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비평 > harris

카멀라 해리스: 사제 성추행 기록 비공개 문제


카멀라 해리스의 검사 재임 당시 가톨릭 사제 성추행 고소 기록 비공개 결정과 관련한 논란을 통해, 피해자 보호라는 명분과 기관 보호의 모순을 짚어봅니다.

사제 성추행 기록 비공개 문제

카멀라 해리스의 검사 경력에서 가장 불편한 논란은 샌프란시스코 가톨릭 사제 성추행 기록 비공개 문제입니다. 이 사건은 단순한 행정 판단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피해자 보호, 기관의 책임, 검찰 권력, 그리고 정치적 관계망이 모두 얽힌 사건이었습니다.

해리스는 자신의 정치 경력에서 성범죄 검사 출신이라는 점을 자주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피해자를 보호하고, 아동을 지키고,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검사 이미지를 만들어 왔습니다. 그러나 샌프란시스코 가톨릭 사제 성추행 기록을 둘러싼 논란은 그 이미지와 충돌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해리스가 무엇을 기소했느냐가 아니라, 무엇을 공개하지 않았느냐입니다.

검찰 권력은 기소하는 힘만으로 구성되지 않습니다. 때로는 기록을 보관하고, 공개를 막고, 사건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않게 하는 힘이 더 중요합니다. 법이 강하게 작동할 때보다, 법이 조용히 멈출 때 권력의 성격이 더 잘 드러납니다.

전임 지방검사 할리넌의 조사

해리스의 전임자였던 테렌스 할리넌은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로 재직하면서 가톨릭 사제 성추행 문제를 조사했습니다. 그는 아동 성추행 혐의를 받은 사제들을 기소했고, 샌프란시스코 대교구가 보유하고 있던 내부 기록에도 접근했습니다.

당시 미국 전역에서는 가톨릭 사제 성추행 문제가 거대한 사회적 사건으로 번지고 있었습니다. 보스턴 글로브의 보도 이후, 사제 성추행은 더 이상 일부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 가톨릭 교회 전체의 구조적 은폐 문제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샌프란시스코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할리넌의 사무실은 샌프란시스코 대교구가 수십 년에 걸친 성추행 고소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대교구는 마지못해 그 기록을 넘겼고, 그 안에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성추행 고소를 받은 현재와 전직 사제들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그 수는 약 40명에 달했습니다.

할리넌은 이 기록을 수사와 법적 조치의 근거로 사용하려 했습니다. 피해자의 이름과 식별 정보를 삭제한 뒤, 기록을 공개하는 방안도 논의되었습니다. 피해자 단체들은 이런 공개를 지지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사제 성추행 사건에서 공개는 새로운 피해자들이 앞으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입니다.

공소시효와 공개의 문제

그러나 사제 성추행 사건은 공소시효라는 장벽에 부딪혔습니다. 2003년 미국 대법원은 캘리포니아의 공소시효 연장 법률에 대해 위헌 판단을 내렸습니다. 그 결과 오래된 사건들을 형사적으로 기소하는 것은 훨씬 어려워졌습니다.

하지만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해서 기록 공개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형사 처벌이 어렵더라도, 기록 공개는 피해자들에게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그것은 피해자들이 자신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동일한 가해자에게 피해를 당한 다른 사람들이 나설 수 있는 통로를 만듭니다. 또한 기관이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알고도 방치했는지 드러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충돌이 생겼습니다. 할리넌은 기록 공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습니다. 반면 해리스가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가 된 뒤, 이 기록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해리스 사무실은 피해자 보호를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 단체들은 오히려 그 비공개 결정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피해자 단체의 반발

피해자 보호라는 명분은 언제나 강력합니다. 피해자의 이름, 주소, 신상 정보가 공개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는 누구도 쉽게 반대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신원을 보호하는 것과 가해자 및 기관의 책임을 비공개로 묶어두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피해자 단체 SNAP, 즉 사제 성추행 생존자 네트워크는 해리스 사무실의 태도를 비판했습니다. 피해자 단체의 지역 책임자는 기록 비공개가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들의 관점에서, 비공개는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와 기관을 보호하는 조치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 보호의 언어가 실제 피해자들의 요구와 어긋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권력기관은 종종 “피해자를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피해자 단체가 공개를 요구하고, 검찰이 비공개를 선택한다면 질문은 달라집니다. 그때 피해자 보호라는 명분은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피해자를 위한 것입니까, 아니면 기관을 위한 것입니까.

투명성과 피해자 보호는 충돌하지 않는다

기록 공개를 주장한 사람들은 피해자 보호와 투명성이 서로 충돌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피해자의 이름과 식별 정보를 삭제하면 됩니다. 핵심은 피해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아니라, 혐의를 받은 사제들의 이름과 기관의 대응 기록을 공개하는 것이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의 사례는 이 점을 보여줍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교회 기록 공개를 통해 훨씬 많은 가해자 이름이 드러났고, 이는 추가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공개는 단순한 처벌의 수단이 아닙니다. 그것은 침묵을 깨는 장치입니다. 성추행 사건, 특히 권위 있는 종교기관 내부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에서는 침묵이 가해자의 가장 강력한 방패가 됩니다.

따라서 “피해자 보호”라는 말만으로 기록 비공개를 정당화하기는 어렵습니다. 피해자의 신원을 보호하면서도 가해자와 기관의 책임을 드러내는 방식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문제는 공개할 의지가 있었느냐입니다.

기관을 보호하는 침묵

사제 성추행 사건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개별 가해자만이 아닙니다. 더 큰 문제는 기관의 은폐입니다. 가해자가 한 명이라도 기관이 이를 알고도 조용히 이동시키거나, 기록을 내부에 보관하고도 외부에 알리지 않았다면, 그것은 개인 범죄를 넘어선 구조적 문제입니다.

샌프란시스코 대교구의 기록에는 단순히 오래된 고소만 들어 있었던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관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언제 알았는지,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자료였습니다. 이런 자료가 공개되지 않으면 책임은 개인에게만 머물고, 기관은 살아남습니다.

피해자 단체들이 분노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피해자의 신상을 보호한다는 말은 들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해자의 이름과 기관의 대응까지 감추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그 순간 피해자 보호는 침묵의 명분이 됩니다.

해리스 이미지와의 충돌

해리스는 성범죄 검사 출신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전국 정치 무대에서는 다른 인물들이 성범죄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제프리 엡스타인 사건에서도 그녀는 낮은 처벌과 법률 시스템의 문제를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그렇다면 샌프란시스코 가톨릭 사제 성추행 기록 비공개 문제는 더 큰 질문을 낳습니다. 왜 어떤 성범죄 사건에서는 강한 정의의 언어를 사용하면서, 다른 사건에서는 기록 공개조차 막았는가. 왜 어떤 사건에서는 피해자 보호가 공개와 처벌의 근거가 되고, 다른 사건에서는 비공개의 근거가 되는가.

이것이 선택적 정의의 문제입니다. 같은 원칙이 같은 방식으로 적용되지 않을 때, 정의의 언어는 도덕적 기준이 아니라 정치적 도구가 됩니다.

기소하지 않은 검사

해리스의 재임 기간 동안 사제 성추행 사건 기소가 없었다는 점도 논란의 핵심입니다. 그녀는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샌프란시스코 지방검사로 일했고, 이후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캘리포니아 법무장관으로 일했습니다. 그러나 그 기간 동안 사제 성추행 사건을 한 건도 기소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사건이 기소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공소시효, 증거 부족, 피해자의 진술 가능성, 법원의 판단 가능성 등 현실적 제약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기소 여부만이 아닙니다. 기록 공개, 피해자 지원, 기관 책임 규명, 추가 피해자 확인 등 검찰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았습니다. 그런데 해리스의 대응은 적극적 진상 규명보다는 비공개와 침묵에 가까웠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검사는 법을 집행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법을 멈출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검찰 권력의 진짜 위험은 무리한 기소에만 있지 않습니다. 기소해야 할 사건을 하지 않는 것, 공개해야 할 기록을 공개하지 않는 것, 강한 기관 앞에서 조용해지는 것도 검찰 권력의 위험입니다.

정의의 언어가 권력을 보호할 때

이 사건은 해리스 개인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더 넓게 보면, 현대 진보 정치의 한 모순을 보여줍니다. 진보 정치는 피해자, 약자, 투명성, 책임의 언어를 자주 사용합니다. 그러나 그 언어가 실제 권력기관과 충돌할 때, 언제나 피해자 편에 서는 것은 아닙니다.

가톨릭 교회는 단순한 종교단체가 아닙니다. 지역사회, 학교, 자선기관, 정치 엘리트, 기부자 네트워크와 연결된 거대한 기관입니다. 그런 기관을 상대로 기록을 공개하고 책임을 묻는 일은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일입니다. 반대로 기록을 비공개로 두는 것은 조용한 선택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그 조용한 선택은 피해자들에게는 또 다른 침묵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정치인은 공개적으로 정의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정의는 강한 기관 앞에서 시험받습니다. 약한 개인에게 법을 적용하는 것은 쉽습니다. 이미 무너진 사람을 처벌하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어려운 것은 강한 후원망, 오래된 기관, 지역 엘리트와 연결된 권력 앞에서 같은 원칙을 적용하는 일입니다.

피해자를 위한다는 말의 위험

피해자를 위한다는 말은 때로 가장 반박하기 어려운 명분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합니다. 피해자를 위한다는 말이 실제 피해자의 요구를 지우는 데 사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피해자 단체가 공개를 요구하는데 권력기관이 비공개를 선택한다면, 그 결정은 더 엄격한 검토를 받아야 합니다.

샌프란시스코 사제 성추행 기록 비공개 논란은 이 점을 잘 보여줍니다. 피해자 보호는 필요합니다. 그러나 피해자 보호가 기관 보호로 바뀌는 순간, 그것은 정의가 아닙니다. 그것은 선한 언어로 포장된 침묵입니다.

카멀라 해리스의 검사 경력을 둘러싼 이 논란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입니다. 법은 누구에게 투명해야 하는가. 피해자에게입니까, 권력기관에게입니까. 정의는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 상처 입은 사람입니까, 아니면 상처를 만든 기관입니까.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정의의 언어는 오히려 권력을 보호하는 장치가 됩니다. 그리고 그때 피해자는 다시 한 번 침묵 속에 남겨집니다.

관련 태그:
← 정원 첫 화면으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