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기후정책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기후변화를 부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구는 따뜻해지고 있습니다. 인간 활동이 온난화의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도 과학계의 주류 판단입니다. IPCC는 인간 활동,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지구 온난화를 명백하게 일으켰고, 산업화 이전 대비 지표 온도가 약 1.1도 상승했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안 됩니다. 기후변화가 현실이라는 말과 현재의 모든 기후정책이 정당하다는 말은 다릅니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토론은 망가집니다.
기후과학은 자연 현상을 설명합니다. 그러나 기후정책은 인간 사회를 바꿉니다. 기후과학은 온도, 해수면, 강수, 배출량을 말합니다. 그러나 기후정책은 세금, 전기요금, 식품 가격, 농민 생계, 공장 일자리, 개발도상국의 성장 문제를 만듭니다.
따라서 기후변화 논쟁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기후정책은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인간이 기후정책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 질문이 빠지면 기후정책은 쉽게 비인간적이 됩니다.
첫 번째 사례: 프랑스 노란 조끼 시위
2018년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는 인본주의적 기후정책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건입니다. 마크롱 정부는 기후변화 대응을 명분으로 유류세 인상을 추진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책은 곧 거센 반발을 불러왔습니다. 프랑스 정부가 몇 주간의 격렬한 노란 조끼 시위 이후 유류세 인상 계획을 최소 6개월간 유예했다고 보도되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총리는 기후변화 대응에 중요하다고 주장했던 정책이 거리의 분노 앞에서 후퇴하게 된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습니까.
도시의 엘리트에게 유류세는 탄소 감축 수단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방과 외곽에 사는 노동자에게 자동차는 사치품이 아니었습니다. 출근 수단이었습니다. 대중교통이 충분하지 않은 지역에서 자동차 연료는 생활비의 일부였습니다.
기후정책의 언어로는 “탄소 가격”이었습니다. 서민의 장부에서는 “출근 비용 증가”였습니다.
이 차이를 보지 못하면 정책은 실패합니다. 노란 조끼 시위는 사람들이 기후를 싫어해서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기후정책의 비용이 평범한 사람에게 불공정하게 떨어졌기 때문에 일어난 것입니다.
이 사건은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탄소를 줄이려면 비용이 듭니다.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묻지 않는 기후정책은 오래 버티지 못합니다.
두 번째 사례: 스리랑카의 비료 금지
기후와 환경의 이름으로 농업을 급격히 바꾸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가 스리랑카입니다.
스리랑카 정부는 2021년 화학비료 사용을 금지하고 유기농 전환을 추진했습니다. 명분은 친환경 농업이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재앙에 가까웠습니다. 스리랑카의 화학비료 금지가 악천후와 결합해 작물 수확량 감소를 일으켰고, 물가 상승에도 기여했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결국 정부는 비료 금지 정책에서 후퇴했습니다.
스리랑카 사례는 단순합니다.
비료는 환경 문제의 원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비료는 동시에 식량 생산의 기반입니다. 비료를 줄이고 싶다면 대안이 있어야 합니다. 토양 관리, 유기질 비료 공급, 농민 교육, 수확량 감소 보전, 단계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정책이 목표만 앞세우고 농민의 현실을 무시하면 식량 생산이 흔들립니다. 식량 생산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고통받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입니다. 식품 가격이 오르고, 농민은 빚을 지고, 소비자는 식탁에서 고통을 느낍니다.
이것이 인본주의의 관점입니다. 환경 목표가 선하다고 해서 인간의 식량 안보를 실험대에 올려서는 안 됩니다.
세 번째 사례: 네덜란드 농민 시위
네덜란드 농민 시위도 같은 문제를 보여줍니다. 네덜란드 정부는 질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 농업 부문에 강한 감축 압박을 가했습니다. 네덜란드 정부가 동물 분뇨와 비료 사용에서 나오는 질소 산화물과 암모니아 배출 감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이에 농민들이 항의 시위에 나섰습니다.
농업 배출은 실제 문제입니다. 축산과 비료 사용은 환경 부담을 만듭니다. 그러나 문제는 속도와 방식입니다. 농민에게 배출 감축은 추상적인 환경 목표가 아닙니다. 그것은 가축 수, 농장 규모, 대출 상환, 가족 생계의 문제입니다.
농민을 환경의 적으로 몰아가면 기후정책은 실패합니다. 농민은 자연을 가장 가까이에서 다루는 사람입니다. 토양이 망가지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사람도 농민입니다. 그런데 정책이 농민의 경험과 생계를 무시하고 숫자로만 밀어붙이면 농민은 협력자가 아니라 저항자가 됩니다.
기후정책은 농민 없이 성공할 수 없습니다. 농민을 설득하지 못하는 농업 기후정책은 현장에서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네 번째 사례: 독일 에너지 위기
기후정책에서 에너지는 핵심입니다. 그러나 에너지는 단순한 배출원이 아닙니다. 인간 생활의 기반입니다. 전기는 병원, 냉장고, 난방, 통신, 공장, 학교를 움직입니다.
2022년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이 사실을 다시 보여주었습니다. 독일의 에너지 비용은 2022년에 전년 대비 31% 급등했고, EU 전체에서도 에너지 비용이 33.2% 상승했습니다. 이 부담은 모든 가구에 똑같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저소득층일수록 에너지 비용은 더 큰 압박이 됩니다.
기후정책은 에너지 가격을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됩니다. 부유한 사람에게 전기요금 인상은 불편입니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난방과 냉방, 이동과 식비를 줄여야 하는 압박입니다.
에너지 전환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에너지 전환이 에너지 빈곤을 키우면 그것은 인본주의적 정책이 아닙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는 목표가 사람을 춥게 만들고, 공장을 멈추게 하고, 생활비를 폭등시키는 방식으로 추진된다면 정당성을 잃습니다.
인본주의적 기후정책은 이렇게 물어야 합니다.
이 정책은 탄소를 줄이는가. 그리고 동시에 인간의 삶을 지키는가.
둘 중 하나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다섯 번째 사례: 아직 전기가 없는 6억 명 이상
기후정책은 부유한 나라의 관점만으로 설계되어서는 안 됩니다. 세계에는 아직 기본적인 전기 접근조차 충분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SDG 7 에너지 진전 보고서는 2025년 기준 세계 인구의 약 92%가 기본 전기 접근성을 갖게 되었지만, 여전히 6억 6천만 명 이상이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 숫자는 매우 중요합니다. 부유한 나라에서 기후정책은 전기차, 태양광, 탄소세, 넷제로의 문제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전기가 없는 사람에게 에너지는 생존과 인간 존엄의 문제입니다.
전기가 있어야 병원이 작동합니다. 전기가 있어야 백신과 식품을 냉장 보관합니다. 전기가 있어야 아이들이 밤에 공부합니다. 전기가 있어야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하수를 처리합니다. 전기가 있어야 산업이 시작됩니다.
가난한 나라에 필요한 것은 단순한 탄소 감축 명령이 아닙니다. 안정적이고 저렴한 에너지입니다. 기후정책이 개발도상국의 에너지 접근과 성장을 막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면 그것은 인본주의가 아닙니다.
기후정책은 가난한 나라가 부유해질 권리를 인정해야 합니다. 더 깨끗한 성장 경로를 돕는 것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성장을 죄악시해서는 안 됩니다.
여섯 번째 사례: 자연재해 사망자는 왜 줄었나
기후변화가 위험하다는 말은 맞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무력하다는 말은 틀렸습니다.
자연재해 사망자가 장기적으로 크게 줄었다는 자료가 있습니다. 20세기에는 자연재해로 연간 100만 명 이상이 사망한 해도 있었지만, 최근 수십 년에는 그 규모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이는 재난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인간 사회가 더 잘 대응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조기경보, 의료, 건축, 방재 인프라, 식량 저장, 국제 구호, 경제성장이 사람을 살렸습니다.
이 사례는 기후정책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기후변화 대응은 감축만이 아닙니다. 적응도 핵심입니다.
더 좋은 제방. 더 강한 건물. 더 나은 배수시설. 더 정확한 기상 예보. 더 안정적인 전력망. 더 좋은 병원. 더 생산적인 농업. 더 부유한 사회.
이런 것들이 사람을 살립니다.
기후변화를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온실가스 감축뿐 아니라 인간의 적응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가난한 사회를 가난하게 유지하면서 탄소만 줄이는 정책은 인간을 보호하지 못합니다.
인간은 기후의 희생자일 뿐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존재입니다.
기후 종말론은 왜 위험한가
기후변화는 심각합니다. 그러나 기후 종말론은 다른 문제입니다. “인류가 곧 멸망한다”, “몇 년 안에 끝난다”, “토론할 시간이 없다”는 말은 정책을 단순화합니다.
종말론은 비용을 묻지 못하게 합니다. 종말론은 반대를 비도덕으로 만듭니다. 종말론은 인간을 문제 해결자가 아니라 지구의 해충처럼 보게 만듭니다.
그러나 실제 정책은 항상 선택입니다. 어떤 에너지를 쓸 것인가. 어떤 속도로 전환할 것인가. 농민에게 어떤 부담을 줄 것인가. 노동자에게 어떤 보상을 할 것인가. 개발도상국의 성장권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식품 가격 상승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이 질문들은 과학이 대신 답해주지 않습니다. 과학은 위험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정책은 인간 사회가 선택해야 합니다.
기후를 이유로 토론을 중단하면 안 됩니다. 오히려 기후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토론해야 합니다.
문제는 기후가 아니라 반인간적 정책입니다
기후변화를 인정한다고 해서 모든 기후정책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기후변화가 현실이기 때문에, 기후정책은 더 엄격하게 평가되어야 합니다.
프랑스 유류세 인상은 서민과 지방 거주자의 생활비 문제를 무시했습니다. 스리랑카 비료 금지는 식량 생산의 현실을 무시했습니다. 네덜란드 농업 규제는 농민의 생존 문제와 충돌했습니다. 독일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 가격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쉽게 흔드는지 보여주었습니다. 개도국의 전력 접근 문제는 에너지가 인간 발전의 기반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 사례들이 말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기후정책은 인간을 중심에 놓아야 합니다.
인간을 배출량의 원인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농민을 메탄과 질소의 배출원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자동차를 타는 노동자를 탄소세의 대상으로만 보면 안 됩니다. 전기를 쓰고 싶은 개발도상국 사람들을 탄소 예산의 문제로만 보면 안 됩니다.
기후정책은 인간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인간이 기후정책의 재료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시 생각하는 인본주의
다시 생각하는 인본주의는 기후변화를 부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현실로 인정합니다. 그러나 기후를 인간 위에 올려놓지는 않습니다.
인본주의적 기후정책은 네 가지를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첫째, 과학적 현실을 인정해야 합니다. 온난화는 현실이고, 인간 활동은 중요한 원인입니다.
둘째, 정책 비용을 정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탄소 감축은 공짜가 아닙니다. 누가 부담하는지 밝혀야 합니다.
셋째, 약한 사람에게 비용을 떠넘기지 말아야 합니다. 농민, 노동자, 저소득층, 개발도상국이 기후정책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넷째, 감축과 적응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탄소를 줄이는 것만큼 인간이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기후정책의 최종 목표는 탄소 숫자의 승리가 아닙니다. 인간이 더 안전하게, 더 자유롭게, 더 풍요롭게 사는 것입니다.
그 기준을 잃으면 기후정책은 선한 명분을 가진 통제 기술이 됩니다. 그 기준을 지키면 기후정책은 인간을 위한 현실적 개혁이 됩니다.
우리는 기후변화를 진지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그러나 인간을 낮추는 방식으로 다루어서는 안 됩니다.
지구를 지키자는 말이 인간의 삶을 희생시키자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환경을 보호하자는 말이 농민과 노동자, 가난한 사람을 밀어내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다는 말이 현재 살아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가볍게 여기는 말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기후변화는 현실입니다.
그러나 인간도 현실입니다.
기후정책이 이 두 현실을 함께 보지 못한다면, 그것은 인류를 위한 정책이 아닙니다.
참고문헌
-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Climate Change 2023: Synthesis Report. 2023.
- OECD. “Steering the Recovery towards an Ecological Transition.” In OECD Economic Surveys: France 2021.
- World Bank. “Sri Lanka Public Finance Review.” 2025.
- World Bank. “Factsheet: World Bank Support to Procure and Distribute Urea Fertilizer for Sri Lanka.” Updated December 1, 2022.
- Government of the Netherlands. “The Nitrogen Strategy and the Transformation of the Rural Areas.”
- Eurostat. “Annual Increase in Industrial Producer Prices at 31.1% in the Euro Area.” December 2, 2022.
- United Nations, IEA, IRENA, UNSD, World Bank, and WHO. Tracking SDG 7: The Energy Progress Report 2025. 2025.
- Ritchie, Hannah, Pablo Rosado, and Max Roser. “Natural Disasters.” Our World in Data. Data based primarily on EM-D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