은 맞는가, 농민은 버틸 수 있는가, 기존 식량 시스템을 흔들어도 되는가, 그 변화의 비용은 누가 지고 이익은 누가 가져가는가. 규범은 회의장의 슬라이드에서 완결되지만, 식품은 소비자의 식탁에서 검증됩니다.
세계경제포럼은 대체단백질을 기후 해법이자 투자처로 제시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대체단백질을 식품 트렌드가 아니라 기후와 건강, 투자 수익의 언어로 다뤘습니다. 2019년 WEF는 옥스퍼드 마틴 스쿨 연구를 인용해 육류 소비의 일부를 대체단백질로 바꾸면 식품 관련 온실가스 배출과 사망률을 줄일 수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2021년 글은 더 노골적이어서, 제목부터 "대체단백질은 식품을 변화시키고 기후변화를 완화하며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문장에서 대체단백질은 환경운동의 대상이 아니라 기후 명분과 투자 논리가 결합된 산업으로 제시됩니다. 지구를 구한다는 명분과 새로운 성장산업이라는 투자 논리가 한 문장에 담기는 것, 이것이 다보스식 사고의 전형입니다.
대체육 담론은 고기를 취향에서 정책 대상으로 바꿨다
고기는 원래 단백질이자 문화이자 취향이고 가족 식사의 일부였습니다. 그런데 기후정책의 언어가 식탁으로 들어오면서 고기는 메탄과 토지 사용, 물 사용, 건강 위험, 동물복지의 문제로 재정의되었습니다. 이때 대체육은 편리한 해법처럼 보였습니다. 사람들에게 고기를 끊으라고 설득하는 대신 고기처럼 보이는 대체품을 주면 된다는 논리였습니다.
그러나 이 전환은 단순하지 않습니다. 무엇을 먹을지는 가장 사적인 생활 영역인데, 대체육 담론은 바로 그 영역을 기후정책과 투자전략의 대상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Beyond Meat: 기후 명분이 강해도 시장은 제품을 본다
Beyond Meat는 한때 대체육 산업의 상징이자 2019년 월스트리트의 스타였습니다. 주가는 한때 239.71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소비자 심리 악화와 수요 부진으로 고전했습니다. 2025년 미국의 식물성 고기 대체품 소매 판매는 냉장 제품 기준 17.2%, 냉동 제품 기준 8.1% 줄었고, 2026년에도 Beyond Meat는 약한 수요를 이유로 시장 기대보다 낮은 매출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기후 명분이 아무리 강해도 소비자는 가격과 맛, 식감, 건강 이미지, 가공식품에 대한 불신을 함께 봅니다. 소비자는 다보스의 슬라이드가 아니라 제품을 먹습니다.
맥도날드 McPlant: 미국 소비자는 식물성 버거를 찾지 않았다
맥도날드는 Beyond Meat와 협력해 식물성 버거 McPlant를 개발하고 샌프란시스코와 댈러스-포트워스 지역의 약 600개 매장에서 시험했습니다. 그러나 충분한 수요를 얻지 못했고, 맥도날드는 미국에서 이 프로그램을 중단했습니다. 맥도날드 미국 사업 책임자는 미국 소비자들이 맥도날드에서 식물성 단백질 제품을 찾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기업도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제품은 유지하지 못합니다. 시장은 규범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배양육은 식물성 대체육보다 더 어려운 원가 문제를 안고 있다
식물성 대체육도 시장에서 고전했지만 배양육은 더 어려운 문제입니다. 배양육은 동물세포배양으로 고기를 만들겠다는 기술인데, 동물세포배양은 원래 값싼 식품을 만들던 기술이 아니라 항체 의약품이나 EPO 같은 단백질 의약품을 만들던 고비용 바이오공정입니다. 세포를 키우려면 아미노산과 당, 비타민, 무기질, 성장인자, 지질, 산소를 담은 배지가 필요하고, 오염을 막는 멸균과 냉각·교반·산소공급·CO₂ 제거·바이오리액터도 필요합니다.
Garrison 등의 2022년 분석은 대규모 배양육 생산비를 kg당 약 63달러로 추정했고 배지와 바이오리액터, 노동비가 전체 비용의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봤습니다. 기술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과 식품 가격으로 대량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농민에게 축산 전환은 슬로건이 아니라 생계다
대체육 담론은 축산업을 낡은 산업처럼 취급하기 쉽지만, 축산은 사료와 가축, 토지, 장비, 대출, 가족 노동, 지역 경제가 얽힌 농민의 생계입니다. 기후정책이 축산을 압박하고 대체육과 배양육을 미래 산업으로 밀어주면, 기존 산업의 비용은 농민이 부담하고 새 산업의 기회는 기술기업과 투자자가 가져가는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말은 쉽지만, 그 변화의 비용은 누군가의 장부에 실제 숫자로 찍힙니다.
대체육은 특허가 붙는 식품이고, 그래서 권력 구조를 바꾼다
소와 돼지, 닭은 오래된 생물이라 특허를 붙이기 어렵습니다. 농민이 키우고 시장에서 팔고 소비자가 먹습니다. 그러나 대체육과 배양육에서는 단백질 구조화 기술, 향미 기술, 지방 대체 기술, 발효공정, 세포주, 배지, 스캐폴드, 바이오리액터 운전 조건에 특허가 붙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대체육은 식품이면서 동시에 기술산업이고, 농업이면서 동시에 특허산업이며, 도덕적 명분을 가진 소비재이면서 투자상품입니다. 식량이 특허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생산자는 농민에서 기술 보유자로 이동하고, 식품의 경쟁력은 토양과 사육 경험보다 연구개발과 지적재산권, 투자자본에 더 의존하게 됩니다. 대체육은 이 새로운 식량 질서의 상징이었습니다.
식량은 회의장이 아니라 식탁에서 검증된다
대체육이 다보스의 이상적인 산업이 된 이유는 분명합니다. 기후와 건강, 동물복지, 지속가능성, 투자 수익, 기술혁신, 특허, 식량 시스템 전환을 한꺼번에 말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습니다. Beyond Meat는 시장에서 고전했고, McPlant는 미국 소비자에게 외면받았으며, 배양육은 원가와 스케일업 문제를 풀지 못했고, 농민은 전환의 비용을 걱정합니다.
대체육이 언젠가 고기의 한 축이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려면 규범이 아니라 현실의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소비자는 원하는가, 가격은 맞는가, 농민은 버틸 수 있는가, 기술은 정말 대량생산이 가능한가, 비용은 누가 내고 이익은 누가 가져가는가. 지금까지 대체육은 이 질문보다 다보스의 꿈에 더 가까웠고, 인간의 식탁은 꿈보다 훨씬 현실적입니다.
참고문헌
- World Economic Forum and Oxford Martin School. “Saving Lives and the Planet: Balancing Diet with Alternative Proteins Can Cut Deaths by 5% and Emissions by 25%.” January 3, 2019.
- World Economic Forum. Alternative Proteins. White Paper, 2019.
- World Economic Forum. “Alternative Proteins Will Transform Food, Mitigate Climate Change and Drive Profits.” March 24, 2021.
- Beyond Meat, Inc. Annual Report on Form 10-K for the Year Ended December 31, 2025.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2026.
- Associated Press. “Fowl-Free: McDonald’s Debuts Plant-Based McNuggets.” February 15, 2023.
- Humbird, David. “Scale-up Economics for Cultured Meat.” Biotechnology and Bioengineering 118, no. 8 (2021): 3239–3250.
- Garrison, Jon T., et al. “How Much Will Large-Scale Production of Cell-Cultured Meat Cost?” Journal of Agriculture and Food Research 10 (2022): 100358.
- Negulescu, Patrick G., et al. “Techno-Economic Modeling and Assessment of Cultivated Meat: Impact of Production Bioreactor Scale.” Biotechnology and Bioengineering 120, no. 4 (2023): 1055–10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