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본주의

체 게바라, 낭만화된 폭력의 얼굴


체 게바라의 낭만화된 이미지 뒤에 숨겨진 실제 처형과 폭력을 짚어보고, 절대적 정의를 믿는 이념 정치가 가져오는 위험한 정치 심리를 분석합니다.

체 게바라, 낭만화된 폭력의 얼굴

체 게바라는 20세기 혁명가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낭만화된 인물입니다. 그의 얼굴은 티셔츠와 포스터, 벽화와 학생운동의 상징으로 반복되어 왔습니다. 사람들은 그를 가난한 사람을 위해 싸운 순수한 혁명가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이 이미지는 체 게바라의 한쪽 얼굴만 보여줍니다.

체 게바라의 진짜 문제는 그가 혁명가였다는 데 있지 않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가 폭력을 도덕적 순수성의 증거처럼 만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그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인간이었고, 더 나아가 사람을 죽이는 일을 혁명적 정의의 일부로 받아들인 사람이었습니다.

이 사실은 단순한 반공 선전이 아닙니다. 체 게바라는 쿠바 혁명 게릴라 시절 정보원으로 지목된 에우티미오 게라를 직접 권총으로 쏘아 죽였다고 자신의 회고에서 기록했습니다. 그는 게라가 바티스타군에 게릴라의 위치를 넘겼다고 판단했고, 결국 직접 처형했습니다. 이 사건은 체 게바라가 폭력을 이론으로만 말한 사람이 아니라 실제로 수행한 사람이었음을 보여줍니다.

혁명 승리 뒤에도 문제는 계속되었습니다. 1959년 체 게바라는 하바나의 라 카바냐 요새 감옥 책임자가 되었습니다. 이곳에서는 바티스타 정권의 협력자, 비밀경찰, 전범 혐의자들에 대한 혁명재판과 총살형이 이루어졌습니다. 존 리 앤더슨(Jon Lee Anderson)의 전기에 따르면 체 게바라가 지휘하던 시기 라 카바냐에서 공식 확인된 처형은 약 55명이었습니다. 그러나 희생자 기록을 조사하는 비영리 단체인 '쿠바 아카이브(Cuba Archive)'의 문서화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체 게바라가 직접 사살했거나 처형 명령을 내린 입증된 피해자는 총 216명에 달하며 이 중 라 카바냐 재임 시절 그의 지휘 하에 처형된 건수만 최소 73건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숫자에는 일부 논쟁이 있지만, 사법적 정당성이 보장되지 않은 약식 혁명재판과 처형의 책임 있는 위치에 그가 서 있었다는 점은 명백한 사실입니다.

체 게바라는 이러한 폭력적 처형에 대해 망설이거나 숨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혁명을 지키기 위한 정당한 도구로 확신했습니다. 1964년 12월 11일, 유엔 총회 연설에서 그는 전 세계를 향해 "총살 말입니까? 예, 우리는 총살했습니다. 지금도 총살하고 있고, 필요하다면 앞으로도 계속 총살할 것입니다"라고 당당히 발언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숫자의 경쟁이 아닙니다. 체 게바라가 직접 몇 명을 죽였는가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그가 어떤 종류의 인간형을 대표했는가입니다. 그는 폭력을 예외적 비극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혁명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수단으로 보았습니다. 적을 제거하는 일에 대해 인도주의적 망설임을 보이지 않았고, 사형과 약식재판을 혁명적 정의의 이름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이것이 체 게바라 신화의 핵심 모순입니다. 사람들은 그의 얼굴에서 순수함을 봅니다. 그러나 그의 실제 삶에는 처형, 숙청, 혁명재판, 게릴라 폭력이 있었습니다. 그는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말했지만, 혁명의 적으로 규정된 사람들에게는 연민을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선한 목적을 믿는 순간, 폭력은 더 이상 폭력이 아니라 정의가 되었습니다.

이 점에서 체 게바라는 단순한 쿠바 혁명가가 아닙니다. 그는 20세기 이념 정치가 만들어낸 위험한 인간형을 보여줍니다. 확실한 진리를 믿는 사람은 자신이 저지르는 폭력을 죄로 느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히려 폭력을 피하는 사람을 나약하거나 배신적인 사람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체 게바라의 문제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는 폭력을 저질렀을 뿐 아니라, 폭력을 도덕화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체 게바라를 성찰할 때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이것은 결코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갈등'이라는 정파적 대립 구도로 바라볼 문제가 아닙니다. 체 게바라의 유산은 체제의 대결이 아니라, 인간 생명의 존엄성을 중심에 두는 근본적인 '인본주의(Humanism)' 시각에서 평가되어야 합니다. 그 어떤 숭고한 정치적 이상이나 혁명적 명분이라 할지라도, 살아 숨 쉬는 인간의 생명을 이념의 아래에 두는 순간 그것은 인본주의의 파탄을 초래합니다. 체 게바라를 향한 비판은 우파가 좌파를 향해 던지는 정파적 공격이 아니라, 인간보다 추상적 진리를 우선시하는 모든 반(反)인본주의적 폭력에 대한 성찰이어야 합니다.

낭만적 혁명은 언제나 아름다운 말로 시작합니다. 민중, 해방, 평등, 정의, 반제국주의 같은 단어들이 앞에 섭니다. 그러나 그 말들이 절대적 진리가 되는 순간, 반대자는 토론할 상대가 아니라 제거해야 할 장애물이 됩니다. 체 게바라가 남긴 진짜 유산은 베레모와 수염, 포스터 속 얼굴이 아니라 바로 이 위험한 정치 심리입니다.

보수주의가 경계하는 것은 변화 자체가 아닙니다. 보수주의가 경계하는 것은 인간이 절대적 정의를 손에 넣었다고 믿는 순간입니다. 그런 믿음은 제도를 우회하고, 절차를 가볍게 여기며, 폭력을 정당화합니다. 체 게바라는 그 위험을 가장 매혹적인 이미지로 포장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체 게바라를 다시 보아야 합니다. 그는 단순히 실패한 혁명가가 아닙니다. 그는 폭력이 어떻게 낭만이 되고, 살인이 어떻게 정의가 되며, 인간이 어떻게 이념의 이름으로 잔혹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체 게바라의 얼굴이 아직도 세계 곳곳에서 소비되는 이유는 그가 위대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사람들은 그 얼굴을 통해 혁명의 어두운 부분을 보지 않으려 합니다. 그러나 역사에서 정말 보아야 할 것은 포스터가 아니라 그 뒤에 가려진 총살장입니다.

참고문헌

Anderson, Jon Lee. Che Guevara: A Revolutionary Life. New York: Grove Press, 1997.

Guevara, Ernesto Che. Reminiscences of the Cuban Revolutionary War. New York: Monthly Review Press, 1968.

Guevara, Ernesto Che. "Speech at the 19th Session of the United Nations General Assembly." New York, December 11, 1964.

Cuba Archive (Free Society Project). “Documented Victims of Che Guevara.”

Castañeda, Jorge G. Compañero: The Life and Death of Che Guevara. New York: Alfred A. Knopf, 1997.

Taibo II, Paco Ignacio. Guevara, Also Known as Che. New York: St. Martin’s Press, 1997.

“Che Guevara.” Encyclopaedia Britannica.

“Che Guevara.” Wikipedia.

“Che Guevara: Revolutionary and Icon.” Los Angeles Times, May 4,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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