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

쥐는 왜 벽을 따라 달릴까?


쥐가 벽을 따라 달리는 진화심리학적 이유를 분석하고, 보수 성향과 뇌과학의 상관관계를 탐구합니다. 편도체 크기 및 공포 반응 실험을 통해 보수와 진보의 위협 민감성 차이를 규명합니다.

쥐는 왜 벽을 따라 달릴까?

두려움은 위험이 아니라 취약성에 대한 감정입니다.

우리는 흔히 두려움을 위험에 대한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맹수를 만나거나, 사고가 발생하거나, 생명이 위협받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고 여깁니다. 하지만 동물행동학자 템플 그랜딘(Temple Grandin)은 두려움을 조금 다르게 설명합니다.

그녀는 암탉의 산란 행동을 예로 듭니다. 현대 양계장의 암탉은 평생 여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여우가 들어올 수 없는 안전한 축사에서 생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탉은 알을 낳을 때 몸을 숨길 수 있는 공간을 찾으려 합니다. 숨을 장소가 없으면 불안해하고, 반대로 실제 위험이 없더라도 몸을 가릴 수 있는 산란상자가 있으면 안정을 찾습니다.

산란계는 아마도 평생 동안 두려움(FEAR)을 상당히 많이 경험할 것입니다. 닭은 대표적인 피식동물이기 때문에, 알을 낳을 때 몸을 숨기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철망으로 된 배터리 케이지에 네다섯 마리씩 함께 사육되면, 닭은 자신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느낍니다. 혼자 조용히 둥지를 틀 수도 없고, 몸을 숨길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이지 안에 작은 플라스틱 산란상자(nest box)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상자 앞에는 부드러운 강아지 출입문처럼 플라스틱 덮개가 달려 있습니다. 닭은 그 안으로 들어가 몸을 숨길 수 있으며, 필요하면 덮개 사이로 머리만 내밀어 주변 상황을 살펴볼 수도 있습니다. 산란계가 적절한 정서적 복지(emotional welfare)를 누리기 위해서는 이러한 산란상자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 템플 그랜딘, Animals make us human

중요한 점은 암탉이 실제 여우의 존재를 확인하고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암탉의 뇌는 여우가 있는지 없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노출되어 있는지 보호받고 있는지를 판단합니다.

이 사례는 두려움의 본질이 실제 위험보다 취약성에 있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고양이와 쥐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해집니다. 사람들은 흔히 쥐가 고양이를 보고 놀라서 도망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실제 사냥은 그렇지 않습니다. 고양이는 소리와 냄새로 쥐의 위치를 파악한 뒤 숨어서 접근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짧은 돌진으로 공격합니다. 사냥이 성공했다는 것은 대부분 쥐가 고양이를 너무 늦게 발견했거나 아예 보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쥐가 고양이를 본 뒤에야 두려움을 느낀다면 이미 늦습니다. 고양이의 발톱에 붙잡힌 후에야 포식자를 인식하는 시스템은 생존에 거의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따라서 쥐의 뇌는 고양이 자체를 인식하는 것보다, 고양이가 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단서들에 먼저 반응하도록 진화했습니다. 낯선 냄새, 미세한 진동, 노출된 공간, 가까운 은신처의 부재 같은 신호들이 바로 그런 단서들입니다. 쥐가 텅 빈 광장 한복판을 지르지 않고 벽을 따라 조심스럽게 달리는 이유(촉지성, Thigmotaxis)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벽에 몸을 밀착시켜 공중이나 측면으로부터의 위협(취약성)을 최소화하려는 뇌과학적 생존 전략인 것입니다.

진화의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것은 매우 합리적입니다. 먹이가 되는 동물은 위험이 발생한 후에 반응해서는 살아남기 어렵습니다. 포식자가 눈앞에 나타난 뒤에야 두려움을 느낀다면 이미 늦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뇌는 실제 위험이 아니라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 먼저 반응하도록 진화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공포와 취약성에 대한 뇌의 반응 기질이 인간의 정치적 성향, 특히 보수와 진보를 가르는 뇌과학적 지표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두려움은 현재의 위험을 감지하는 장치라기보다 미래의 위험을 예측하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실제 포식자를 확인한 후 작동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포식자가 나타났을 때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을 감지하는 시스템인 것입니다.

인간에게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됩니다.

사람들은 종종 객관적으로 안전한 상황에서도 불안을 경험합니다. 당장 생존을 위협받지 않고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걱정합니다. 이것은 실제 위험 때문이라기보다 앞으로 보호받지 못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뇌가 감지하기 때문입니다.

직장을 잃은 뒤에만 불안한 것이 아니라 직장을 잃을 가능성을 걱정하고, 병에 걸린 뒤에만 두려운 것이 아니라 병에 걸릴 가능성을 걱정합니다. 우리의 뇌 역시 현재의 위험보다 미래의 취약성에 더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결국 인간과 동물 모두 위험 그 자체보다 안전감을 제공하는 환경을 추구합니다. 안정적인 관계, 예측 가능한 생활,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 익숙한 공간은 모두 이러한 안전감을 형성하는 요소들입니다.

템플 그랜딘의 암탉 이야기와 고양이·쥐의 사례는 두려움이 단순히 위험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흥미로운 질문이 하나 생깁니다.

사람마다 취약성을 감지하는 방식도 서로 다를 수 있을까요?

정치심리학자들은 오랫동안 바로 이 질문을 연구해 왔습니다. 두려움은 자신이 보호받지 못한다고 느낄 때 작동하는 매우 오래된 생존 시스템입니다. 우리는 위험이 없는 세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위험이 나타나더라도 살아남을 수 있다고 느끼는 세상을 원합니다. 그리고 바로 그 지점에서 두려움의 진정한 의미가 드러납니다.

1. 뇌과학 연구가 밝혀낸 사실 (Research Summary)

먼저 정치 성향과 두뇌 구조의 관계를 밝힌 최근의 대표적인 과학적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편도체(Amygdala)의 크기 차이: 2011년 학술지 Current Biology에 발표된 뇌 연구(Kanai et al.)에 따르면, 정치적 보수주의자들은 진보주의자들에 비해 공포와 위험을 감지하는 뇌 영역인 편도체가 물리적으로 더 크고 활성화되어 있습니다.

보수 성향이 강한 사람 → 편도체(amygdala) 용적이 약간 큰 경향 진보 성향이 강한 사람 → 전대상피질(ACC)이 약간 큰 경향

그런데 2024년 후속 연구에 의하면 편도체는 그나마 아주 약간 정도 크다고 확인되었지만 전대상피질의 경향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차이가 있다고 해도 그 차이가 크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집단 사이의 평균 차이는 있었지만, 개인차를 생각하면 MRI만으로 개인의 정치 성향을 구별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연구가 널리 인용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보수와 진보의 차이를 이런 방식으로 이해해 왔다는 점입니다. 즉, 보수 성향의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위협에 민감하고, 불확실성을 싫어하며, 질서와 안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왔습니다. 반대로 진보 성향의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새로운 경험을 선호하고, 개방성(openness)이 높으며, 모호성을 더 잘 수용하는 경향이 보고됩니다.

즉 해부학적 차이와 별개로, 이미 많은 사람들은 보수주의자는 위협에 민감하고 진보 성향은 개방성을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보수주의자들도 어느 정도는 동의하는 내용입니다.

  • 위협에 대한 생리적 반응: 2008년 Science지에 발표된 연구(Oxley et al.)에 의하면, 갑작스러운 소음이나 혐오스러운 자극을 제시했을 때 보수 성향의 참가자들이 평균적으로 더 강한 생리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만 이 실험에도 복잡한 뒷이야기가 있습니다. 2020년 Bakker 등의 사전등록(preregistered) 복제 연구는 원래 연구보다 4배 이상 큰 표본을 사용했지만,

보수주의자가 위협 자극에 더 강하게 반응한다는 결과를 재현하지 못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최근 리뷰 논문들도 초기 연구는 흥미로웠지만, 재현성은 불안정하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그러므로 이 결과를 개인 수준의 정치 성향 판별로 읽어서는 안 됩니다. 효과는 집단 평균에서 작게 나타나는 경향에 가깝고, 무엇보다 어떤 사람은 같은 자극을 두려움이 아니라 질서의 문제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더 흥미로운 질문은 이것일 수 있습니다.

보수주의자는 위험에 민감한가? 라는 질문보다, 보수주의자는 어떤 종류의 위험을 위험으로 인식하는가? 입니다.

예를 들어 범죄, 국경, 사회질서 붕괴에는 보수층이 더 민감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차별, 사회적 배제, 권력 남용, 환경 파괴에는 진보층이 더 민감할 수 있습니다.

즉 최근 정치심리학에서는 "보수는 위험 민감, 진보는 위험 둔감"이라는 단순한 모델보다 "서로 다른 위험에 민감하다"는 모델이 더 설득력을 얻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보수와 진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서로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무엇을 연결하는지 살펴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보수와 진보의 이해는 바로 여기서 출발해야 합니다.

참고문헌

  1. Kanai, Ryota, Tom Feilden, Colin Firth, and Geraint Rees. “Political Orientations Are Correlated with Brain Structure in Young Adults.” Current Biology 21, no. 8 (2011): 677–680.

  2. Oxley, Douglas R., Kevin B. Smith, John R. Alford, Matthew V. Hibbing, Jennifer L. Miller, Mario Scalora, Peter K. Hatemi, and John R. Hibbing. “Political Attitudes Vary with Physiological Traits.” Science 321, no. 5896 (2008): 1667–1670.

  3. Bakker, Bert N., Gijs Schumacher, Claire Gothreau, and Kevin Arceneaux. “Conservatives and liberals have similar physiological responses to threats.” Nature Human Behaviour 4 (2020): 613–621.

  4. Fournier, Patrick, Stuart Soroka, and Lilach Nir. “Negativity Biases and Political Ideology: A Comparative Test across 17 Countries.” American Political Science Review 114, no. 3 (2020): 775–793.

  5. Grandin, Temple, and Catherine Johnson. Animals Make Us Human: Creating the Best Life for Animals. Mariner Books,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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