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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과 혐오 ③] 범죄를 수사하는가, 사람을 수사하는가


반복 수사는 언제 정당한 재수사이고 언제 표적 수사에 가까워지는가. 새로운 증거, 혐의의 특정성, 수단의 비례성, 종료 조건으로 구분합니다.

[사법과 혐오 ③] 범죄를 수사하는가, 사람을 수사하는가
정당한 재수사와 표적 수사를 가르는 기준은 대상의 호감도가 아니라 새 증거와 수사의 범위, 종료 조건입니다.

마녀재판의 교훈을 현대 수사에 곧바로 대입하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고문과 신명재판에 의존했던 과거의 형사절차와 영장, 변호인, 법원의 심사를 갖춘 현대 수사는 같은 제도가 아닙니다.

그럼에도 둘을 비교할 수 있는 한 가지 지점은 있습니다.

먼저 위험한 사람을 정한 뒤, 처벌할 이유가 나올 때까지 사실을 찾는 방식입니다.

현대의 모든 재수사가 표적 수사인 것은 아닙니다. 과거 수사가 부실했거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되었다면 재수사는 필요합니다. 따라서 중요한 질문은 수사가 반복되었는지가 아니라, 무엇 때문에 다시 시작되었고 어디에서 끝나는지입니다.

먼저 용어의 한계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표적 수사는 형사소송법에 구성요건과 효과가 정해진 독립된 법률 용어가 아닙니다. 수사의 동기만으로 적법과 위법을 가르는 공식도 없습니다. 이 글에서 표적 수사는 사람을 먼저 정한 수사가 아닌지 점검하기 위한 분석적 표현입니다. 아래 기준 역시 하나의 판례가 제시한 목록이 아니라 관련 법령과 판례에 흩어진 원칙을 묶은 진단 틀입니다.

1. 증거재판주의와 수사 대상 선정은 다른 문제다

형사소송법 제307조의 증거재판주의는 법원이 범죄사실을 증거로 인정해야 한다는 재판 원칙입니다. 이것만으로 어떤 사건을 먼저 수사할지, 수사 인력을 얼마나 배정할지, 불기소 사건을 언제 다시 볼지까지 자동으로 답할 수는 없습니다.

표적 수사 논란은 주로 수사 재량의 문제입니다.

  • 왜 이 사람과 이 사건이 선택되었는가
  • 혐의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었는가
  • 새 증거나 사정 변경이 있는가
  • 강제수사의 범위가 혐의와 비례하는가
  • 같은 조건의 다른 사건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되는가
  • 혐의가 확인되지 않을 때 수사를 끝낼 조건이 있는가

그렇다고 이 질문들이 법과 무관한 정치적 수사는 아닙니다. 형사소송법 제215조는 압수수색을 피의자가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정황이 있고, 해당 사건과 관계가 있는 대상에 한정합니다. 대법원도 2003모126 결정에서 강제처분의 필요성을 단지 수사에 도움이 되는지로 판단해서는 안 되며, 범죄의 경중과 증거가치, 증거인멸 우려, 당사자가 입을 불이익을 함께 비교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혐의의 특정성, 관련성, 필요성, 비례성은 단순한 좋은 수사의 덕목이 아닙니다. 적어도 압수수색과 같은 강제수사의 적법성을 판단하는 실제 법적 기준입니다. 다만 비교 가능한 사건 사이의 자원 배분이나 정치적 동기를 어디까지 문제 삼을지는 이 법조문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재판에서 증거가 부족해 무죄가 선고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앞선 수사가 모두 표적 수사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반대로 나중에 유죄가 확정되었다고 해서 수사의 모든 방법과 범위가 정당했다고 소급해 말할 수도 없습니다. 결과와 과정은 함께 보되 구분해야 합니다.

2. 정당한 재수사에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다음과 같은 사정은 재수사의 정당성을 높입니다.

  1. 새로운 문서, 계좌 자료, 디지털 기록이 발견되었다.
  2. 핵심 관계자의 진술이 새로 확보되었다.
  3. 과거 수사의 중대한 누락이나 외압 정황이 확인되었다.
  4. 재정신청 등 통제 절차에서 종전 수사의 중대한 문제가 확인되었다.
  5. 기존 혐의와 구별되는 새로운 범죄사실이 특정되었다.

반대로 다음과 같은 신호가 겹칠수록 표적 수사 우려는 커집니다.

  1. 대상은 정해져 있지만 구체적인 범죄사실이 계속 바뀐다.
  2. 새 증거 없이 같은 사실을 기관만 바꾸어 반복 조사한다.
  3. 관련성이 약한 사생활과 주변인까지 수사 범위가 끝없이 넓어진다.
  4. 무혐의 결론이 나올 때마다 다른 혐의를 찾아 수사를 연장한다.
  5. 비교 가능한 사건과 인력·기간·강제수사의 차이가 설명되지 않는다.

핵심은 횟수가 아닙니다. 새로운 근거와 제한 가능한 범위입니다.

이런 원칙들은 현행 제도에도 이미 부분적으로 반영되어 있습니다.

현행 제도와의 연결

  • 재수사 요청: 수사준칙 제63조는 일정 기간이 지난 불송치 사건의 재수사를 요청하려면 명백히 새로운 증거나 사실, 증거의 허위·위조·변조를 의심할 상당한 정황을 요구합니다. 요청의 내용과 이유도 구체적인 서면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 별건 수사 제한: 인권보호수사규칙 제15조는 관련 없는 사건으로 피의자를 부당하게 압박하거나, 새로운 범죄혐의를 찾기 위해 기존 수사를 부당하게 지연하는 방식을 금지합니다.
  • 종료 의무: 같은 규칙 제14조는 범죄혐의가 없다고 인정되면 수사를 신속히 종결하도록 요구합니다.

수사준칙 제63조는 검사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재수사를 요청하는 특정 절차에, 인권보호수사규칙은 검찰 수사에 적용됩니다. 따라서 모든 재수사와 수사기관을 포괄하는 일반 법리는 아닙니다. 그래도 재수사가 이유와 새로운 근거로 정당화되어야 하며, 수사에 착수할 권한만큼 혐의가 없을 때 끝낼 의무도 있다는 제도적 방향은 보여줍니다.

3. 이명박 전 대통령 사건이 보여주는 양면성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와 비자금 의혹은 오랫동안 제기되었습니다. 2007년 검찰과 2008년 특별검사 수사에서는 처벌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이후 새 진술과 자금 자료를 토대로 수사가 다시 진행되었고 대법원은 2020년 징역 17년을 확정했습니다.

이 사례는 두 가지 상반된 교훈을 줍니다.

첫째, 과거에 기소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이후 수사가 금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불기소와 확정 무죄는 법적 성격이 다르고, 새로운 증거가 있다면 재수사는 정당할 수 있습니다.

둘째, 최종 유죄 판결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수사기관이 사람을 먼저 정하고 무제한으로 주변을 훑어도 된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습니다. 재수사의 출발점과 강제수사의 범위는 당시 확보된 자료로 각각 정당화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이 사건을 평가하려면 정치적 호감이 아니라 질문을 나누어야 합니다.

  • 재수사를 시작할 만큼 새로운 자료가 있었는가
  • 수사 범위는 특정된 혐의와 연결되었는가
  • 법정에 제출된 증거는 적법하고 신뢰할 만했는가
  • 최종 판단은 독립된 법원의 심사를 거쳤는가

4. 김건희 씨 사건도 같은 기준으로 보아야 한다

김건희 씨를 둘러싼 여러 사건은 정치적 진영에 따라 정반대로 해석되어 왔습니다. 한쪽은 앞선 불기소와 무혐의 판단을 들어 반복 수사라고 비판하고, 다른 쪽은 과거 수사가 충분하지 않았거나 새로운 진술과 자료가 나왔다고 주장합니다.

이 대립을 풀려면 사건들을 하나의 인상으로 묶지 말아야 합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품 수수, 공천 개입 등은 혐의의 구성과 증거, 절차가 서로 다릅니다. 각 사건별로 다음을 따져야 합니다.

  • 종전 판단과 구별되는 새 증거가 있는가
  • 피의자의 행위와 고의를 입증하는 자료가 무엇인가
  • 정치적 비난과 법률상 구성요건을 구분했는가
  • 압수수색과 주변인 조사가 혐의 범위에 비례하는가
  • 유죄와 무죄 부분을 같은 무게로 설명하는가

이 글을 쓰는 현재, 관련 의혹들은 사건마다 수사와 재판의 단계가 다르고 일부 판단은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여기서의 분석은 최종적인 유무죄 판정이 아니라 수사의 방향과 절차를 점검하는 데 한정되어야 합니다. 유죄 판단이 나온 부분은 그 근거를 보되, 무죄나 불기소 판단이 나온 부분과 이후 절차도 함께 밝혀야 합니다.

따라서 이명박 사건과 김건희 씨 사건은 결론을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는 대칭 사례가 아닙니다. 전자는 확정판결이 나온 과거 사건이고, 후자는 여러 혐의의 절차가 서로 다른 단계에 있는 진행형 사건입니다. 이 글이 비교하는 것은 두 사람의 유무죄가 아니라, 과거 판단 이후 수사를 다시 시작할 때 어떤 질문을 적용해야 하는가입니다.

5. 동일한 기준은 진영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

표적 수사를 판별하는 가장 어려운 시험은 내가 싫어하는 정치인에게도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일입니다.

판단 항목확인할 질문법적·제도적 연결점
혐의의 특정누구를 벌할지가 아니라 어떤 행위를 수사하는가영장의 혐의사실 특정
새 근거종전 판단 뒤 어떤 증거와 사정이 달라졌는가수사준칙 제63조
관련성과 비례성강제수사와 주변인 조사가 혐의 범위에 맞는가형사소송법 제215조·2003모126
비교 가능성유사 사건에도 비슷한 기준이 적용되는가인권보호수사규칙 제5조의 공정·중립 의무
종료 조건혐의가 확인되지 않으면 어디에서 멈추는가인권보호수사규칙 제14조
사법 심사증거와 절차가 독립된 법원의 검증을 거치는가영장심사·준항고·증거능력 판단

어떤 정치인을 싫어한다는 사실은 수사를 막을 이유가 아닙니다. 그를 싫어한다는 사실이 수사를 무한히 계속할 이유도 아닙니다.

이 표의 항목들이 모두 동일한 강도의 법적 요건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관련성과 비례성은 강제수사의 적법성에 직접 연결되지만, 비교 가능성은 선택적 집행을 의심하게 하는 정황에 가깝습니다. 법적 판단과 제도 평가를 구분해야 이 진단 틀이 정치적 낙인을 대신하는 또 다른 낙인이 되지 않습니다.

결론

정당한 재수사와 표적 수사의 차이는 단순히 수사 횟수로 가를 수 없습니다.

범죄사실과 새 증거가 수사의 대상을 정하는가, 아니면 정해진 대상이 끝없는 범죄사실 탐색을 부르는가.

수사기관에는 의혹을 밝혀낼 권한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그 권한은 혐의의 특정성, 새 근거, 비례성, 비교 가능한 집행, 종료 조건으로 통제되어야 합니다. 그 기준이 지지자와 반대자에게 같을 때 비로소 법치주의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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