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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누리 교수 2. 독일 교육은 정말 인간적인가? 경쟁의 부재 뒤에 숨은 기회의 폐쇄


독일 교육이 보여주는 '비경쟁'의 환상을 걷어내고, 초등학교 단계에서 진로가 갈리는 조기 계열분리 제도가 초래하는 불평등과 기회의 폐쇄 문제를 철학적·통계적 관점에서 비판합니다.

독일 교육은 정말 인간적인가? 경쟁의 부재 뒤에 숨은 기회의 폐쇄

경쟁을 없앤 것이 아니라 너무 일찍 끝낸 것은 아닌가

"김누리" 교수는 독일 교육을 한국보다 인간적이고 민주적인 제도로 평가합니다. 독일은 대학 등록금 부담이 작고, 직업교육이 발달했으며, 학생을 무한경쟁으로 몰아넣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한국 교육의 경쟁이 과도하다는 지적은 타당합니다. 입시와 사교육은 아이와 부모 모두를 지치게 합니다.

그러나 독일 교육을 인간적인 대안으로 제시하려면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왜 독일은 아이들의 교육경로를 그렇게 어린 나이에 나눕니까?

초등학교를 마치면 교육경로가 갈립니다

독일 교육은 16개 주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교는 4학년까지이며, 베를린과 브란덴부르크에서는 6학년까지입니다. 이후 학생은 김나지움, 레알슐레, 하우프트슐레, 종합학교 등 서로 다른 교육경로로 진입합니다. 독일 교육당국도 초등학교에서 서로 다른 중등학교 유형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공식적으로 설명합니다.

"김나지움"은 대학 진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경로입니다. 다른 경로는 직업교육과 취업에 더 가까이 연결됩니다.

물론 독일 제도에도 경로를 변경하거나 다른 자격을 취득할 기회가 있습니다. 독일 교육당국은 이를 교육경로 사이의 이동 가능성, 즉 제도의 투과성이라고 강조합니다.

따라서 “열 살에 인생이 완전히 결정된다”고 말하는 것은 과장입니다.

그러나 최초의 분리가 너무 이르며, 그때의 선택이 이후의 교육기회와 사회적 위치에 큰 영향을 준다는 문제는 남습니다.

열 살의 성취는 누구의 성취인가

아이가 열 살 무렵 보여주는 학업성취는 그 아이의 잠재력만을 반영하지 않습니다.

부모의 학력, 가정의 언어환경, 책과 학습자료, 조기교육, 교사의 기대, 이민 배경과 지역 환경이 모두 영향을 줍니다.

그런데 바로 그 시기에 서로 다른 교육경로로 나누면, 가정환경의 차이가 제도적 차이로 굳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OECD는 독일에서 사회경제적 배경이 교육성과에 강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고 평가해 왔습니다. 또한 최근 OECD의 국제 비교에서도 "**조기 계열분리**"가 전체 교육격차와 가족 배경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그러므로 이 제도의 핵심 문제는 학교 유형이 여러 개라는 데 있지 않습니다.

아이가 충분히 성장하기 전에 가정환경의 차이를 능력의 차이처럼 판정할 위험이 있다는 데 있습니다.

경쟁이 없는 것이 아니라 경쟁의 시점이 다릅니다

독일 교육은 흔히 경쟁이 약한 제도로 소개됩니다.

하지만 경쟁이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한국에서는 대학입시 무렵까지 경쟁이 계속됩니다. 독일에서는 중요한 분류가 훨씬 어린 시기에 시작됩니다.

한국의 경쟁은 길고 노골적입니다. 독일의 선별은 이르고 제도적입니다.

따라서 독일 교육을 단순히 비경쟁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독일은 경쟁을 없앤 것이 아니라, 중요한 경쟁을 초등학교 단계로 앞당긴 것은 아닙니까?

김누리 교수는 한국의 입시경쟁을 비인간적이라고 비판합니다. 그렇다면 독일에서 열 살 아이의 "**교육경로**"가 갈리는 문제도 같은 강도로 비판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독일의 제도에는 관대한 기준을, 한국의 제도에는 가혹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입니다.

한국 교육의 문제와 가능성

한국 교육이 더 인간적이라고 단순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사교육비 부담이 크고, 대학서열과 학벌주의가 강하며, 한 번의 시험이 진로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아이들이 오랫동안 경쟁에 노출된다는 것도 분명한 문제입니다.

그러나 한국 교육에는 독일과 다른 장점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이 오랫동안 같은 일반교육 체계 안에 머눕니다. 초등학교 시기의 성취가 대학 진학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나누지는 않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뒤늦게 학업능력이 성장한 학생에게도 진학의 길이 남아 있습니다.

한국 사회는 뒤늦게 공부를 시작한 사람에게도 비교적 오랫동안 재도전의 가능성을 열어 둡니다.

이 가능성이 실제로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다는 뜻은 아닙니다. 부모의 소득과 사교육이 입시에 큰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제도의 기본 구조만 놓고 보면, 아이의 가능성을 열 살에 일찍 분류하지 않는다는 점은 중요합니다.

어느 제도가 인간의 가능성을 더 존중합니까

"인본주의적 교육"이란 무엇입니까.

학생을 경쟁에서 보호하는 교육입니까. 학생에게 직업교육을 제공하는 교육입니까. 아니면 인간이 늦게 성장할 가능성을 오래 인정하는 교육입니까.

독일의 직업교육은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숙련된 직업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경로를 제공합니다. 한국이 배울 부분도 많습니다.

그러나 직업교육이 좋다는 사실이 조기 계열분리의 문제를 없애지는 않습니다.

좋은 직업교육과 이른 사회적 분류는 구분해야 합니다.

한 아이가 직업교육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것과, 어린 시절의 성적과 교사의 추천에 따라 대학 진학 가능성이 높은 경로에서 멀어지는 것은 같은 일이 아닙니까.

직업교육의 존중은 인간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직업교육으로 향할 아이를 너무 일찍 고르는 것은 인간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결과를 보면 독일 교육도 완성된 제도는 아닙니다

2024년 독일의 25~34세 가운데 고등학교 단계의 자격을 마치지 못한 비율은 15%였습니다. 이는 2019년의 13%보다 높아진 수치이며, OECD는 독일 청년층 내부의 교육격차가 커지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등교육을 마친 청년과 고등학교 단계도 마치지 못한 청년 사이의 역량 차이가 조사 참여국 가운데 가장 큰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독일은 직업교육이 발달한 나라입니다.

그런데도 상당한 비율의 청년이 기본적인 중등교육 자격 없이 남아 있고, 교육수준에 따른 능력격차가 매우 크다면 독일 교육을 단순히 성공한 인간교육이라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독일의 교육은 장점과 문제를 함께 가진 제도입니다.

한국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김누리 교수의 기준을 독일에도 적용해야 합니다

김누리 교수는 한국 교육이 경쟁과 서열을 통해 아이의 가능성을 억압한다고 말합니다.

스스로 독일 교육에는 다음 질문을 해야 합니다.

열 살 전후의 아이를 서로 다른 교육경로로 분류하는 것은 권위적인 판정이 아닙니까?

부모의 학력과 계층이 진로에 영향을 준다면, 독일 교육은 계급을 재생산하는 제도가 아닙니까?

인간은 변화하고 성장하는 존재라면서, 왜 어린 시절의 성취를 이후 교육기회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습니까?

이 질문에 답하지 않고 독일 교육을 인간적이라고 찬양한다면, 그것은 결과를 본 평가가 아닙니다.

독일이라는 이름에 부여한 도덕적 신뢰에 가깝습니다.

경쟁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기회의 폐쇄입니다

한국 교육의 경쟁은 줄여야 합니다.

그러나 경쟁이 약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독일 교육을 더 인간적이라고 결론 내릴 수는 없습니다.

교육에서 가장 비인간적인 일은 단지 시험을 많이 보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아이가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않았을 때 그의 가능성을 미리 판정하고, 부모의 계층과 어린 시절의 환경이 이후 진로에 오랫동안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 역시 심각한 문제입니다.

한국은 경쟁을 늦게까지 지속합니다. 독일은 중요한 분류를 일찍 시작합니다.

어느 쪽에도 비용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필요한 것은 독일을 모방하는 일이 아닙니다.

한국의 늦은 기회는 유지하면서 경쟁의 고통을 줄이고, 독일 직업교육의 장점은 배우되 조기 계층분리의 위험은 피하는 것입니다.

좋은 교육제도는 경쟁이 없다고 선언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인간이 언제든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장 오래 열어 두는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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