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수정했지만 시장은 수정하지 않았다
발견에는 확성기가 있었지만 정정에는 없었다
2010년 심리학 학술지에 발표된 한 실험은 간단하고 매력적이었습니다. 두 다리를 벌리고 허리에 손을 얹는 것처럼 자신감 넘치는 자세를 2분 동안 취하면, 스스로 강하다고 느끼는 데 그치지 않고 테스토스테론과 코르티솔이 변하며 위험을 감수하는 행동까지 달라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른바 **파워 포징(power posing)**은 논문 속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에이미 커디의 2012년 TED 강연을 통해 전 세계로 퍼졌고, 면접과 발표를 앞둔 사람이라면 화장실에서라도 당당한 자세를 취하라는 실용적인 조언으로 변했습니다. 복잡한 연구 방법을 몰라도 누구나 이해할 수 있었고, 돈도 들지 않았으며, 당장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과학계에서 이야기는 달라졌습니다. 2015년 원 연구보다 훨씬 큰 200명의 표본과 실험 조건을 모르는 연구자를 사용한 후속 연구에서는, 참가자가 주관적으로 더 강하다고 느끼는 차이는 나타났지만 호르몬과 위험 감수 행동의 변화는 재현되지 않았습니다. 이듬해 원 논문의 제1저자 데이나 카니는 자신이 더 이상 파워 포즈 효과가 실재한다고 믿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원 논문이 공식 철회된 것은 아니며 자세가 주관적 기분에 미치는 작은 효과까지 모두 부정된 것도 아닙니다. 무너진 것은 2분의 자세가 호르몬과 행동을 광범위하게 바꾸고 현실의 성공 가능성까지 높인다는 강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강한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TED는 현재 해당 강연에 재현성과 견고성을 둘러싼 논쟁이 있다는 안내를 덧붙였지만, 강연 자체와 그 안의 서사는 계속 유통되고 있습니다. 논문은 후속 연구에 의해 좁아졌지만, 시장이 기억하는 것은 여전히 처음의 크고 단순한 약속입니다.
여기서 재현성 위기의 다음 문제가 시작됩니다.
과학은 틀린 주장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적 주장이 책과 강연, 기사와 교육 상품으로 바뀐 뒤에는 과학의 정정 절차가 더 이상 그 유통망을 통제하지 못합니다.
같은 ‘틀린 과학’은 없다
대중적으로 알려진 심리학 주장이 흔들렸다고 해서 모두 같은 이유로 무너진 것은 아닙니다.
어떤 연구는 성실하게 수행됐지만 표본이 너무 작아 우연한 결과를 잡아냈습니다. 어떤 주장은 후속 연구에서 효과가 처음보다 훨씬 작고 조건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어떤 연구에서는 부적절한 통계 분석과 자료 관리가 확인됐습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원 연구보다 그것을 번역한 대중서가 훨씬 강한 주장을 만들어냈습니다.
따라서 재현 실패, 논문 철회, 연구 부정, 효과크기의 축소, 대중화 과정의 과장은 서로 구분해야 합니다. 이 차이를 무시하고 모든 사례를 사기라고 부르면 과학의 실제 수정 과정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이 차이가 쉽게 사라집니다. 상품이 된 뒤에 남는 것은 대개 다음과 같은 한 문장뿐입니다.
- 자세를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
- 긍정적인 생각은 부정적인 생각보다 세 배 많아야 한다.
- 작은 그릇을 사용하면 저절로 덜 먹는다.
- 누구든 1만 시간을 연습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
이 문장들은 모두 외우기 쉽고 행동으로 옮기기 쉬우며 희망을 줍니다. 반면 그것을 바로잡는 문장은 길고 조건이 많습니다.
소수점 넷째 자리까지 계산된 행복
2005년 바버라 프레드릭슨과 마르시알 로사다는 개인이 번영하기 위해 필요한 긍정적 감정과 부정적 감정의 비율에 임계점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숫자는 약 3 대 1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2.9013이라는 놀라울 만큼 정밀한 값이었습니다.
숫자는 빠르게 퍼졌습니다. 긍정적 말과 부정적 말의 비율을 3 대 1로 맞추라는 조언은 조직관리와 리더십, 교육과 자기계발에 적용됐습니다. 소수점 아래 네 자리까지 제시된 숫자는 인간의 행복이 물리법칙처럼 정확하게 측정된다는 인상을 주었습니다.
2013년 니컬러스 브라운, 앨런 소컬, 해리스 프리드먼은 이 계산을 정면으로 검토했습니다. 그 결과 감정의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유체역학의 로렌츠 방정식은 이 문제에 적용할 이론적·경험적 근거가 없었고, 수학적 적용에도 근본적인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구진은 2.9013이라는 임계값이 전혀 근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이 반박이 의미하는 바는 긍정적인 감정이 무가치하다거나 칭찬이 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무너진 것은 모든 사람과 조직에 적용되는 정확한 임계 비율이 존재한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에서 “긍정과 부정의 적절한 관계는 개인과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설명은 상품이 되기 어렵습니다. 반면 “성공하는 사람은 3 대 1의 법칙을 지킨다”는 문장은 책의 제목과 강연의 도표가 될 수 있습니다. 과학이 숫자를 폐기해도 숫자가 주는 권위는 오래 남습니다.
논문이 철회돼도 생활의 지혜는 남는다
브라이언 완싱크는 사람들이 무엇을 얼마나 먹는지를 주변 환경이 어떻게 바꾸는지 연구한 코넬대학교 교수였습니다. 큰 그릇에 음식을 담으면 더 먹고, 눈앞에 놓인 음식에 더 쉽게 손이 간다는 그의 연구는 행동경제학과 식생활 조언에 잘 어울렸습니다. 의지력보다 환경을 바꾸라는 메시지는 직관적이고 실용적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연구를 둘러싼 검증이 시작되자 자료와 통계에서 수많은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2018년 코넬대학교 조사위원회는 자료의 잘못된 보고, 문제가 있는 통계기법, 연구 결과의 기록·보존 실패, 부적절한 저자 표시 등을 근거로 연구 부정이 있었다고 판단했습니다. 완싱크는 연구와 교육에서 배제됐고 사임했습니다. 여러 학술지는 그의 논문들을 철회했습니다.
여기서도 구분은 필요합니다. 인간의 행동이 환경의 영향을 받는다는 일반적인 명제 전체가 완싱크에게서 시작된 것도 아니고, 그의 연구가 무너졌다고 해서 그 명제까지 거짓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가 된 것은 특정한 실험과 거기서 나온 효과의 크기, 그리고 그것을 뒷받침한다고 제시된 자료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구분은 역설적으로 오래된 조언을 살려주는 방패가 되기도 합니다. “환경이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라는 넓은 명제가 “그러므로 이 연구에서 제시한 구체적인 방법과 수치도 여전히 믿을 만하다”는 결론으로 미끄러지는 것입니다.
학술지는 논문에 철회 표시를 붙일 수 있습니다. 대학은 연구자를 조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미 출판된 책의 모든 문장과 그 책을 인용한 기사, 강의 자료와 다이어트 콘텐츠를 일제히 회수할 기관은 없습니다. 논문 단위로 작동하는 과학의 정정 장치와, 문장과 이미지 단위로 복제되는 시장의 유통 방식이 서로 맞지 않는 것입니다.
연구가 아니라 대중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법칙
1만 시간의 법칙은 조금 다른 사례입니다. 이것은 문제가 있는 논문 하나가 그대로 대중에게 전달된 경우가 아니라, 제한된 연구 결과가 유통 과정에서 보편적인 인생 법칙으로 변한 경우입니다.
1993년 안데르스 에릭손 연구진은 베를린의 바이올린 전공자들을 조사했습니다. 높은 수준에 도달한 연주자들은 어린 시절부터 상당한 시간 동안 혼자 연습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스무 살 무렵 최상위 집단의 누적 연습시간 평균은 약 1만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1만 시간은 성공을 보장하는 임계점이 아니었습니다. 특정한 연령대와 음악교육 환경에 속한 학생 집단에서 관찰된 평균이었고, 연습의 양뿐 아니라 목표가 분명하고 피드백을 받으며 약점을 교정하는 **의도적 연습(deliberate practice)**의 질이 중요했습니다.
2008년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거치면서 이 복잡한 연구는 “어떤 분야든 1만 시간을 투자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법칙으로 기억됐습니다. 희망적인 이야기였지만 원 연구가 입증한 명제는 아니었습니다.
후속 연구들은 연습이 중요하다는 사실과 연습만으로 개인 간 성취 차이를 모두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을 갈라놓았습니다. 2014년 메타분석에서는 의도적 연습이 수행 차이를 설명하는 비율이 분야별로 크게 달랐으며, 교육에서는 4%, 전문직에서는 1% 미만이었습니다. 2019년 바이올린 연주자를 대상으로 원 연구를 다시 살펴본 연구에서도 높은 성취 집단과 최상위 집단의 연습시간 차이는 원래 이야기만큼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연습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초보자가 숙련자가 되려면 당연히 오랜 연습이 필요합니다. 수정된 결론은 단지 더 평범합니다. 연습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으며, 필요한 시간은 사람과 분야에 따라 다르고, 연습의 질과 교육 기회, 시작 연령, 신체적·인지적 조건도 함께 작용합니다.
과학적으로 더 정확해진 문장은 대중적으로는 더 약해졌습니다. “여러 조건이 함께 작용한다”는 말은 틀리기 어렵지만 기억하기도 어렵습니다. “1만 시간만 채우면 된다”는 말은 틀리기 쉽지만 결코 잊히지 않습니다.
시장은 왜 처음의 주장을 더 오래 기억하는가
이 현상을 단순히 출판사나 강연자가 진실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더 근본적으로 발견과 정정의 유인이 비대칭적입니다.
발견은 완성된 이야기지만 정정은 각주다
처음의 주장은 짧고 완결돼 있습니다. 자세 하나, 숫자 하나, 시간 하나로 삶의 문제를 설명합니다. 정정은 표본 크기와 측정 방법, 효과크기와 신뢰구간, 적용 조건을 설명해야 합니다. 이야기를 부풀리는 데는 한 문장이면 되지만 바로잡는 데는 여러 문단이 필요합니다.
발견은 새 상품을 만들지만 정정은 기존 상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새로운 법칙은 새 책과 강연,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습니다. 반면 정정은 이미 판매한 상품의 신뢰를 훼손합니다. 최초의 주장을 널리 퍼뜨린 주체가 후속 반론을 같은 크기로 알릴 경제적 유인은 약합니다.
논문에는 버전이 있지만 대중의 기억에는 버전이 없다
학술논문에는 정정문과 철회 표시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베이스는 원 논문을 검색한 사람에게 후속 상태를 알려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책에서 읽은 문장, 강연에서 본 도표, 인터넷에서 저장한 이미지는 원 논문과 연결이 끊긴 채 복제됩니다. 출처를 잃은 조언에는 정정도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작은 진실이 강한 주장을 보호한다
당당한 자세가 잠시 기분을 바꿀 수는 있습니다. 긍정적인 감정과 칭찬은 중요합니다. 환경은 식습관에 영향을 줍니다. 연습 없이 전문가가 될 수는 없습니다. 이 작은 진실들 때문에 그 위에 얹힌 호르몬 변화, 보편적인 황금비율, 마법 같은 효과크기, 1만 시간이라는 임계점도 함께 살아남습니다.
강한 주장이 반박되면 판매자는 약한 주장으로 물러납니다. 그러나 상품의 표지와 홍보 문구에는 다시 강한 주장이 등장합니다. 반박할 때와 판매할 때 서로 다른 크기의 주장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정정을 읽어도 처음의 이야기는 남는다
잘못된 정보가 공식적으로 수정된 뒤에도 사람의 판단에 계속 영향을 주는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지속 영향 효과(continued influence effect)**라고 부릅니다.
사람은 처음 들은 설명이 틀렸다는 사실을 기억하면서도, 사건을 이해하거나 판단할 때 그 설명을 다시 사용하곤 합니다. 기존 설명을 지우기만 하면 원인과 결과를 이어주던 자리가 비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그 연구는 틀렸다”고 말하는 것보다 무엇이 잘못됐고 현재는 어디까지 말할 수 있는지를 대신 설명해야 정정이 더 잘 작동합니다.
파워 포징이 좋은 사례입니다. “자세가 호르몬과 성공을 바꾼다”는 주장을 지운 자리에 아무 설명도 넣지 않으면, 사람은 면접을 앞둔 불안을 다룰 쉽고 구체적인 방법을 잃습니다. 그러면 이미 알고 있는 2분짜리 해결책으로 돌아가기 쉽습니다.
따라서 정정은 조롱이나 폭로로 끝나서는 안 됩니다.
- 파워 포징의 강한 생리·행동 효과는 지지되지 않았지만, 자세가 주관적 느낌에 미치는 제한적 효과는 별개의 질문이라고 설명해야 합니다.
- 긍정적인 관계가 중요하더라도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2.9013의 임계점은 없다고 구분해야 합니다.
- 환경이 식습관에 영향을 주더라도 철회된 개별 연구의 수치까지 따라 믿어서는 안 된다고 밝혀야 합니다.
- 연습은 전문성의 필수 요소이지만 1만 시간이라는 보편적 문턱이나 성공 보증서는 아니라고 바꿔 말해야 합니다.
정정은 처음의 이야기를 빼앗는 작업이 아니라, 증거가 허용하는 크기의 이야기로 교체하는 작업이어야 합니다.
과학의 자정작용은 학술지 밖에서 멈췄다
재현성 위기는 흔히 과학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사건으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파워 포징을 다시 실험한 것도 과학자였고, 긍정성 비율의 수학을 검토한 것도 연구자였으며, 완싱크의 자료를 추적하고 문제를 공개한 것도 학계와 언론의 검증 과정이었습니다. 과학은 느리고 불완전했지만 실제로 자신의 주장을 수정했습니다.
존 아널드가 브라이언 노섹의 오픈 사이언스 센터와 대규모 재현 연구에 자금을 댄 이유도 과학계 내부에 이런 정정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전등록과 자료 공개, 독립적인 반복 실험을 통해 잘못된 결과가 계속 학문적 사실로 남지 못하게 하려는 시도였습니다. 아널드가 지원한 개혁은 논문이 생산되고 검증되는 방식에는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논문에서 이미 빠져나가 책과 강연, 기사와 교육 상품이 된 주장까지 회수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널드가 돈을 댄 것은 과학 내부의 자정작용이었습니다. 이제 남은 문제는 그 정정이 학술지 밖으로 이동하는 데 누가 비용을 지불할 것인가입니다.
문제는 정정된 과학이 사회로 돌아오는 길이 거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처음의 발견에는 연구자와 대학의 보도자료, 언론 기사, 출판사, 베스트셀러, TED 강연, 교육시장이 차례로 붙습니다. 그러나 재현 실패와 철회에는 그와 같은 유통망이 붙지 않습니다. 발견을 전달한 책은 자동으로 개정되지 않고, 강의안을 만든 강사는 관련 논문의 후속 상태를 계속 추적할 의무가 없으며, 오래된 기사는 검색 결과에서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것을 소비자 개인의 무지로만 돌릴 수도 없습니다. 한 사람이 책에서 접한 모든 심리학 연구의 원문과 후속 논문, 정정과 철회 여부를 계속 확인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검증 비용이 전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된 시장에서는 가장 정확한 설명보다 가장 간단하고 자신 있게 말하는 설명이 유리합니다.
그렇다면 필요한 것은 과학을 덜 믿는 태도가 아닙니다. 과학이라는 이름이 붙은 완성된 이야기를 덜 믿는 태도입니다.
연구가 있다는 사실과 주장이 확립됐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유명한 학자의 학위와 강연 조회수는 독립적인 재현의 증거가 아닙니다. 정확한 숫자는 정확한 방법에서 나왔는지 확인되기 전까지 권위의 장식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과학적 결론에는 언제나 날짜와 버전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발견에는 확성기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과학을 신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은 발견의 크기가 아니라, 정정에도 같은 크기의 확성기를 내어주는 문화입니다.
과학은 이미 수정했는데 시장은 여전히 처음의 과학을 팔고 있다면, 재현성 위기는 끝난 것이 아닙니다. 논문 안의 오류는 고쳐졌지만 사회가 기억하는 지식은 아직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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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Tube, 관련 영상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